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말을 본 태산이의 반응

8살 태산이 일생에 말을 처음 봤다.

오늘 아침에.

그다음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 딱 그대로다.

아침에 말을 타고 여유 있게 산책을 하는 헝가리 총각.

하필 내가 아침에 카톡으로 받은 입양의 날 유튜브를 귀에 이어폰 꽂고 듣느라 

미처 말이 오는 소리를 못 들었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내가 말을 보았을 때는 태산이가 먼저 보고 짖으며 쫓아 갈 때였다.

천천히 말을 타고 걷던 총각은 짖으면서 따라오는 태산이가 부담되고,

태어나 처음 말을 본 태산이는 이게 뭐지? 싶은지 끝까지 따라가고...

나는 태산이를 부르고...

무엇보다 말이 뒷발질을 할까 걱정이 된 헝가리 총각은 나보고 빨리 

리드 줄로 묶으라고 말을 하는데 흥분한 태산이가 나한테 오지도 않을뿐더러

계속 빠른 속도로 가는데 뛰어간들 잡을 수도 없고.

정말 조용한 아침에 이게 웬 난리인지.....

멈추지도 않고 엄마 소리가 아예 안 들리는지 태산이는 점점 멀어지고.

태산이가 쫒아오니 말을 탄 총각은 아예 말을 타고 달리기 시작하니

난 따라갈 엄두가 안나 그냥 서 있었다.

그렇게 끝까지 가던 태산이가 되돌아오기에 이제 됐구나... 했는데.

어라...?

공터 위쪽으로 말을 타고 엄청 빨리 달려가는 총각.

난 산 쪽으로 갔으려니 했는데 아니다.

나한테 오다가 바로 방향을 돌려서 미친 듯이 뛰어서 따라가는 울 태산이.

그리고 순식간에 말도 태산이도 산 쪽으로 사라졌다.

나한테 오면 가지고 간 삼겹살 줘야지 주머니에서 꺼내다 말고 어이없어 그냥 서서 멍~~~ 하니

산 쪽만 보는데...

바람은 왜 이리 칼바람인지.

춥고 이 노므자슥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바로 카톡을 보냈다. 가족 단톡 방에.

태산이가 말을 따라 산 쪽으로 갔는데 엄마는 안 따라갈 거고, 안 찾을 거고,

기다렸다가 안 오면 난 집에 갈 거다.

문자 보내고.

한 5분?  저 멀리 태산이 꼬리가 살랑살랑~~~~

어이없어라...

나를 향해 해맑게 "엄마~~ 뭔 일 있었어?" 표정으로 오는 이 노므 자슥을....

 

요즘 유치원, 학교에서 이 공터를 지나 소풍을 가는지...현장학습을 가는지....

아침마다 줄을 서서 가는 아이들을 본다.

바람 심한 오늘 아침에도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줄을 서서 가는데

말 사건으로 진이 다 빠진 나는 태산이 데리고 바로 집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다른 날 같으면 아이들이 걸어가는 그 옆으로 가면서

태산이 예쁘다는 소리도 듣고 아침인사도 하고 할 테지만 서도.

 

마침 유튜브 보느라 핸드폰이 손에 있어서 찍었다.

난 워낙 달리기를 못해서 절대 뛰지 않는다.

뛰어 봤자 넘어지기만 하니까....

그리고 그동안 여러 마리의 개를 키우면서 터득한 게 따라서 뛴다고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신나서 도망을 가지.

엄청 빨리 달리는 말, 그 뒤를 미친 듯이 따라가는 태산이.

나한테 오는 줄 알고  삼겹살 꺼내고 리드 줄 준비하다 멍~~~ 하고 있는 나.

이노무자슥~~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긴 했으니 다행이다.

안 준다 소리 지른 삼겹살 꺼내서 먹이고.

8살이 넘은 태산이가 미친 듯이 뛰었으니 체력이 바로 바닥이 되고

걷기 싫단다.... 어이없어서......

삼겹살 다 먹이고 바로 집으로 왔다.

나도 놀라서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추위에 서있었더니 기운다 빠지고.

증말~~~~

 

아침에 말을 타고 여유있게 산책 나온 총각은 태산이 때문에 미친듯이 달려야 했으니

얼마나 황당하고 어이없었을까....ㅎㅎ

좀 미안하네.

 

태산아~~~~

다음에 또 만나면 안되겠지만 혹시나 만나면 미안하다고 인사드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