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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남편의 위로 저녁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9. 24.

토요일 오후 가족이 주말 장을 보러 나갔다.

오랜만에 이케아도 구경하면서 크림색 커튼도 싸게 사고

하은이 방의 스탠드도 샀다.

장을 보는데 남편이 생선 파는 곳에서 연어 머리를 구입했다.

내일 숯불에 구워준다나...

주일 예배를 드리고 와서는 남편 손놀림이 바쁘다.

어제 사다 놓은 연어 머리와 뼈를 손질하고 씻고 소금뿌리고.

비린내가 생각보다 많이 안 난다.

싱싱해서 그런가 보다.

예전에는 참 많이 해 먹었는데.......

 열심히 손질하는 남편 사진 찍고 난 여기저기 블로그 마실 다니고.

괜히 신난다.

이런 게 많이(?) 샀는데 4.000원 정도 주었다.

연어 머리 큰 거 4개와 뼈 4개에.

그리고는 아이들 준다면 밤을 손질한다.

오븐에 구워서 저녁 간식으로 준다며......

이때도 난 뉴스 보며 여유를 즐기고.

고럼~~~

오늘은 마누라를 위하여 저녁 준비를 한다는데 내가 나서면

방해하는 것이니 이렇게 한량처럼 놀아주어야

남편의 수고가 빛나는 법이지. *^ ^*

 그러다가

국수나 끓여 볼까~~ 하고 국물을 울렸다.

하빈이 가 좋아하는 온소바로....

양파. 멸치. 표고버섯. 다시마. 간장. 가다랑어. 그리고 맛술로...

 냉동해 둔 호박을 꺼내어 볶고 계란지단(실수다. 계란을 삶았어야 하는 건데...)

그리고 국물 내었던 표고 꺼내어 채 썰었다.

 그리고 이웃인 (이르드에 유일한 우리 말고 한국 가정인 나집사님 댁) 집사님을

초대하고 언제 놀 수 있느냐며 보채는 아이들의 희망에 힘입어

옆동네 디오시드의 유리네를 초대했다.

그저 연어구이에 국수나 말아먹자고.

한가로운 저녁이 참 좋다.

기분에 와인도 한병까고 크리스털 잔도 꺼내고....

 오븐이 아닌 숯불에 구워서 인지 다른 날보다 훨씬. 훨씬 더 맛있었다.

바삭바삭하고 기름기 빠져서 느끼하지 않고...

아무튼 신랑은 고생했지만 오늘 연어머리 구이는 대 성공!

 얼마 전 남편이 퇴근하는 길에 연어가 너무나 싱싱하여 사 왔다면서

작은 토막으로 손질하여 냉동고에 넣어 두면서

 "언제든 먹고 싶을 때 하나씩 꺼내서 먹어"했었는데 오늘 그 빛을 발한다.

이렇게 국수에 김치. 그리고 연어회와 연어 구이로 와인을 곁들여 저녁을

보냈다.

그런데 신랑이 텃밭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고추를 따와서는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시작은 유럽식이더니 마지막은 항상 한국식이다.

고추와 고추장으로 마무리를 하니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이다.

 하빈이 와 혜린이는 채석장에 왔나.

벽돌로 작은 돌을 깬다.

보석을 찾아서 보석을 가공한다나 어쩐다나....

손가락 조심하라 이르고 내일은 바지 주머니를 뒤져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냥 세탁기에 들어가서 돌들과 함께 빨래가 섞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우당탕 우당탕.

나중에 혼까지 난다.

자기의 소중한 보석을 세탁기에 돌렸다나?

세상에 돌을 세탁기에 깨끗이 빨아 줬으면 고맙다고나 할 것이지....

해가지고 어두워지는데 남편이 오븐 속의 밤은 어찌 되었는지 묻는다.

에구머니나..

깜빡 잊었다.

그래도 타지는 않았다.

아이들 보고 까먹으라고 그냥 주고 한 바가지 들고 나와서

정말 밤이라 부르기 민망한 작은 밤알을 열심히 깠다.

 

저녁 손님들 돌아가시고 아이들 씻기고 재우는데

난 설거지를 하고 남편이 청소기를 돌려준다.

보통 손님이 많이 온 날은 밖의 상치우는 것과 안의 청소기는

종종 남편이 도와주었었다.

오늘은 하나도 힘들지 않고 손님이라 명하기도 민망한 가까운 이웃과

함께한 저녁인데도 남편이 열심히 청소기를 돌려주니 고맙다.

거기다 애프터서비스로 연어를 구웠더니 온 동네 파리들이 다

우리 집으로 외식을 왔기에 파리 잡는 것까지 완벽하게 끝내고

아래 사무실로 내려간 남편.

 

그제사 난 뒷정리 다 끝내고 욕조에 물 받아 읽던 책 들고 들어가 앉아

반신욕을 했다.

오늘 하루가 참 느린 속도로 지나갔다.

보통은 내가 끌려가듯 정신없이 하루가 가는데

오늘은 꼭꼭 짚어가며 하루가 지나가 느낌이다.

 

토요일밤 우울해하는 마누라 기분 풀어 주느라 열심히 봉사한

남편에게 고맙고 그래서 기분이 많이 풀어졌다.

딸들아!

꼭 아빠 같은 사람 만나서 결혼해야 한다. 알았지?

두 딸은 언제나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아빠 같은 사람하고 결혼할 거라고...

제발 그래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