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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산책 대신 골프장에서 걷기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4. 6. 12.

매일 아침과 저녁 태산이랑 같이 1시간 30분 이상 걸었는데,

태산이가 없으니 산책을 안 한다.

아니 못 한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듯.

혼자 공터를 나가기 싫고 공터 뒤로 한적한 길을 걷기가 무섭다.

햇볕을 쬐고 있던 뱀을 만나고는 너무 무서워 다시는 산책을

안 나갔다.

특히나 공터나 산쪽으로는.

그러다 아는 동생이 골프 배워 같이 하자는 말에...

울 하겸이 혼자 골프 안 하고 싶다는 말에... 시작한 골프가,

울 태산이 떠나고는 산책대신 걷기 운동에 이리 좋을 줄이야.

혼자 9홀 나가보니 너무 좋았다.

천천히 나 혼자 치면서 걸으면 1시간 30분 정도.

일주일에 한 번은 동생이랑 같이 치고,

수업이 없는 요즘은 나 혼자 나가기도 하는데,

이 날도 나 혼자 한다고 예약을 했는데 가보니 헝가리 

아저씨가 악수를 하며 자기소개를 한다.

나랑 둘이 한다고....

낯선 사람과 함께 하는 거 좀 부담되지만...

처음이다. 낯선 사람 그것도 잘 치는 아저씨랑.

먼저 앞서 가라 했더니만 우리 앞에 부부가 있어서 천천히

하면 된다고 오히려 안심시켜주고.

그런데 그 부부 앞의 여성 세 분이 그 부부를 먼저 보내고 나서

3분이 치시니 우린 많이 기다려야 했고, 그 사이 우리 뒤 남자 두 명이 온다.

우린  드라이브하지도 못하고 계속 세 분이 멀리 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결국 4명이 하게 되었고, 다음 홀에서 난 먼저 가겠다고 빠졌다.

남자 세 분이 너무 잘해서...

나 혼자 치고 싶어 예약을 했는데 어쩌다 보니 남자 3명이랑 치는 불상사가

생겼다.

내가 느리다고 뒤 팀을 앞서 보내면 안 되겠구나..

그러면 도미노처럼 밀린다는 것을 알았다.

하겸이랑 둘이 칠 때 뒤에 바로 우리 뒤에서 혼자 치시는 분을

앞서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 뒤가 없어 다행이었지만...

이 번주 화요일,

지난번처럼 누가 같은 시간에 예약하고 함께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없었다.

내 앞에도 없고, 내 뒤도 없고,

월요일에 비가 왔고 화요일도 비가 올 거라는 예보에 많이들

안 나왔나 보다.

어찌나 좋던지...

쉬엄쉬엄 나 혼자 골프장 다 예약한 듯이 천천히 걸었다.

이런 산책 너무 좋다.

골프장에서 혼자 치는 게 이렇게 좋을 줄이야.

태산이 없으니 산책을 못해서 답답했는데.

골프장이 이젠 나에게 산책코스가 되었다.

잘 치고 못 치고 스트레스 별로 안 받는 나는 스코어 계산 당연히 

안 하고, 산책할 때처럼 한쪽 귀에만 이어폰 꽂고 목사님 말씀

들으며 걸으니 너무 좋다.

이 날도 골프 치면서 만나 교회 김 병삼 목사님 말씀을 많이 들었다.

우리가 처음 이숲 교회에서 예배드릴 때 담임 목사/ 집사/ 장로.. 이런 거

하지 말자 했었는데 그때 나온 말이 목사님은 "동산지기"는 어떨까..

했었는데 만나 교회가 교역자들을 "동산지기"로 부른단다.

어찌나 반갑던지.

게다가 이숲 교회라고 이름을 부르면서 나무를 이용한 명칭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지만 지금 사람도 없는데... 그냥 성도로 하고 있다.

그런데 만나 교회가 나무 모임으로 부른단다.

헐~~~ 통했어, 통했어. 

이런 통함이 나 혼자 기분 좋아 어깨를 들썩이며 신나서 골프채 휘두르고.

말씀이 너무 좋아 그렇지. 그치. 그럼~~ 그럼~~ 하면서

사람 없는 골프장에서 나 혼자 신났다. 

 

https://youtu.be/odbgQvQM5QE?si=j4kVwlSmoXRtJnEU

김 병삼 목사님, 이 재철 목사님, 유 기성 목사님...

신학생들에게, 목사 안수 받은 젊은 목사들에게 참 귀한

말씀을 전하시는데...

목회 현장에서는 왜 달라지는지......

안타깝다. 

 

https://youtu.be/iOEP3ITf5Gk?si=yxYB-8x1pi18VWBj

 

 

이 말씀 들을 때 주황색 공 잃어버리고 하얀색 공으로 바꿨다.

말씀을 들으며 골프 치니 넘 좋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러겠지.

어떻게 골프 치며 설교를 듣냐고...

골프에 집중하라고.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면 안 된다고.

한쪽 귀에만 꽂고 있어 다른 사람 소리 정도는 들리고

방해 안 되게 눈치껏 중간에 빨리빨리 움직여서 이동한다.

무섭지 않고 운동도 되면서 걷는 게 목적이니까.

울 아들 방학하면 아들이랑 매일 나가자고 했다.

아들이랑 같이 나가면 설교는 못 듣지만 또 아들이랑

많은 대화를 하면서 걸으니 좋다.

내 나이 곧 60에 골프를 시작하고

걸으니 감사하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