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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체리, 그리고 이제 시작하는 한인회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4. 6. 10.

한 달 전,

신랑이 체리가 어마어마 많은데 한국 분들에게 소개해서 팔아 줄까?

해서 그러지 뭐.

했다.

그리고 체리 가격이 처음에는 1,600 포린트로 오더니 다시 1,000 포린트로

알려 왔다. 체리 1kg에 천 포린트라고.

시중에서는 괜찮은 체리는 1kg에 3,000~3,800 포린트에 판매가 되고 있어

너무 싼대.... 맛이 없으면 어쩌지... 은근 걱정이 되었고,

하루 걸러 비가 와서 원래 계획보다 2주나 늦어진 어제 드디어

체리 판매를 했다, 한인학교 앞에서.

아침 8시 30분부터 11시까지 판매한다고 한인 단톡방에 몇 번에 걸쳐

안내를 했고, 아는 지인 몇 분에게 미리 말씀드리고 주문도 받고.

600여 kg의 체리가 왔다.

토요일 체리를 팔기 위해서 금요일 하루 종일 인력을 동원해서 체리를

따고 있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원래 계획보다 빨리 8시 10분부터 체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헝가리 분들도 체리가 1kg에 천 포린트라고 하니 줄을 서서 체리를 

사가지고 가시고, 한 분은 산책 나왔다가 돈이 부족하다 하니 그냥 체리를 

주신다. 이런 인심이 참 기분 좋다. 

그런데 9시가 되니 한인학교에 등교시키러 오신 부모님들로 줄이 길고,

10시 30분에 모두 돌아가시니 원래 11시까지 판매한다 했지만 남은 6박스를

남편이 모두 사고, 그분들은 지방으로 돌아가셨다.

그런데 너무 바쁘고 계산이 쉽지 않아 남편이 도와준다며 함께 하면서

박스 무게를 안 빼고 계산하는 실수가 생기고, 무게 착오가 생겼다.

나중에 착오가 생긴 양은 우리가 가져온 것에서 드릴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고.

이럴 때는 통 큰 울 신랑이 고맙다. 

저녁에 한인회 준비로 오신 분들도 드리고, 조카들도 주고, 그리고 월요일에 

직원들도 모두 한 아름 체리를 안겨 주고.

하은이는 월요일에 병원 출근할 때 체리 씻어 가져다가 간호사실에 드리라고 했다.

그러면 50여 kg 체리가 다 소진된다.

체리가 정말 좋다.

맛있고 단단하다.

모두들 체리가 맛있다고, 그리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카톡을 주시니 번거롭고 살짝 긴장되었던(돈이 오가니)

부분이 해소되고 기분이 좋아졌다. 

30도가 넘는 더위에 남편은 잔디를 깎고,

불을 피운다.

한인회 출범이 이제 2주 뒤로 다가와서 의논할 일이 너무 많다고,

오늘 저녁 임원들이 모두 모여서 회의를 한단다.

1989년에 헝가리가 한국과 외교를 맺고 한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헝가리는 한인회가 없었다.

사실 여러 번 한인회 이야기가 나왔지만 특별히 필요성을 못 느꼈고,

헝가리에 들어온 1세대가 나서지를 않으니 지금까지 한인회가 없었다.

그런데 현재 장기 출장자까지 만 명이 넘는 한인이 있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들이 좀 많이 생기고, 현실적으로 한인회가 있어야 할 필요성이 

생기면서 작년부터 준비를 했고 2주 뒤에 정식 헝가리 한인회가 출범을 한다.

가족들도 함께 하면서 아이들이 온다 해서 급히 크림 떡볶이를 추가로 

만들고,

남편은 더위에 열심히 고기를 굽는다. (이 사진은 다른 분이 찍어서 올린 사진을 다운로드했다.)

오전에 바빠서 후식이 체리 밖에 없었는데,

아이스크림 케이크랑 케이크, 음료수를 준비해 오셔서

풍성한 디저트가 되었다.

 

식사할 때는 선선하게 바람도 불고,

임신했다 해서 축하했는데 2년이나 지나 아장아장 걷는

왕자님이 되어 나타나니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가족으로 모이니 함께 소식도 듣고, 아이들 자라는 것도 보고

참 감사한 시간이었다.

해가 지고 우린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닌텐도 게임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밖에서는 계속 이어지는 회의, 회의.....

그렇게 밤 10시 30분이 되어서야 끝났다.

잘 준비해서 헝가리 한인회 출범이 순조롭게 순항하기를 바란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서 사이좋은 사람들도 있고,

서로 불편한 관계인 사람들도 있고(우리도 마찬가지지만) ,

처음에는 함께 하겠다고 했다가 시간이 좀 지나서는

안 하겠다고 발을 빼는 사람도 있다.

처음 시작하는 한인회라서 부담이 있는 것이다.

섣불리 발 들여 놨다가 구설수에 오르면 어쩌나 하는 것도 있을테고,

서로 불편한 관계인 사람이 있다면 그게 싫어서일 수도 있을테고,

사실 한인회는 특히나 이제 시작하는 한인회는 봉사다.

무엇하나 이익볼게 없는 봉사직인 것이다.

나중에 한인회가 자리잡고 한인회를 통해서 사업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현재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부담이 되는게 

사실이다.

 

어제 모인 분들에게,

어려운 짐 함께 지고 시작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멀리서 지켜보려고 하고, 잘 되면 그때 생각 좀 해보고.. 식인데

앞에 나서서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했다.

긍정적인 분들도 많지만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사실 좀 있다.

그래서 부담을 가지고 함께 시작하는 분들이 참 감사하다.

사실 남편이 많은 분들에게 직접 전화도 하고 부탁도 드렸지만,

다들 본인들 일이 바쁘고, 행여나... 싶어 거절이 더 많았다.

남편도 자기 사업도 바쁘고 옥타 일도 많고, 평통 일도 있어서...

한인회까지 하게 되어 원래 시간이 없는 사람이 더 바쁘고 힘들다.

 

오래전에 몇 번 한인회 이야기가 나올 때는 어르신들이 계시니 남편은 

도와드리면 되지 나서지 않으면 좋겠다 했었다.

아니 절대 앞에 나서지 말라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럴 수가 없다.

한인회는 시작해야 하고 누군가는 말을 듣더라도 나서서 조직을 만들어 놓고

빠져야 했기에 남편이 해야한다면 하라고 했다.

당신이 욕을 먹더라도 시작하고 다음 회장까지 잘 넘겨주는 일까지만 하고 

빠지면 좋겠다고 했다. 

시작은 어쨌든 교민이라면 교민인 오래된 사람이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잘 조직을 만들어 놓아야 다음부터 회장이 바뀌어도 더 발전적으로

한인회가 유지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비엔나 한인회를 보면서 한인회가 문제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점도 있구나

싶었다. 긍정적인 부분을 비엔나에 가서 만나 뵐 때마다 느꼈다.

물론 비엔나는 정말 교민들이고 헝가리는 이제 교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아직도 어느 때가 되면 헝가리를 떠날 거라고, 돈 벌면, 나이 들면, 애들

크면 돌아갈 거라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곳이 이곳이라서 좀 다르긴 하지만.

바람은 그저 한인들의 어려움이나 곤란한 일이 생길 때 도움을 주고,

한인들의 복지에 힘쓰는 긍정적인 한인회가 되면 좋겠다는 것이다.

자기들 사업도 바쁜데 시간 내어 한인회 일을 나서서 해주시는 임원들이 

그저 고맙고 고맙다.

종교들은 다르지만 그들의 손으로 하는 일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마음속으로 축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