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삼일절
태극기를 걸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6년의 삼일절에 내 기억에 중1 때 빼고는
삼일절 행사장에서 교복입고 삼일절 노래를 불렀었다.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같은 대한독립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 날은 우리의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강은 다시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선열하 이 나라를 보소서
동포야 이 날을 길이 빛내자
요즘 아니 오늘도 이 삼일절 노래가 TV나 라디오, 학교... 어디선가
부르고 들려지려나?
요즘은 듣기 어려우려나?
태극기 걸면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3월 1일 아침 일찍 교복 챙겨 입고 버스 타고
삼일절 행사장(보통 세종 문화회관이나 시민회관이었다)으로 갈 때마다
툴툴거렸었다.
다들 노는데 늦잠도 못 자고
어째 매번 우리 학교가 차출되서는 이 고생이냐고 그러면서 짜증 내면서 갔었다.
그리고 항상 우리 학년에서 우리 반이 안 빠지고 껴있었다.
삼일절 행사 내내 지루했다.
멍하니 앉아 있다가 순서가 되어 삼일절 노래를 합창하면 끝나고
다들 알아서들 버스 타고 집으로 갔다.
요즘은 학생들이 아니라 합창단이 부르려나?
태극기 걸면서 아침부터 내 입에서 삼일절 노래가
계속 맴돈다.
기미년 삼월 일일 정~~ 오~~~
내가 다니던 그 시절은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하고 돌아올 때면
교복 입지 말고 사복 입고 오라고 지시가 내려오고
우린 공덕동 로터리에 시간 맞춰서 모여서 출석 체크하고 하염없이
기다렸다가 대통령 차가 지나갈 때 태극기 들고 흔들고,
1시간을 넘게 거리에서 기다렸는데 대통령 차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러면 학교에서 준비한 곰보빵(소보로빵)에 우유 하나, 버스표 2장씩을
나누어 주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시절 수시로 공덕동 로터리로 나가서 근 3시간을 허비했었다.
그게 가능한 시절이었다.
내가 중,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은.
처음에는 교복을 입고 줄 서서 갔는데 어느 날부터는 사복을 입고 오게 했다.
교복 입는 시절에 태극기 들고 길거리에서 흔들어야 하는 날은 사복을 입었다.
아마도 교복들 입고 서서 무표정으로 흔드는 모습이 보기 안 좋았었나 보다.
1980년대 초 공덕동 로터리에서 태극기 대충 흔들던 내가
2022년에 헝가리에서 태극기 걸고 삼일절 노래 부를 줄이야...
그때는 상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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