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코 앞에 이 더위에 그릴 차가 있다.
난 너무 더워서 영업을 안 하는 줄 알았는데
장을 보고 나오니 웬걸? 이 더위에도 그릴 치킨을 팔고 있었다.
고민하다가 사기로 하고 가니 어라? 돼지다리도 그릴로 구워서
기름기 쏙 빼주니 남편이 좋아하겠다 싶어 샀다.
돼지 뒷다리 그릴로 구운거랑 통삼겹살 구운 것을 샀다.
집에 오는데 ....
집에 가면 울 태산이 엄청 침 흘리고 좋아하겠다
하다가...
태산이가 없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을 사거나 오늘처럼 그릴 치킨을 사가지고 가면
태산이 침 엄청 흘리면서 좋아라 하고,
난,
"최 태산~~~ 니거 아니야. 아빠랑 다 드시고 나면 줄 거야, 알았어?"
그래도 문 앞에서 달라 조르는 태산이 한테
"야. 침 그렇게 많이 흘리면 어떻게 해~~ 아예 강이 되겠다.
내 몬산다. 증말...."'
잔소리 한 바가지 쏟아놓으면서 기름 붙은 껍질 잘라서 주곤 했었다.
오늘은 잔소리를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기름기 붙은 껍질을 버렸다.
우리 태산이가 엄청 침 흘리며 좋아라 먹었을 텐데....
넘 재미가 없다. 태산이가 없으니까.
고기를 들고 집에 들어가는데 재미가 없다. 심심하다.
그냥 .... 허하다. 마음이.
내일 아침 북엇국을 끓이려고 꺼냈더니만,
북어 대가리가 있다.
아~~~ 맞다.
지난번에 태산이 여름에 끓여 줘야지 하고 모으고 있었지....
여름에는 북어 대가리, 껍질 모았다가 끓여 주곤 했었다.
북엇국 끓이면서 국물 낸 북어 대가리랑 껍질 다 버렸다.
우리 태산이 이 여름에 맛나게 먹었을 텐데.....
뭐 하나 태산이가 떠오르지 않는 게 없다.
모든 상황이 태산이와 연결이 되고,
잔소리 쟁이 에미는 말이 없어졌다.
궁시렁궁시렁 잔소리 하루 종일 해댔는데....
"야, 최태산, 한 번 정도 산책 안해도 되는 거야. 알았어?"
"야, 비오는 거 안 보여? 비오면 니가 알아서 산책 안 갈께요 해야지 응?
어째 하루에 두 번 꼭 산책을 가야 하냐고~~~"
"태산아~~~"
"태산아~~~"
하루에도 여러번 불러대곤 했었는데.
집 밖에 아예 나가지를 않는다.
더워도,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 불어도, 한 밤중 늦게 집에 와서도
태산이 산책을 하느라 하루에 두 번은 꼭 걸었었는데.
이젠 아예 나가지를 않으니 살만 찌나 보다.
못 걸어도 하루에 만보 정도는 걸었었는데....
요즘은 하루에 2천보나 걸으려나...?
그런데 태산이 없이 밖을 나가기가 정말 싫다.
무엇보다 무섭다.
대문도 안 잠그고 살았었는데,
이젠 대문도 잠그고 앞 베란도 문도 잠근다.
우리 태산이 순딩 순딩해도 등치가 커서 아무도 집 안으로
들어 올 엄두를 못 내고,
내가 괜찮다고 해도 태산이 묶거나 뒷마당으로 보내고 나서야
들어들 오곤 했었다.
우리 집 대문은 밤에도 안 잠그고 살았었는데...
이젠 무섭다.
"하겸아, 앞 베란다 잠그고 와"
자꾸만 문단속을 한다.
어디 운동할 곳 찾아 등록이라도 해야 하나...
근데 또 그런 거 안 좋아해서리.....
그냥 선선해지면 나 혼자 천천히 걸어봐야겠다.
그 때 쯤이면 우리 태산이 친구들을 만나도 괜찮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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