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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 가족여행/헝가리여행

헝가리 유조차? NO~~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10. 16.

 유조차 같지요?

NO NO~~~~

똥차랍니다.

며칠 전 뒷마당 물탱크를 확인해 보니 물이 꽉 찼다.

헝가리는 아직도 큰 도시의 중심지만 하수도가 되어있고,

지방이나 도심 외곽은 하수도가 없다.

그래서 집집마다, 건물마다 폐수를 모으는 큰 통이 땅속에 묻혀있다. 

결혼하고는 부다페스트 중심(한국으로 치면 종로나 명동쯤)에 살아서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이르드로 이사 와서 아무 생각 없이 평상시처럼 물을 썼는데

일주되니 이상한 차가 와서는 물을 푼다.

이상하다 여긴 뒷마당의 무거운 뚜껑을 열고는.....

 

  

그제사 하수도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남편은 괜찮다며 그냥 신경 쓰지 말란다.

그 말 굳게 믿고 그냥 썼더니 다시 3주가 되자 또 물 푸는 차가 왔다.

가격을 알고는 기절초풍을 했다.

큰 차 한 대에 그때는 6만 원을 주었다.

지금은 10만 원을 조금 넘게 주어야 한다.

한 달에 한 번씩.......

아침 일찍 전화하니 오전 중에 온다고 한다.

언제나 3주 정도 되면 신경이 쓰인다.

꽉 차면 넘치게 되니 그전에 전화로 물 푸는 차를 불러야 한다.

처음에는 아이들 목욕물과 빨래 헹굼 물은 모아서 밖 마당에 버리곤 했었다.

그러면 두 달에 한번 물을 푸는데 3년 정도 하니 손목에 무리가 갔는지

거의 매일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 살게 되어 포기하고 그냥 물을 내려 보낸다.

집안에서 쓰는 물 한 방울까지 뒷마당의 통속으로 들어가니

가끔은 세제 없는 물은 그냥 마당으로 흘러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생각보다 빨리 차가 왔다. 서둘러 미아를 묶어 놓고 문을 열었다.

 

 

 

연결이 다 되면 모터가 돌면서 물을 모두 담으면 끝이다.

오늘은 작은 차를 불렀다.

다 끝났다고 해서 물으니 오늘은 6만 원이란다.

그럼 3주 정도에 다시 불러야 한다. 

이사 오고 얼마 안 되어 이르드 시에서 투표를 했단다.

하수도를 설치할 것인지 이대로 그냥 살 것인지.

결과는 하수도 설치 반대였다고 한다.

왜냐하면 각 가구당 얼마간의 목돈을 내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 말 듣고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

씨이~~~ 난 투표도 못했는데....   알았으면 가서 했을 텐데...

그래 봤자 찬성 두 표였을 것이다.

우리 부부만....

그리고 우리 집처럼 한 방울의 물까지 다 들어가는 집은 거의 없다.

대부분 화장실만 들어가고 나머지 물들은 그냥 마당으로 빠지기 때문에

우리 옆집 아저씨네만 해도 1년에 한 번 크리스마스 전에 물을 푼다고 한다.

다른 집들도 거의 1년에 두 번이면 된다고 하는데 어째 우리 집은 한 달에 한 번이다.

정말 빨리 이사를 하든 해야지 손님 많이 올 때는 더 신경이 쓰인다.

56명이 한 번에 식사한 날은 저녁에 설거지를 밖에서 했다.

한창 멋을 부릴 10대 아가씨들이라 더운 여름날 목욕탕에서 나오질 않더니

결국 2주일 분량을 하루 만에 채우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우리 식구는 다음날까지 화장실 사용도 자제해야 했다. 

정말 마이크 잡고 이르드 시청 앞에서 나 홀로 시위라도 하고 싶다.

"EU 가입한 헝가리. 하수도 설치하라. 설치하라." 

누구 나랑 동참할 사람 없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