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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넘 재미가 없다. 태산이가 없으니까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3. 8. 25.

테스코 앞에 이 더위에 그릴 차가 있다.

난 너무 더워서 영업을 안 하는 줄 알았는데

장을 보고 나오니 웬걸? 이 더위에도 그릴 치킨을 팔고 있었다.

고민하다가 사기로 하고 가니 어라? 돼지다리도 그릴로 구워서 

기름기 쏙 빼주니 남편이 좋아하겠다 싶어 샀다.

돼지 뒷다리 그릴로 구운거랑 통삼겹살 구운 것을 샀다.

집에 오는데 ....

집에 가면 울 태산이 엄청 침 흘리고 좋아하겠다

하다가...

태산이가 없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을 사거나 오늘처럼 그릴 치킨을 사가지고 가면

태산이 침 엄청 흘리면서 좋아라 하고,

난,

"최 태산~~~ 니거 아니야. 아빠랑 다 드시고 나면 줄 거야, 알았어?"

그래도 문 앞에서 달라 조르는 태산이 한테

"야. 침 그렇게 많이 흘리면 어떻게 해~~ 아예 강이 되겠다. 

내 몬산다. 증말...."'

잔소리 한 바가지 쏟아놓으면서 기름 붙은 껍질 잘라서 주곤 했었다.

 

오늘은 잔소리를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기름기 붙은 껍질을 버렸다.

우리 태산이가 엄청 침 흘리며 좋아라 먹었을 텐데....

넘 재미가 없다. 태산이가 없으니까.

고기를 들고 집에 들어가는데 재미가 없다. 심심하다.

그냥 .... 허하다. 마음이.

 

내일 아침 북엇국을 끓이려고 꺼냈더니만,

북어 대가리가 있다.

아~~~ 맞다.

지난번에 태산이 여름에 끓여 줘야지 하고 모으고 있었지....

여름에는 북어 대가리, 껍질 모았다가 끓여 주곤 했었다.

북엇국 끓이면서 국물 낸 북어 대가리랑 껍질 다 버렸다.

우리 태산이 이 여름에 맛나게 먹었을 텐데.....

 

뭐 하나 태산이가 떠오르지 않는 게 없다.

모든 상황이 태산이와 연결이 되고,

잔소리 쟁이 에미는 말이 없어졌다.

궁시렁궁시렁 잔소리 하루 종일 해댔는데....

"야, 최태산, 한 번 정도 산책 안해도 되는 거야. 알았어?"

"야, 비오는 거 안 보여? 비오면 니가 알아서 산책 안 갈께요 해야지 응?

어째 하루에 두 번 꼭 산책을 가야 하냐고~~~"

"태산아~~~"

"태산아~~~"

하루에도 여러번 불러대곤 했었는데.

 

집 밖에 아예 나가지를 않는다.

더워도,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 불어도, 한 밤중 늦게 집에 와서도

태산이 산책을 하느라 하루에 두 번은 꼭 걸었었는데.

이젠 아예 나가지를 않으니 살만 찌나 보다.

못 걸어도 하루에 만보 정도는 걸었었는데....

요즘은 하루에 2천보나 걸으려나...?

그런데 태산이 없이 밖을 나가기가 정말 싫다.

 

무엇보다 무섭다.

대문도 안 잠그고 살았었는데,

이젠 대문도 잠그고 앞 베란도 문도 잠근다.

우리 태산이 순딩 순딩해도 등치가 커서 아무도 집 안으로 

들어 올 엄두를 못 내고,

내가 괜찮다고 해도 태산이 묶거나 뒷마당으로 보내고 나서야

들어들 오곤 했었다.

우리 집 대문은 밤에도 안 잠그고 살았었는데...

이젠 무섭다.

"하겸아, 앞 베란다 잠그고 와"

자꾸만 문단속을 한다.

 

어디 운동할 곳 찾아 등록이라도 해야 하나...

근데 또 그런 거 안 좋아해서리.....

그냥 선선해지면 나 혼자 천천히 걸어봐야겠다.

그 때 쯤이면 우리 태산이 친구들을 만나도 괜찮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