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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하빈이네 일상들

버스랑 접촉사고가 났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0. 7. 28.

이번 주는 우리 아들이 만들기 여름 캠프에 간다.

월요일, 첫날이라서 일찍 데리고 갔더니 엄마는 못 들어간다며

하겸이만 데리고 들어 갔다.

오후에 아무래도 궁금하고 걱정도 되고 해서 하은이 집 쪽에서 일찍 출발을 했다.

알리 백화점 가까이에서 난 내길로 가는데 버스가 정류장에서

출발을 해서 나랑 나란히 가고 있었고, 버스가 너무 내 차 쪽으로 가까이 오니

긴장이 되어 속도를 또 줄이고.

그런데 버스 뒤가 내 차 오른쪽 앞을 툭 치면서 긁었다.

분명히 소리랑 느낌이 있었는데 버스가 안 서고 간다.

난 비상등 켜고 버스뒤를 따라가니 버스가 드디어 서고, 운전자가 내려서는

다짜고짜 자기 버스 왼쪽 뒤 깜빡이 등이 깨졌다면서 나와서 보란다.

내려서 아저씨 버스 뒷쪽 왼쪽 깨진 등을 확인하고,

아저씨랑 내차의 오른쪽 앞바퀴 부근의 긁힌 부분을 확인했다.

아저씨는 내 잘못이라고 하며 경찰을 부를 건지 묻는다.

당연히 경찰을 부르자 하고 아저씨가 따라오라더니만....

버스니까 바로 가더니 차선을 바꿔서 큰 사거리를 지나 왼쪽으로 가버린다.

난 알리 백화점 앞 버스들 서있는 곳에 그냥 서서 비상등 켜고.

차들이 많아서 가버린 버스를 쫓아갈 수가 없고,

남편에게 전화해서 "도망갔나 봐. 안 보여~~" 하고 있는데

아저씨가 멀리서 나를 향해 걸오 오시고.

아저씨는 남편하고 통화하면서도 자기차가 돌고 있는데

내 차가 잘못했다는 식이다.

그런데 그곳은 직진 차선이고 버스 전용차선도 아니고 난 내길을

천천히 가고 있었을 뿐이다.

자꾸 말하는데 열이 받고.

아저씨는 자꾸 자기 버스 세워둔 곳으로 가자 하고.

난 그쪽으로 좌회전하면 하겸이 데리러 가기 너무 복잡해서 안된다고 우기고.

그러는 사이 사이렌 엄청 크게 울리며 경찰들이 왔다.

그리고 아저씨 버스 회사의 직원 두 명이 또 와서는 아저씨랑 이야기 나누는데.

난 혼자서 안 되는 헝가리 말에, 곧 하겸이 데리러 가야 하고,

맘은 답답하고 급하고.

정말 눈물 나려고 하는데

경찰 아저씨 두 명 중 한 명이 영어를 좀 하신다.

아저씨가 내 설명을 자세히 들어주셔서 어찌나 감사하던지.

버스 아저씨는 내 잘못이라고 너무 확신을 했다.

그리고 경찰한테 전화할 때나 버스 회사 직원들에게 말을 할 때도

계속 "끼나이~~끼나이~~~"

해서 "미안한데 꼬레어이(한국), 딜 꼬레어이야" 알려 줬다.

경찰이 와서 운전면허증, 차 서류, 자동차보험, 거주증,

거주지 카드(럭찜까르쪄) , 다 달라하고 확인하고, 버스 아저씨 이야기 듣고,

내 이야기 듣고, 난 한국처럼 사고 현장으로 가서 흰색 스프레이도 뿌리고...

뭐 그러려나 준비하고 있는데,

구글맵으로 사고 지점 확인한 경찰이 뭐라 하고,

나한테 버스 전용차선 아님을 다시 확인하고,

버스 운전사랑 둘 다 음주운전 체크하고.

그러는 사이 버스 운전자 표정이 좀 안 좋다.

"큰 문제인가요?"

물어보니 "나한테 큰 문제야. 내 버스가 너무 길어서"

아~~~ 내 불찰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경찰 아저씨 둘이 이것저것 확인하더니

버스 아저씨 잘못으로 판단이 되었고,

아저씨 그때부터 풀이 죽어서는....

좀 안쓰럽긴 했다. 

아마도 몇 달 운전 정지가 아닌가 싶었다. 버스 운전.

몇 달이냐고 묻는 것이.

경찰이 내차 사고 부분을 사진 찍고 자로 재고  아주 자세히 적는다.

헝가리 버스는 한국처럼 그냥 버스가 있고 버스 두 개를 엮은 긴 버스가 있다.

이 긴 버스가 내 차 앞부분을 친 것이다.

긴 버스 뒷부분이 안 찍혔는데 버스를 연결한 버스는 정말 길다.

그냥 버스 두대의 길이가 아니다.

이 긴 버스가 차선을 끼거나 바꿀 때 은근 신경이 쓰이곤 했었다.

항상 그래서 멈추거나 좀 거리를 두려고 했었는데

하필 오늘 너무 내 차 옆으로 붙는다 했더니만 저 긴 버스가

내 차선 쪽으로 오면서 뒤가 내 차의 앞을 친 것이다.

정말......

길긴 너무 긴데, 버스 아저씨도 자기 버스가 길어서 그랬다고 순순히 인정하고.

나도 신경 쓰여 속도를 아주 많이 줄이고 있어서 저 정도였지

안 그랬으면 모퉁이 다 나갈 뻔했다.

정말 헝가리에서 운전할 때는 긴 버스의 뒤를 조심해야 한다.

헝가리는 버스들이 난폭하지 않다. 천천히 조심조심 운전하는 나라인데...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는지. 버스 운전사도 너무 안됐다.

보험회사에 보낼 서류

버스 아저씨의 잘못으로 인정되어 보험회사에 보낼 서류에

아저씨랑 내가 사인을 하고 사고 수습이 드디어 끝났다.

오후 5시에.

양방 과실이면 버스 아저씨도 보험회사에 보낼 서류를 받았겠지만....

이번에는 나만 받았다.

헝가리에서 사고가 나면 꼭 이런 서류를 작성해서 보험회사에 보내야 한다.

 

우리 아들 4시 좀 넘어 데려오려고 했다가 안돼서 너무나 감사하게도

하람이 엄마가 하윤이까지 데리고 하겸이 대신 픽업해서

알리 백화점으로 와주셔서 어찌나 감사하던지.

남편도 급한 일로 올 수가 없고 하겸이는 걱정이 되고.

급하게 전화를 했는데 더운 날 하겸이 픽업을 해주셔서 어찌나 감사하던지.

다행히 하겸이가 잘 알고 좋아하는 하람이랑 하람이 엄마가 데려오니

하겸이가 덜 불안했나 보다.

정말 살다가 이런 일은 없어야 하는데....

헝가리에서 25년 살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한동안 사고 없이 잘 지냈었는데.

앞으로도 조심조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