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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은이 이야기

하은이의 아픔(헝가리에서의 생활)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6. 11. 25.

하은이는 오늘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라서 저를 따라서 영어학원에 같이 갔습니다.

지하 카페에 혼자 앉아서 내일 있을 시험공부를 하고,

저는 2층에서 영어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언제 저렇게 커서 혼자 엄마를 기다려주는 하은이가 대견하였습니다.

 

외국에 살면서 영어학원에 다니는 다른 분들을 보면서 많이 부러워했었습니다.

나는 언제 아이들 다 키워놓고 다니나 하면서 말이죠.

다 끝나고 아이와 함께 작은 아이 학교에 일찍 도착하여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은이가 울먹이며 뒤에서 말하였습니다.

"엄마, 지금 나오는 저 언니가 나를 많이 놀렸어." 하며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좀 당황스럽고 1년이 다되어 가기에,

"하은아 옛날 일이야, 다 지났잖아. 아직도 울면 어떻게 해?"

하며 아이를 다그쳤습니다.

 

그런데 또 하은이가 울면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지금 나오는 뚱뚱한 언니는 나를 자꾸 때렸어."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그때 엄마, 아빠에게 말했어야지. 그래야 엄마 아빠가 학교에 가서

말하고 그 언니 엄마, 아빠에게도 말해서 하은에게 사과하라고 했을 거 아냐?"

하은이 말이

"선생님에게 말했는데 선생님은 괜찮다고 하고 야단을 안 했어" 하며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작은아이 반의 쌍둥이가 나오자

"엄마, 저 쌍둥이 언니는 자기 친구랑 같이 나하고 브리깃 다(착하지만 약간

지능이 떨어지는, 그래도 참 순하고 예쁜 아이입니다.)가 놀면 공을 던지고

놀리고, 자꾸 때리고 했어. 그래서 나는 정말 싫어."

하며 몸서리를 쳤습니다.

 

그리고 하은이랑 예전에 같은 반이었던 남자아이가 자기 동생이랑 나오자

더 서럽게 울면서(목이 메어 말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

"엄마, 저 아이는 나를 도와주다가 오히려 맞았어"하는 것이었습니다.

 

큰아이는 성품이 참으로 예쁘고 아름다운 아이입니다.

남을 잘 도와주고 챙겨주는, 그리고 기쁨 마음으로 나눌 줄 아는 천성이 고운 아이입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같은 유치원에 있는 신체장애,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아이를

짝이 되어 항상 도와주고 함께 손을 잡고 야외활동을 다니는 아이였습니다.

 

한 번은 1학년 때 같은 반에 심한 소아마비 집시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아무도 도와주지를 않아서 항상 하은이가 도와주느라 힘이 든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은아, 힘들면 안 해도 괜찮아"하였더니,

하은이 말이

"근데 엄마,

다른 아이들이 못든나봐.

근데 나는 써니(소아마비 친구)의 목소리가 너무나 잘 들려서 가만히 있기가 힘들어.

물 달라, 빵갖다 달라, 연필꺼내달라,휴지를 갖다달라 그런데 귀에 들리는데

다른 아이들은 안 들리나 봐. 어떻게 해. 자꾸 들리니까 해줘야 하고 그러면 나는

친구랑 놀 시간이 없어."

하던 심성이 고운 아이였습니다.

 

또 한 번은

6살 때 유치원에서 소풍을 가거나 산책을 가거나 발표회를 하거나 등등

항상 신체장애를 가진 티비와 손을 잡고 가는 것을 보고 저는 혹시

외국 아이라서 그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하은이에게 물었습니다.

"하은아, 너 도미니크 좋아하잖아. 그런데 왜 항상 티비와 손을 잡아.

혹시 선생님이 짝꿍을 해주시니?"

하였더니

하은이 대답이

"엄마, 오늘 아침에는 도미니크랑 짝 했는데 아무도 티비랑 손을 안 잡잖아.

그러면 티비는 혼자서 걸으면 자꾸 넘어지거든. 꼭 누구랑 같이 손잡아야 하는데

어떻게 해. 엄마 그래도 난 괜찮아. 놀 때는 도미니크랑 잘 놀아."

하는 속 깊은 아이입니다.

 

지금도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한국 아이를 영어학교에서 얼마나 잘 도와주는지

그 아이가 학교에서 어려운 일이 생기자 선생님에게 하은이 이름을 대면서

그 누나가 자기를 도와줄 거라고 이야기하여 수업 중에 가서 도와주었다며

그 부모님이 감사를 표해와서 저희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하은이에게 이런 아픔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깊은 상처로 아직도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미련한 에미는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하은이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다음에는 꼭 엄마, 아빠에게 그때그때 이야기할 것.

너를 힘들게 한 아이들은 가정이 화목하지 않고

부모들이 이혼하거나, 경제적으로 힘들며 부모의 보살핌이 부족한

아이들이니 하은이가 불쌍하게 생각할 것.

그리고 사회적으로 천대받는 집시니까 하은이가

더 너그럽게 용서해주었으면 좋겠다고요.....

 

그러면서 이 깊은 시간에

부족한 에미는 가슴이 너무 아파 잠을 못 자고 이 글을 씁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미웠을까.......

 

얼마나 상처가 깊으면 학교를 옮긴 지 1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괴롭힌 그 아이들을 보면,

그때의 분노가 그대로 살아나나 싶어서....

 

이에 미는 자꾸만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하고.......

 

그리고 하은이에게 말합니다.

 

하은아,

다시 그런 아이가 혹시 생기면

엄마에게 바로 이야기해.

전화로 바로 일러.

엄마가 가서 마구 혼내줄게.

그리고 꼭

하은이에게 사과하라고 할게.

알았지?

 

자꾸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때 바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

후회되고........

 

혹시 싶어 하은이에게 물었었습니다.

하은아,

지금이라도

아빠 보고 학교에 오시라고 해서

그때 그 아이들 보고 하은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라고 할까

하니까

하은이가

"응"

한다.

 

정말 그럴 수 있다면 하고 싶습니다.

 

이 일이 우리 하은이에게 좋은,

성장에 거름이 되는 경험으로

바꾸어 주시길 기도합니다.

 

하은아.

엄마가 매일 기도한단다.

우리 하은이, 하빈이 좋은 친구.

좋은 선생님 만나는 복을 주시길

기도드린단다.

 

걱정하지 마.

엄마가 부족해서 못하는 것

하나님께서 우리 하은이, 하빈이 지켜주시잖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