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들의 이야기/하겸이 이야기

울 아들 성적표를 본 아빠가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3. 3. 10.

우리 아들 성적표가 왜 안 나오지? 계속 궁금하고 기다렸다가

선생님께 메일 보내고... 그러다 알았다.

12월 크리스마스 전에 성적표를 볼 수 있는 사이트랑 패스워드를 

보냈었는데 내가 바빠서 나중에 확인해야지 하고 너무 잘 보관하고는

잊고 있었던 것이다.

메일 보내고 나서야 생각이 났으니 어찌나 죄송스럽던지.

거의 두 달이 지나서야 우리 아들 성적표를 확인했다.

대부분 A 그리고 B 몇 개로 우수함인데.....

우리는 울 아들의 성적에 당연히 만족하고.

그러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다가

잉? 이게 뭐지?

하고 보니 지도? 지리?  세계사? 성적이 C 다.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났다.

어느 날,

"엄마, 선생님이 지구본을 돌리다가 딱! 찍으면 맞춰야 하는데 

내가 잘 못했어"

했었는데 그거구나....

어휘의 문제였다.

대서양, 태평양,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뭐 이런 거였는데.

그리고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기억도 가물가물한 

호모 사피엔스... 뭐 이런 거였는데...

에미가 신경을 안 썼더니만 성적이 그리 나온 것이다.

그런데 어미야 이미 성적이 나왔고 다음에 잘하면 되지.

이 정도도 잘한 거지 뭐.

하고 넘어갔는데,

성적표를 본 아빠가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었나 보다.

어제 퇴근하면서 큰 박스를 들고 왔는데 그 안에 큰 지구본이 

들어 있었다.

불이 들어오는 큰 지구본. 

우리 아들은 좋겠네.

아빠가 알아서 지구본도 사오시고.

아빠가 아침에 아들이랑 지구본을 보면서

아시아에서 우리나라도 찾아보고,

유럽에서 헝가리랑 우크라이나도 찾아보고.

엄마는 일찍 먼저 나가고,

아빠가 아들 아침 먹여 챙겨서 학교 보내고.

우리 아들 참 많이 컸다.

이젠 엄마가 먼저 나가도 아빠랑 알아서 준비하고 가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