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와 오스트리아 국경의 아울렛매장

토요일 아침.

늦은 아침을 먹고 아이들은 책을 보고 난 컴퓨터를 하다가 어딘가를 가고 싶어졌다.

항상 "어디 나갈까?"하고 나가면 테스코나 오숑에 가서 장보는 것이 다였는데

오늘은 그러고 싶질 않다.

그래서 남편이 지나가며 말한 비엔나 아울렛을 가기로 하고

서둘러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여권챙겨서 오후 1시 30분에 출발을 했다.

부다페스트에서 200KM정도 떨어져 있다.

헝가리 국경을 넘어 조금만 비엔나 방향으로 가면 판도르프에 아울렛 매장이 있다.

마치 놀이 동산처럼 아기자기 한 집들이 파스텔톤의 옷을 입고 늘어서 있어서

고속도로에서도 눈에 확 띈다.

오스트리아에 있지만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평일에도 북적거리는 곳이다.

이젠 관광버스로 여행객들도 모여든다.

 

생일날 핸드백사라고 남편이 준 유로를 챙겨서는 들뜬 마음으로 물2병만 들고

출발.

 날씨가 너무나 좋다.

난 짚을 엮어 놓은 저 모습이 참좋다.

처음 볼 때는 너무나 신기해서 한참을 넋을 놓고 보았다.

기계가 지나가면서 똥을 싸는 것처럼 한덩어리씩 저렇게 말아 놓으면

나중에 우리네 볏짚 쌓아 놓는것처럼 쌓아놓고 겨울동안 가축 먹이와 가축 우리의

깔개로 사용한다.

평야의 저 모습을 볼때면 내가 유럽에 있다는 실감을 한다.

 

 고속도로가 뻥 뚫렸다.

우리가 늦게 출발한 것을 알았나 막힘이 없다.

 가다가 아이들하고 탄성을 질렀다.

잊고 있었는데 이만 때쯤이면 고속도로 양옆으로는 해바라기 밭이 엄청나다.

지금이 제일 이쁠때이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해바라기밭.

갑자기 나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갔다가 맘에 드는 것이 없어도 이렇게 잊고 있었던 해바라기 밭도 보고

말아 놓은 짚단도 보고 차도 안막히고 기분이 자꾸만 좋아져 괜찮을 것 같다.

 휴가 철인데도 국경도 안막힌다.

EU가입국의 마지막 국경이라서 항상 차가 밀리는데 오늘은 국경도 기다림 없이 통과.

정말 웬일이다냐??????

 드디어 아울렛 매장에 도착하였다.

고속도로와는 달리 주차장이 꽉차고 사람도 많다.

1시30분에 출발하였는데 도착하니 오후 3시가 조금 넘었다.

정말 빨리 왔다.

 

 화장실 먼저 간다고 들어가던 딸들이 걸음을 멈추고 엄마를 부른다.

이런!

구슬아이스크림과 젤리 코너가 새로 생겼다.

가격을 보니 헝가리보다 많이 비싸다.

그래도 어쩌나 그냥 지나칠수는 없고.....

할 수없이 아이들 키만큼 길은 젤리 하나씩 사서 들려주고,

구슬 아니스크림은 헝가리 돌아 갈때 사주기로 하고는

매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찾다 보니 조금씩 옆으로 늘려나가서 이젠 너무나 넓어졌다.

우린 그 많은 매장을 다 둘러보지는 못한다.

항상 발리.아이그너.나이키.폴로.에스카다 정도만 둘러보고는 온다.

한국에도 아울렛 매장이 생겨서 고속도로가 막힐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하는데

여긴 밀릴 정도는 아니지만 평일에도 꾸준히 사람들이 찾는다.

 

 

 식당은 정말 맛이 없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맛있게 먹어줄 수가 없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데 어떻게 이렇게 맛이 없게 만들수가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여기서 안먹고 국경 통과한 후에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사먹는다.

오늘도 우린 햄버거로 저녁을 먹고 장봐서 들어 가기로 했다.

만약 간다면 차라리 아이들 놀이터 옆에서 파는 샌드위치가 오히려 먹을만 하다.

 남편이 준 돈으로 핸드백을 샀다.

핑크톤의 부드러운 촉감이 좋은 가방인데 약간 작기는 해도

정장에 잘 어울릴것 같아서 샀다.

맘에 들어서 또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가 나온다.

 

정말 신이 난것은 남편의 구두를 산것이다.

언제나 아이들과 내것을 사주느라고 자신의 것은 잘 안사는 남편이다.

오늘은 구두와 와이셔츠를 샀다.

그렇게 사라고 사라고 해도 괜찮다며 낡은 와이셔츠를 그냥 입는 사람인데

체중도 늘어서 새 와이셔츠가 필요했었다.

오늘따라 말도 잘 듣고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항상 난 남편에게 사라하고 남편은 아직은 신을만 하다,입을 만 하다 하면서

안사고 그런 실갱이로 조금 짜증을 내곤 했었다.

오늘은 와이셔츠도 사고 구두도 사고.

맘 같아서는 벨트도 새로 사면 좋을 텐데 그건 나중에 산단다.

내 눈에는 벨트도 많이 낡았는데....

가을에 남편 생일선물로 사주어야 겠다.

아빠 옆에서 하은이는 색도 골라주고 아빠가 물어보면 자기 의견도 말하고

정말 코디네이터 같다.

제법 물건도 잘 고른다.

남편도 자꾸만 하은이의 의견을 묻는다.

나중에 아빠의 좋은 친구가 되겠다 싶다.

 

왕복 400KM를 와서는 남편이 아무것도 안사고 그냥 가는 날이면 기름값만 

아깝고 시간도 아깝고 했었는데 오늘은 참 좋다.

특히 남편은 발 볼이 넓고 발이 두툼해서 헝가리에서는 구두사기가 참 힘들다.

헝가리 남자들은 발이 길쭉하고 얇은 가보다.

모든 구두가 다 그래서 남편은 발리에서 사면 그래도 맞는 것이 있다.

그걸 아는 나는 올때마다 맞는 것이 있는지 자꾸 신어 보라하고

맞는 것이 있으면 다시 오기 힘이드니 온김에 꼭 사라하고....

오늘은 가격도 세일을 많이 해서 남편 맘에도 꼭 드나보다.

 

아이들과 약속한대로 구슬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주고 주인 따라 온 얌전한 개들

구경을 했다.

어쩜 저렇게 얌전한지 모든 개들이 매장 밖에서 얌전히 앉아서 주인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짓는 개는 하나도 없다.

참 이상하다.

어떻게 저렇게 점잖을 수가 있지?

하은이가 다음에는 미아를 데리고 오잖다.

솔직히 난 자신이 없다.

정신 없이 펄쩍펄쩍 뛰어 다닐 녀석 생각하니 생각 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또 얼마나 시끄럽게 짖어 댈까 생각하니 머리가 절래 절래.

 

작은 아이가 배가 고프다 하여 5시가 좀 안되어 헝가리로 출발을 했다.

오다가 국경 넘어 부다페스트를 90KM  남겨두고 맥도날드가 있다.

거기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오숑에 가서 장을 봐가지고 오니 9시가 넘었다.

 

1년에 3-4번 멀리 드라이브 삼아 이렇게 오늘처럼 다녀온다.

구경도 재미있고 어쩌다가 정말 싼 옷들도 있어서 아이들 옷을 운좋게 살때가 있다.

폴로에서 10-20유로를 주면 블라우스,바지,치마등 아이들 옷을 살수가 있다.

정말 예쁜 청반바지도 9유로, 청자켓은 23유로를 주었다.

 

그런데 오늘은 폴로 매장이 문을 닫았다.

8월초까지 문을 닫는 단다.

 

헝가리에 여행을 왔다가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간다면'

아니면 비엔나에서 헝가리로 들어 온다면  

한번쯤 들러 볼 만한 곳이다.

 

토요일 오후에 기분 좋은 드라이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