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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겸이 이야기

하겸이 필통을 숨겼단다. 우씨....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0. 9. 5.

오늘 처음으로 모든 아이들이 다 같이 수업을 받는 날이다.

괜찮겠지.... 선생님 좋아하니까.

오후에 미리 가서 기다렸더니 우리 아들이 나오는데 표정이... 안 좋다.

그러더니만 울먹이면서 하는 말이,

"엄마, 아크메드가 내 필통을 숨기고 재밌는지 웃어. 아무리 찾아도 없었어.

선생님이 나중에 찾아보자고 했는데... 풀이 없어서 나만 나무를 못 붙였어"

그 말에 너무 화가 나고,

하겸이 가방을 열어 보니 필통이 없다.

필통 안에 연필, 지우개, 연필 깎기, 가위. 풀... 다 이름을 써서 넣어 줬는데.

좀 기다렸다가 하겸이 선생님을 향해 손을 흔들었더니 마침 보시고 나오셨다.

"아크메드가..." 이름만 듣고도 선생님 바로 알아들으시고 

다음 주 부터 하겸이랑 따로 앉히겠다고 하시고,

필통도 찾아 보겠다고 하시고.

 

오늘 20명이 넘는 아이들과 첫 정상수업을 한 날이니

선생님이 얼마나 정신없고 힘드셨겠나충분히 이해가 가고,

전날 10명이 수업할 때도 아크메드는 집중을 안 하고

계속 장난치고 떠들었다고 하겸이가 말을 했었다.

그런데 그 아크메드가 오늘은 하겸이 필통을 어딘가에 숨기고

필통을 찾는 하겸이를 보면서 놀리며 웃었단다.

어이가 없어서리....

이야기를 들은 우리 하은이 흥분해서는 

"엄마~~ 화내고 소리 지르라고 가르쳐, 계속 안 찾아 주면 때려도 된다고 해~~~"

그래도 어떻게 때리라고 하냐 흥분하지 말고 월요일에 일찍 가서 기다렸다가

아크메드랑 엄마가 오면 일단 물어봐야겠다고 했다.

한번 이러면 계속 하겸이를 놀릴 까 봐서 걱정이 된다.

차 안에서 하겸이 

"하겸아, 하겸이는 절대 아크메드 물건을 만지지마, 하지만 아크메드가 다음에

다시 하겸이 물건에 손을 대면 "안돼"라고 큰소리로 말을 하고 못 만지게 해.

그리고 그래도 뺏어서 도망가고 던지고 숨기고 하면 큰 소리로 소리를 질러.

한국말로 해도 괜찮아. 내 거야. 하지 마  라고 하고 선생님한테 꼭 말을 해야 해."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장난으로 숨겼다가도 풀을 사용해야 하면 갖다 줘야지..

하겸이는 걱정을 한다.

다 찾았는데 없었다고. 혹시 아크메드가 가방에 자기 필통을 넣어갔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괜찮아, 엄마가 연필이랑 가위랑 풀에 하겸이 이름을 썼거든.

만약 아크메드 엄마가 봤다면 갖다 줄 거야"

필통이랑 학용품은 다시 사면되지만 자기가 필통을 찾을 때 계속 옆에서 웃고,

풀이 없어서 하겸이가 나무를 못 붙일 때도 놀리면서 웃었다고 하니

아크메드랑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

또 하겸이를 놀리거나 하면 안되니까....

 

이름을 보면 중동 쪽 아이 같은데....

그러면 남아선호 사상이 강해서 자기가 왕이려니 자랐을 테고.

하겸이 반에서 아시안은 하겸이 하나라서 아마도 타깃으로 삼은 듯한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다.

하은이 때 충분히 겪었기에 우리 아들은 절대로 안되지 다짐을 하고,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생기면 아빠랑 같이 학교에 가서 상담을 해야겠다.

 

아침 6시 30분에 깨우니 더 자고 싶은 우리 하겸이.

진휘 형아가 새 신발을 입학 선물로 아빠한테 보내왔단 말에 눈을 번쩍 뜨고,

신발을 보자 맘에 들어 활짝 웃는다.

새 신발 신고 기분 좋게 학교에 갔는데. 

속상했던 하겸이는 엄마한테 말하고 기분이 좀 풀렸다.

다른 반이 된 저스펠과 만나서는 작은 메뚜기 하나 놓고 둘이 엄청 신났다.

쉬는 시간에는 놀이터에서 만나서 같이 놀았다고.

오늘 배운 것을 보여준다.

1학년이 된 우리 아들이 공부한 것들이란다.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