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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태산이 이야기

태산이가 토끼를 만났을 때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1. 2. 6.

하겸이 학교에 내려주고 집에 오면 우리 태산이 턱까지 떨면서 우는 시늉을 한다.

아주 정말...등치는 산만한데 그 모습이 너무 웃기고 어이없다.

목줄을 손에 쥐면 그 때 부터 방방 뛰고

대문 앞에 가서 세상 요조숙녀처럼 어찌나 예쁘게 앉아 있는지.

누가 보면 하루종일 주인 말 진짜 잘 듣는 댕댕이인 줄 착각할 정도다.

목줄 걸고 대문 밖 나가면 냄새 맡느라 정신없고 침도 어찌나 흘려대는지.

그런 태산이가 오늘  신기한 동물을 만난 것이다.

정말 어찌나 신기해 하고 탐색하느라

그 집 앞을 오랫동안 머물고 결국 내가 질질 끌고 가야 했다.

행여 그 집 주인이 나와서 태산이를 경계할 까 걱정이 되어서.

토끼를 키우는 구나.

그런데 이 토끼가 꽤 등치가 크고 마치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탐색을 하고 아주 여유롭다.

매일 이 집을 지나가면서 이 집 개가 대형견인데 너무 작은 공간에 있어 안스러웠다.

마당이 엄청 넓은데 개가 있는 곳은 집과 벽 쪽 한쪽 공간을 막아 그곳에 있었는데 

토끼를 보니 설명이 된다. 이 토끼 때문에 개는 작은 공간에 있고

이 토끼가 온 마당을 뛰어다니는 것이다.

토끼도 우리 태산이가 궁금한가 보다.

계속 지켜보고 냄새 맡고, 그러다 땅을 파고.

 

난 우리 태산이도 토끼가 궁금하고 귀엽고 그런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한참을 보더니 갑자기 으르렁 거리고 토끼가 있던 곳에 오줌 싸서 마킹하고.

에휴~~~ 그럼 그렇지.

내가 어째 이 상황을 아름다운 동화로 생각을 했을까.

가자~ 태산아~~~~

우 씨~~~~~

이놈의 자식~~~

다른 개들은 안 보이는 곳에 똥도 잘 싸더구먼.

어째 우리 태산이는 꼭 남의 집 대문 앞이나 오늘처럼 버젓이 남의 담장에 똥을 싸네.

그리고는 "엄마 똥 치우세요~~~"

하듯 저러고 있다.

요즘 나는 태산이 산책시키면서 수시로 태산이 똥구멍만 쳐다본다.

언제 어디서 똥을 싸실지 모르기에....ㅠㅠ

이제 제법 적응이 된 태산이를 데리고 공터 안 쪽으로 산책을 한다.

그리고 알았다.

공터 안 쪽에 또 길이 있었다.

산 쪽으로 놓인 길.

이 안 쪽까지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는 않나 보다.

여름이 되면 숲이 우거지겠구나 싶고.

봄에 태산이 틱 주사부터 맞히고.

산책시켜야 하니 나도 틱 주사 이번에는 맞든가....

아니면 매일 스프레이 뿌리고 나와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고.

 

태산아~~~

참 내 ...꼭 그렇게 까지 냄새를 맡아야 하나...

정말. 내가 너 때문에 웃는다.

이 쪽도 길이 있네.

다음에 아빠랑 같이 오면 이 쪽도 한번 가 봅시다. 

이 길은 산 쪽으로 가는 듯이 보인다.

앞 공터도 넓은데 뒤쪽으로 오니 또 길이 있고.  

그 뒤쪽도 엄청 넓다.

공터 옆길로 나오니 또 다른 공터가 있다.

헐~~~

이 좋은 구역(부다페스트에서 아마 제일 비싼 곳일 텐데)에 이렇게 넓은 공터가 많다니.

울 신랑 돈 생기면 이곳 땅을 좀 사두라 해야겠다.

그런데 이럴 때 우린 돈이 없다. ㅎㅎㅎㅎ

전에 남편의 헝가리 친구가 우리를 허허벌판에 데리고 가서는 바람이 엄청 부는 날이었는데

이 땅을 사라고 했었다.

한국으로 생각하면 정말 엄청 싼 땅이었는데 그때 우린 돈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 땅이 외국인들이 제일 많이 살고 있는 곳이고,

대사관, 대사관저, 외교관들이 사는

엄청 비싼 곳이 되었다.

남편이랑 가끔 그곳을 지나갈 때면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다.

지금 저곳이 허허벌판으로 바람만 엄청 불었던 곳인데 이렇게 고급 주택들이 들어서고

엄청 비싼 곳이 되었다고. 

오늘 태산이랑 산책을 하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 좋은 구역의 이 좋은 땅이 개인 소유는 아닌 게 분명하니 아마도 구역 정부 땅일 텐데....

갑자기 개발해서 주택 단지나 어떤 시설이 들어오면 울 태산이 산책할 곳이 없어지니....

개 공원을 만들어 주면 좋겠단 생각이 오늘 들었다.

부다페스트 시내에는 놀이터 옆에는 개 놀이터가 있다.

아파트에 사는 개들을 위한 놀이터.

오늘 어이없게도 저렇게 교통 좋고 구역도 좋은 저 넓은 땅을 개 놀이터, 공원을 만들어 주면

좋겠단 생각을 하고 웃었다. 이왕 만들 거면 수영장까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