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은 나랑 태산이랑 한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성경말씀을 듣거나 유튜브로 설교 말씀을 들으면서
걷는다.
그러다 가끔은 마주 오는 강아지를 못 봐서 태산이가 가까이 가면 그때서야
놀래서 태산이를 부르고,
맘 좋은 견주일 경우 괜찮다고 하면서 태산이랑 자기 강아지가 같이 노는 것을 지켜보고,
강아지가 작거나 예민한 견주는 불안한 표정으로 태산이를 경계하면서 지켜본다.
난 빨리 가서 태산이 목에 목줄을 걸거나 다른 방향으로 빨리 걸어가면서 태산이를
불러야 한다
태산이 엄마 기다렸구나~~~
풀이 너무 많이 자랐다.
헤치고 걸으려니 쉽지 않아 걸음이 느려지니 울 태산이 먼저 앞서다가
엄마가 안 보이니 멈춰서 기다린다.
이럴 때는 어찌나 예쁜지. ^ ^
쭉쭉 늘어진 나무들만 보다가 마치 파마한 곱슬머리 같다.
길 건너 다른 길로 가고 싶어 하는 태산이.
새로운 길로 들어 서면 정말 온 동네 개들이 죽일 듯이 짖고 덤빈다.
저 대문 없었다면 큰일 나겠다 싶게 그리 짖어댄다.
태산아~~~~ 왜?
아~~~ 고슴도치구나....
참 예쁘다.
하나하나 다 예쁘다.
비가 온 뒤라서 인지 민달팽이들이 엄청 많다.
얘들아 ~~~ 이러다 너희들 밟혀. 빨리들 가라.....
근데 옮겨 줄 자신이 없다.
너희들 잘못이 아니고 내가 이상한 거야.
그냥 내가 너희들이 징그럽다고 느껴져서 만지지 못하는 거야.
내 잘못이지.
괜시리 징그럽다 느껴지는 내가 미안하다. 민달팽이들에게.
태산이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꼭 호박이 잘 자라고 있나 확인한다.
밤새 안녕인지.
그런데 정말 밤새 안녕하다.
쑥쑥 자라고 애기 주먹만 하던 옆의 작은 호박도 애기 팔뚝만 해지고
꽃에 또 작은 호박들이 애기 주먹만 하게 자라고들 있다.
집에 왔는데 태산이가 건너 편 큰 나무 위를 한참을 쳐다본다.
태산아~~~ 왜?
가만가만 가서 보니 아~~ 다람쥐구나.
청설모네.
태산이가 짖지 않았지만 계속 쳐다보니 다람쥐 쏜살같이 나무 타고 전깃줄 위로해서
사라졌다.
뒤쪽 공터랑 산이 생태보호 구역이다 보니 가끔 여우도 내려오고,
고슴도치, 다람쥐...공터에는 두더지가 또 왜 그리 많은지....
추석이 다가오니 완연한 가을이다.
아쉽게도 벌써? 하는 맘이 들고,
해가 짧아졌다.
이제 9살이 되어가는 태산이 피검사해보자 했는데.
한국 갔다 오면서 늦어졌다.
올 해가 가기 전에 피검사는 해봐야 할 듯.
나이 드니 태산이도 이런저런 검사를 하잔다.
태산아,
너나 나나 그저 아프지 말고 살다가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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