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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하빈이네 믿음의 여정/헝가리 밀알 활동

코끝이 찡한 날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10. 12.

3개월 만에 외르보찬을 갔다.

너무 오랜만에 가는 길이라 설레고 좀 흥분이 되었다.

우리가 갈 때면 항상 문 앞에 나와서 서성이며 우릴 기다리던

수영선수(우린 그렇게 부른다.)가 안 보인다.

우리가 오는 것을 모르나......?

오늘도 여전히  저 자리에 보따리 들고 앉아 계신 분.

처음 가족이 이 시설에 데리고 와서는 저곳에 앉혀 놓고 가셨단다.

그다음부터 아침에 눈을 뜨면 보따리 들고 저 자리에 앉아서

하루를 보내고 점심 먹고 또 저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혼자 무언가를 외우는지.

혼잣말을 하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방으로 들어가신단다.

볼 때마다 마음이 시리다.

오늘도 여전히 저 자리에서 중얼중얼 무언가를 외우신다.

마음이 아프다.

오늘은 선교사님 포함 11명이 방문을 했다.

오늘은 사과, 포도를 사고 단원중 한분이 기증한 청소기를 가지고 갔다.

당연히 청소기는 있겠지만 좀 낡았겠지... 했는데 청소기가 없었단다.

어찌 하나님께서 이리 준비하여 주시는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작년 이맘때 우리에게 필요한 물품을 적어 주셨었는데

디지털카메라만 남고 다 해드렸었다.

오늘은 디지털카메라를 선물로 가지고 갔다. 그렇게 1년 만에 필요하다는

물품을 모두 해드렸다.

이 또한 하나님의 은혜이다. 어찌 우리가 할 수 있었겠나..... 참으로 감사하다.

꺼띠 원장 말씀이  너무 낡은 이 시설을 현대적이고 쾌적하게 보수하는데

25년을 잡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후원계좌를 만들었다며

팸플릿과 함께 보여주신다.

중부 독일 밀알에서도 부엌 보수에 필요한 경비를 보태고 싶다고

의견을 밝혔었는데 참으로 잘되었다.

조금씩 모아서 천천히 시설을 고치겠다는 생각이 부담을 주거나

조급해 보이지 않아서 좋게 생각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이라도 단축이 되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든다.

우리와 연결된 여성 그룹으로 들어가자 찬양소리가 밖까지 들린다.

그런데 오늘은 안 보이는 얼굴들이 많다.

물어보니 집에 방문차 갔기 때문이란다.

우리 온다고 과일과 과자, 그리고 커피와 음료수를 준비해 놓으셨다.

에구 미안하게......

전에는 못 보던 것들이다.

색칠하며 공부한 것들을 벽에 이렇게 붙여 놓았다.

봄에 찍었던 사진을 현상하여 선물로 드렸더니 어린아이처럼 무지 좋아하신다.

오늘은 미술을 전공한 단원이 그린 밑그림에 색칠을 하면

나무 빨래집게에 붙여 주는 작업을 했다.

정말 열심히 색칠을 한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혼자서 색을 못 칠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단원들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만들었다.

주문도 다양하다. 기차를 그려달라, 꽃을 그려달라, 왕관을 그려 달라.....

빨갛게 칠한 손톱이 너무나 곱다.

어쩜 손이 이리도 고운지.....

지난번에 왔을 때 립스틱을 발라 달라고 하는데 미처 준비를 못해 갔기에

이번에는 손톱과 함께 립스틱도 발라 드렸다.

역시 마음은 소녀다.

립스틱 바르고 수줍게 웃는다.

풍선 왕관 쓰고  꽃을 들고 꽃보다 더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아름답다.

 

언제나 안고 말없이 웃기만 하던 수영선수가 조용히 와서는

사진을 펴 보이며 묻는다.

"왜 이 사람 안 왔어?"보니  여름에 서울로 귀국한 두 집사님이다.

그래서 그렇게 우울했구나......

"한국, 서울로 갔어요" 했더니 이해를 했는지고 개를 끄덕끄덕하는데

얼굴 표정이 어둡다.

그랬구나. 기억하고 있었구나.

우리가 왔는데 아무리 찾아도 두 분이 안 보이니 이상했구나.

마음이 찡해 온다. 우린 생각도 못했었는데.....

 

두 집사님은 유난히 아이처럼 맑게 웃고 이분들을 잘 안아주고

행여 이분들이 상처받을까 조심하며 존중해주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분들이었다.

기다리고 있었구나...... 어쩌나...... 이제 못 오시는데.

오늘따라 하늘도 높고 청명하며 맑은 날. 돌아오는 마음이 찡하다. 

두 분 집사님께 메일을 드려야겠다.

그분들이 보고파하고 기다리고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