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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꼭 1년 만에 국경을 넘어 아웃렛으로 드라이브 갔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1. 6. 21.

국경이 열렸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무조건 비엔나라도 다녀오자고 했다.

답답해서.

백신 카드 제일 먼저 챙기고, 과일 수박, 딸기, 사과 잘라서

아이스박스에 넣고(우리 아들은 밥보다 과일을 좋아하니까),

혹시나 싶어 아침에 동그랑땡 만들어서 넣고.

고속도로에서 켄터키 치킨 사서 점심으로 먹으면서 갔다.

사실 아울렛에도 푸드코트랑 식당이 있는데 줄도 길고,

무엇보다 항상 맛이.... 그냥....

정말 비싼 돈 주고 먹다 보면 차라리 컵라면이 낫지 싶은 마음이라서.

내가 운전을 하고 가는데 지금 이 때는 국경 넘어가는 길에

끝없이 노란 해바라기가 펼쳐져야 하는데 보라색이었다.

20년 넘게 봄에는 노란 유채밭, 여름에는 노란 해바라기.

그런데....어라? 보라색 라벤다 밭이 되었다.

이제 더 이상 해바라기 밭이 아니었다.

해바라기보다 라벤더가 돈이 되나 보구나...

국경에서 백신 카드 확인하느라 줄이 줄이.... 양쪽 모두 줄이 길다.

헝가리 국경과 오스트리아 국경에는 풍력발전소,

바람개비가 정말 정말 많다. 

그런데 반 이상이 멈춰있다. 바람이 별로 안 부나?

도착하자마자 울 아들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 하니....

아빠랑 큰 딸이 먼저 구경하고,

난 하겸이 아이스크림 먹이고 옆에서 지켜보고,

이 놀이터에는 보호자가 자기 아이 책임지라고 쓰여있다. 

다쳐도 아웃렛 책임은 없다고... 음...그렇지.

이런 곳에서는 부모가 잘 봐야지.

큰 딸이 와서 공부한다며 아이패드 들고 앉아서 하겸이 볼 동안

난 남편이랑 드디어 쇼핑

작은 딸이 보여달라는 프라다 샌들을 사진 찍어 이것저것 보여주고.

빨간색이 좋다고 하는데...

쇼핑 끝내고 다시 갔더니 5분 남기고 문을 닫아서 못 샀다. 

절대 비싸서 안 사주려고 잔머리 쓴 거 아님. 

폴로에 가서도 옷 사진찍어서 보여 주었는데....

오랜만에 국경이 열려서 그랬는지 사람도 많고.

무엇보다 물건이 많지 않았다. 

 

더워서 백신 접종도 했고 해서 덴탈 마스크 쓰고 들어가려고 했더니

입구에 지키고 있던 직원이 안된다며 마스크를 준다.

오~~~~ 덥지만서도 안된다 하니 썼는데....

이거 좀 요상하다.

자꾸 안에 땀? 습기? 거의 세수 수준이다.

우리나라 마스크가 진짜 진짜 좋은 거였다. 

차에 놓고 온 한국 마스크가 너무 그리웠다. 

마스크 벗을 때마다 휴지로 닦아야 했다는.....

세상에~~~ 

다 컸네, 우리 아들.

엄마는 들지 말란다. 자기가 엄마 거 다 들어준다고. 

벌써 효도하네. 우리 아들이.

하은이 옷 입어 보러 갔을 때 눈에 띄어서 산 조리.

파랑 사려고 했더니 하겸이가 아니란다.

이 색이 더 예쁘다고. 

울 아들이 예쁘다고 하니 바로 색 바꿔서 계산하라고 남편한테 주고.

노안이 와서 지금 쓰고 있는 선글라스를 쓰면

핸드폰 글씨가 안 보여서 이번에 한국에 가면

선글라스 안경 새로 해야 해서 샀다.

한국에 가자마자 다초점으로 바꿔서 써야지. 

신난다. 

지금은 운전할 때는 괜찮지만 메시지라도 오면

보이지 않아서 너무 답답했는데.

사실은 가방을 사러 갔다.

지금 있는 가방은 좀 작아서....

한국에 가면 하겸이 이것저것 넣으려면 좀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남편이 스페셜 프라이스라는 버버리 가방을

빨리 와서 보라고 재촉하고.

버버리 너무 비싸서 싫다는 나한테 그냥 일단 오라고.

거의 6시가 다 되어 문 닫기 직전에 갔다.

내가 마지막 손님이었다. 

사고 나니 너무 맘에 든다.

내 생전에 버버리도 들어 보고.

집에 와서 남편이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한국에서는

엄청 비싸게 팔고 있고,

사용하던 중고 가방이 내가 산 것 보다 비싸다.

남편은 항상 프라다나 아이그너 보스...이런데 들어가면

가방을 보라고 하고 난 보다가 안 산다고 하고.

매번 그랬는데 오늘 가방은 생각보다 가격이 괜찮았다.

오~~~ 기분 좋은 거.

항상 비싼 가방 싫다고 대충 그냥 편하게 들면 된다고 했는데,

말한 내 입이 좀 민망스럽게 가방이 맘에 드네.

색이 저거 하나라 스페셜 프라이스였나 보다.

검은색 보다야 훨씬 낫다.

가방 맘에 드는 게 없으면 그냥 태산이 산책할 때 드는

배낭 메고 다녀야지 했었는데.

작년 6월에 이 가방을 두 개 샀다.

검은색은 하은이, 흰색은 하빈이. 

하빈이 가방은 6월에 사서 12월 인편에 한국으로 보내고.

그런데 하은이는 가방이 아까워 들지도 않고 가지고 있다가

어느 날 들고나갔는데 코치 이름이 떨어졌단다.

금속 이름이 떨어지니 음.... 이상하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가지고 가서 보여줬더니...

사실 난 기대도 안 했다.

고쳐주지도 않을 거고...그랬는데...

메일 한번 확인해 보겠다고 하더니 확인해 보니

하빈이 메일이 거기에 있었고,

확인이 되었다면서 그 가격의 새 가방을 고르란다.

세상에~~~~

너무 놀라고.

이것저것 보던 하은이.

같은 검정의 다른 디자인으로 골랐다.

지난 번 가방보다 훨씬 디자인이 맘에 든다.

하은이는 끈이 좀 짧아서 괜찮을까? 하지만

나는 제발 무겁게 좀 넣고 다니지 말고~~~~

새 가방으로 바꿔줄 거라고는 기대도, 상상도 못 했는데.

감동받고.

혹시나 싶어 가져 가길 정말 잘했다 싶고.

메일 주소를 남기는 게 이럴 때 좋은 거구나.

버버리에도 남겨 둘 것을. 생각이 들고.

집에 오니 울 태산이 징징징 아주 어리광이.

하루 종일 혼자 있었다고....

하은이랑 하겸이다 데리고 늦은 저녁인데도 나갔다 왔다.

 

니 팔자가 상팔자다. 태산아~~~

 

왕복 4시간 운전하고 간 보람이 있네.

중간에 차 사고로 많이 정체되고 국경에서 또 기다리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국경넘어 갔다 오니 기분전환도 되고 좋았다.

남편 여름 와이셔츠를  여러 개 산 것이 제일 기분이 좋고

(항상 사라고 해도 안사곤 해서 속상하곤 했었다), 여름 티셔츠도 사고,

바지를 못 사서....  

시간이 별로 없어서 ...

남편 바지가 필요한데... 

내가 한국에 가서 사 오면 맞으려나, 

남편은 신발도 발이 두툼해서 맞는거 찾기가 쉽지 않은데

옷도 좀 그런 편이다. 이것저것 계속 입어 봐야 하는데 영~~ 귀찮아 하고 

낡은 바지를 그냥 계속 입어서리...

와이셔츠도 너무 낡아서 정말 잔소리 잔소리 해서 드디어 새 와이셔츠를 사서 어찌나 

내 속이 시원하던지.

바지를 어떻게 살지 고민 좀 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