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들의 이야기/하겸이 이야기

엄마, 아이스 스케이트 넘 재밌어요.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2. 1. 20.

월요일에 울 아들 학교에 보내고 김치를 담고 있는데 메일이 하나....

울 아들 반에 지난 주말에 코로나 걸린 학생이 있었다는 보고에

헝가리 정부 방침에 따라서 하겸이 반 아이들 모두 5일간 학교에

오지 말고 집에 있어야 한단다.

그런데 그 날자를 세는게 재밌다.

접촉 마지막 날이 금요일이어서 토, 일, 월, 화, 수 까지니까

이틀만 학교에 안 오고 집에 있으면 된단다.

그리고 목요일에 학교에 가면 되는데....

근데.... 월요일 이미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하루 종일 수업을

받았는데....

참 요상하네.  그럼 미리 일요일 오후에 메일을 보내서

월요일도 학교에 오지 말라 하든가

월요일은 정상 수업을 하고 화, 수는 집에 있고.

목요일에 학교에 오면 되는데 pcr결과를 내라는 말도 없다.

그냥 집에서 지켜보다가 괜찮으면 목요일에 학교에 오면 된다니. 

백신 접종을 한 4명은 학교에서 계속 수업을 받고,

울 아들 처럼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18명은 이틀 동안 집에 머물면서 프린트로 대신 하란다.

울 아들은 화, 수 집에서 논다고 하니 그저 신났다.

자기 친구들 다 학교에 안 오기 때문에 괜찮다면서 좋단다.

어이없지만 말이 된다. 

그리고 화요일 아침부터 열 일하시는 울 아드님. 

울 아드님. 삼계탕에 밥 말아서 멸치 볶음이랑 먹는데....

내 참.... 고무뱀 목에 두르고 드신다. 아들아.......

엄마는 뱀이 무서버.....

울 아들은 뱀이 그저 이쁘단다.

흔들리던 송곳니도 빼고,

여자아이면 괜찮으려니 하겠는데 알고 보니 필릭스란다. 

코로나 걸린 집이.

그럼 울 아들하고 놀았을 텐데.... 싶어 검사하니 음성.

다행이다.

그래도 이틀은 집에서 지켜보라 하니 집에서 놀아야 한다.

아들아.....

눈 뜨자마자 뒷마당에 나가서 부메랑 날린다.

하나는 나무에, 하나는 바비큐 하는 지붕에 올라가서 안 떨어지네....

결국 출근하던 아빠가 내려주고.

영한 5도에 양말도 안 신고 나가서 노는 울 아들.

코로나가 아니라 감기 걸리겠네....

놀다 놀다 이젠 애기 때 놀던 레고 박스를 낑낑 들고 내려와서는 논다.....

재밌단다... 하~~~ 

아들 방 올라가 보고  한숨 한 번 쉬고 배에 힘주고

소리쳐 아들을 불렀다.

"아들~~~ 최 하겸~~~ 빨리 올라와 정리해!!!!" 

증말.......

그런데 울 아들의 대답은...

"아직 놀고 있어. 다 놀고 정리할 께"

헐~~~~~

 

갑자기 거실에서 부서지는 듯 한 소리가...

"하겸아~~ 뭐야~~~"

"딱지. 딱지 치기"

정말 심심하구나.... 다 뒤져서 놀다 놀다.

안 되겠다.

그래서 나갔다.

스케이트 장으로.

pcr 결과가 음성이고 내일 학교에 가지만 이틀을

집에서 놀려니 답답한 울 아들.

운 좋게 예약 없이 한 시간 개인 레슨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 아들 2년 전에 하람이랑 영웅광장 뒤에서

처음 스케이트 신고 걸었었는데.

그래도 2년 만에 다시 처음 신는 거라서....

하겸이는 자기가 인라인을 잘 타서 괜찮다고 했지만 그래도

아이스 스케이트는 또 다르니까.

그런데 정말 선생님이랑 40분 레슨 받더니 혼자서 너무너무 잘 탄다.

세상에... 스키바지 입힐까 하다가 안 입혔는데 잘했다.

머리에 땀이..... 얼마나 열심히 스케이트를 탔는지.

난 스케이트 타면서 땀 흘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울 아들 레슨 받을 때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오후 3시쯤 되자

갑자기 많아졌다.

피겨 스케이팅 레슨 받는 학생들을 보더니 울 아들 눈이 똥그래지고. 

신기한 듯 본다.

딸들은 10번 정도 레슨을 시켰던 것 같은데....

우리 아들은 40분 레슨 한 번으로 끝이다.

멋진 내 새끼. 

 

그런데.... 스케이트 장에 많은 사람이 들고 나는데 마스크 한 사람이

울 아들하고 나 뿐이다.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그래도 우린 꿋꿋이 마스크 쓰고,

오늘 태산이 산책을 자전거 대신 인라인. 

인라인 타고 스케이트 선생님이 연습시킨 걸 그대로 해 본다.

배 고팠구나 울 아들.

불고기 양념으로 잰 소고기에 당근, 양파, 호박 다져서

볶아 줬더니만 저렇게 3번을 더 먹었다.

보통 많이 먹어야 10여 개인데.... 

역시나 울 아들은 한 번씩 땀 흘리며 놀아줘야 한다.

울 아들의 마지막은 플로리안 이모가 주신 좋은 향기 뿜 뿜 나는 거품 목욕.

한 시간을 또 저 속에서 놀았다.

물을 다스리는 능력이 있단다. 자기는.

그러면서 어찌나 물을 손으로 쳐서 노는지.

결국 소리 지른 에미.

"야!! 최 하겸!!! 목욕탕이 물 바다야~~~~ 그만해~~~"

울 아들의 대답은....

"나 다 놀고 나면 닦으면 돼. 엄마"

맞는 말인데..... 에미는 지쳐서 이마에 땀난다.

이틀인데.... 이틀이 너무 길다.....

산드라가 보내 준 프린트하고, 기탄 수학도 아침에 제일 먼저 해버리고

하루 종일 노는데 하루가 참 길다..... 

코 골고 주무시는 아들 방 불 끄고 내 방에 오니 밤 10시 30분이네.

그리고,

드디어,

오늘 학교에 갔다.

오늘은 방과후 활동으로 체스클럽이 있다고 무지 기분 좋아서 간 아들.

토요일에 친구들을 우리 집에 초대하기로 해서 또 신나서 학교에 갔다.

토요일.....

준비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