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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곳, 이민국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2. 9. 26.

조카가 헝가리 의대에 합격을 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학업을 해야 하니 필수가 학생 거주증을 받아야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서류 접수하라 했더니만,

카톡이 왔다.

아직 생일이 안 지나서 미성년자라서 법적 보호자가 동행해야 한단다.

그래서 가기로 했는데....

가기로 한 금요일 아침 7시 40분에 전화가 왔다. 조카한테서.

"고모, 오늘 안 되겠어요. 사람이 역대급으로 많아요.

건물 밖을 돌아서 끝이 없어요."

놀란 조카의 말에 이민국 가는 걸 취소하고,

이번 주 화요일 새벽 예배 끝나자마자 집에서 출발을 했다.

아니다.

이민국에 갈 준비를 하고 새벽예배드리다가 기도할 때 출발을 했다.

운전하며 기도하면서 갔다.

6시 30분에 이민국에 도착을 했는데....

헐~~~~

내 앞으로 대충 50명은 서 있다.

버스 정류장까지 줄이.....

새벽 6시 30분인데, 도대체 몇 시에 와서 줄을 선 것인지.

게다가 아침 온도는 8도로 춥다.

겨울 파카 입고 오기를 잘 했지.

 

저 건물 안으로만 들어가면 손은 안 시려울 텐데....

아침 8시가 되어야 업무 시작이다.

그래도 8시 전에 문을 열고 들여보내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되는데.

이분, 너무 재밌다.

출근하던 직원이 버스 정류장 쪽으로 서 있던 줄을

출근하는 분들에게 불편을 준다고

반대편으로 옮겨서 줄을 서라고 해서 옮겨서 서 있었는데...

이 분이 절대 안 된단다.

주차장 쪽 문이 열려야 하니 다시 버스 정류장 쪽으로 줄을 옮기라고 화를 내신다.

 

그러더니 큰 쓰레기통 2개를 밀고 나와서는 사람들을 헤지고 저렇게 놓고는

또 화를 내신다.

빨리 줄을 옮기라고.

그래서 우린 다시 반대편으로 옮겨서 줄을 섰다.

나 포함 몇 사람이 헝가리 말로 직원이 안된다고 했다고 말을 해도 막무가내다.

 

그렇게 줄을 섰더니만 이번에는

아까 출근하던 여 직원이 다시 나와서는 왜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섰느냐며

또 화를 내고 다시 주차장 쪽으로 줄을 옮기란다.

이미 줄은 끝이 없는데....

외국인 학생 도와주러 오신 헝가리 분이 설명을 했지만 어이없어하면서

왜 자기 말을 안 듣고 청소하시는 분 말을 듣느냐며 화를 내신다.

졸지에 줄 서있던 우리만 우왕좌왕.

다시 직원 말대로 쓰레기통 쪽으로 줄을 서고.

6시 30분에 온 나는 그래도 50여 명 뒤지만 내 뒤로는 건물을 돌아 끝이 안 보인다.

내 앞의 중동에서 온 학생은 키가 아주 컸는데 끝이 안 보이는 줄을 보고 놀란 표정이다.

무슨 공부를 하느냐고 물으니 "물리치료" 공부를 하러 왔단다.

이곳은 노동비자가 아니라 학생비자를 받는 곳이라서 줄 서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다 학생들이다.

 

드디어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7시 40분에.

건물 안으로 들어오니 그제야 안심이 되고

이젠 몇 번째인지가 궁금해지고.

 

번호를 받으면서 물어보니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하신다.

1시간? 그 정도면 엄청 양호하다.

난 2시간 이상을 생각했었으니까.

번호표 뽑고 조카에게 전화를 했다.

이제 준비해서 이민국으로 택시 타고 오라고.

그리고 정말 9시 20분쯤 우리 순서가 되었고,

조카가 미리 웹사이트에 서류를 올렸기에 쉽게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모든게 느리고 느린 곳이다.

천천히 느리게 침묵속에서 ....

정말 이민국에 오면 긴장이 되고 손을 모아쥐고 겸손하게 만든다.

수수료도 웹사이트를 통해서 내라고 한다.

돈 내려고 카드 손에 꼭 쥐고 기다렸는데.

10시에 이민국 건물 밖으로 나왔다.

진짜 양호하다. 이 정도면.

새벽 6시 30분에 줄 서기를 정말 잘 했다.

나 스스로 칭찬해~~ 하면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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