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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겸이 이야기

가슴이 철렁하고 ... 안도의 한숨을 쉬고.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1. 11. 25.

새끼 키우면서 한 번씩 안 놀래고 키울 수는 없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고 너무 놀래서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 않고...

큰 아이는 식당에 있는 정수기 뜨거운 물을 모르고 눌러서

손등에 펄펄 끓는 물이 쏟아져 살갗이 벗겨지고 2도 화상을 입었었다.

22개월 때.

얼마나 놀랬었는지....

20개월 때는 고열로 경기를 해서 유학생한테 도와달라 부탁해서

앰뷸런스 불러 응급실에 가니 알코올이 아닐 응급실에 있는

욕조에 아이를 발가벗겨 넣고는 샤워기로 찬물을 뿌려대는데....

주저앉아서 울었었다.

밤새 서너 번을 그렇게 응급실에 있는 욕조안에 아이를 집어넣고

찬물로 열을 내리기를 반복했었다.

헝가리에서는.

애가 저러다 지레 죽지는 않으려나 기겁을 하고 말은 안 통하고

남편은 출장 중이었고.

임신 중이었던 나도 고열이었고...

 

작은 녀석도 두 번을 새벽에 앰뷸런스 불러 병원에 갔었다.

그럴 때마다 신발짝 바꿔 신고, 큰 녀석 때는 작은 녀석이

뱃속에나 있었지.

작은 녀석 끌어안고 구급차 타고 새벽에 병원에 갈 때는

큰 녀석을 집에 두고 가야 했다.

하필 그때도 남편은 출장 중이었다.

 

땅이 꺼지는 걸 경험한 것은 작은 딸이 급성 백혈병이라는

해프닝 때였다.

그 자리에서 다리에 힘이 빠지고 땅이 꺼지고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았었다.

나중에 백혈병이 아니라 심한 빈혈로 나와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가슴 쓸어내렸었다.

 

오늘 아침이 그랬다.

하겸이 아침에 밥솥에 넣어 두었던 호빵에 요구르트 먹여 학교에 보냈다.

보통은 샌드위치나 시리얼, 아니면 김에 밥 싸서 먹이는데 오늘은 그랬다.

그것이 화근이었나 보다.

태산이 산책시키고 사무실에 나가려고 하는데 남편이 전화를 받았다.

하겸이가 토했다면서 빨리 학교로 오란다.

준비하고 나오다가 바로 학교로 갔더니 양호 선생님이

하겸이를 데리고 나오면서 사인을 하란다.

열이 나냐고 물어보니 열은 안 난다고....

아침에 요구르트 마셔서 옷에 토한 것들이 하얗게 묻었고, 냄새가....

이마를 만져보니 열은 없는데 손이 얼음장처럼 차다.

체했구나.... 그리 생각하고 그래도 일단 약국으로 갔다.

코로나 진단 키트를 사러.

매일 만 명이 넘게 확진자가 나오고 사망자가 매일 백 명이 넘고.

2주 동안 무조건 병원에 가면 백신 접종을 하고 추가 접종도 해주는

특별 기간이다. 헝가리는.

하겸이 학교도 3반이 온라인 수업이다. 초등학교에서 6명이

확진되었다고 해서.

만약 하겸이가 코로나면 하겸이 반도 다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기에 일단 확인을 해야 한다.

약국에서 진단 키트 사서 집에 오니 헐~~~~ 우리 아들 열이 나네.

이런..... 심란하다.....

도대체 뭔 말인지.....

일단 핸드폰 들고 구글 번역하고.

헐~~~~ 독일어라서 독일 제품인 줄 알았더니만.... 중국 거였어?

이거 믿어도 되나?

다행히 음성이다.

사진 찍어서 학교에 보냈다.

다행이다. 내일 학교에 갈 수 있어서.

울 아들 아침에 생뚱맞게 호빵에 요구르트 먹여 보냈더니 체했나 보다....

미안해라...

엄마가 아침에 누룽지 끓여 먹이거나 소꼬리에 밥 말아 먹이거나 했어야 했는데.

다 냉장고에 있는데 어째서 아침부터 호빵에 차가운 요구르트를 먹여서는...

어찌나 속상하던지.

놀랬었나 보다.

씻겨서 옷 갈아 입히고 열나기에 어린이 종합 감기약 먹였더니 한 숨자고 난 울 아들

말짱하다. ㅎㅎㅎ

스크류바 먹고 싶단다. 어이없음.

엄마 잘못이다.

혹시나 우리 아들 코로나면 어쩌나...

울 아들 반 아이들 다 집에서 자가 격리해야 하고 온라인 수업해야 하니 이런 민폐가 어디 있나

싶어 가슴이 철렁하고 정신이 하얘졌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만약 코로나 양성이면 제네이쉬꼴라에도 연락을 해야 하고

그럼 선생님 마스크 쓰고

수업했다 하지만 선생님과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생들은 또 어떻게 하나...

정말 별 생각이 다 들고 난감했었다.

어찌나 다행인지.

 

아빠가 사주신 새 축구화를 신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아들이.

이유는 끈을 묶을 수 없어서....

월요일에 체육이 있어서 축구화를 신고 갈 수 없어서

가방에 넣어 가지고 가서 축구 클럽에 가서 갈아 신어야 하는데

끈을 묶지 못하기에.... 고이 모셔두었었는데.

결심을 한 우리 아들.

갑자기 "엄마, 6살 때 나한테 끈 묶는 법을 가르쳐 줬어야지" 한다.

그래서 연습 시작.

일단 10번만 반복해서 연습하기로 했는데 한참 축구화랑

씨름하더니 드디어 묶었다.

다시 풀고 또 연습.

그렇게 4번을 하더니 익숙해졌다.

10번 연습 끝내더니 축구화 신고 끈을 묶는데 제법 잘하네.

다음 주 월요일에는 축구화 신고 신나게 축구하겠네. 우리 아들.

제발 코로나 걸리지 말고, 

울 아들반은 아무도 걸리지 말고.

그래야 우리 아들 축구화 신고 축구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