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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여행

헐 레베쉬를 준비하는 헝가리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12. 24.

헝가리는 크리스마스날 헐 레베쉬(생선 수프)를 먹는다.

평상시에는 생선을 튀겨먹는데 크리스마스가 되면 꼭 생선 수프를 끓여 먹기에

생선 가게가 성황을 이룬다.

생선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이지만 생선이 민물고기이고

우리와 요리법이 다르니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남편은 우리나라 매운탕과 비슷하다면서 잘 먹는데 난 왠지 피하게 된다.

매운 고추와 고추가루도 넣어서 먹을만하다고 남편은 나에게 권하지만....

23일 테스코를 갔는데 주차장에 임시 생선 가게가 세워졌다.

안에 커다란 수족관을 놓고는 살아있는 활어

(민물 생선인 것이 아쉽지만...)를손질해서 판다. 

이른 아침인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향어를 사기

위해서 줄을 서서 기다린다.

궁금한 남편은 안에 들어가서 살펴보고 나온다.

아마도 물 좋으면 회 떠먹고 싶어서 그러지 싶다.

아이들 간식을 사러 학교 앞의 인터 스파에 갔다가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세상에..... 헝가리에

이렇게 잘 손질된 생선이 냉장고에 꽉 차있다.

게다가 참치와 연어도 스테이크 용으로 잘 손질되어 냉동칸에 많이 있다.

내 눈이 커지고 자꾸만 손이 간다.

찌개 끓일 것으로 한 팩을 샀다.

점점 좋아지는 헝가리다.

크리스마스가 되니 생선 구경을 다해 본다.

테스코 주차장에 생전 나무를 쌓아 놓고 판다.

아직도 헝가리는 아니 유럽은 생 전나무로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민다.

그런데 작년에도 느낀 것이지만 팔고 남은 나무가 너무나 많다.

치우지 않고 그냥 쌓아두니 나중에는 눈이 쌓이고 얼어서

쓰레기가 되어버려 진다.

너무나 아깝다.

인터스파에도 한쪽 벽에 전나무가 산처럼 쌓여 있다.

저걸 다 팔 수 있을까.... 혼자 생각해 본다.

작은 것은 12,000원. 중간 것은 20.000원. 그리고 큰 것은

35.000원이라고 현수막에 써놓았다.

가져가기 편리하게 이 속에 나무를 넣어서 망으로 씌워준다.

간간히 차 위에 나무를 싣고 가는 차들이 눈에 띈다.

 

길거리에도, 야채 가게에도, 꽃 가게에도, 작은 슈퍼에서도

정말 많은 나무를 잘라다가 놓고는 판다.

자꾸만 저 나무들이 다 팔려야지 안 팔려서 쓰레기가 되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아마도 24일에 제일 많이 팔릴 것이다.

우리처럼 일찍부터 만들지 않고 23일이나 24일에 가족이 모여서

트리를 장식하고  그 밑에 선물을 모아 놓는다.

자동차 서류 이전으로 이르드 시청 앞을 갔다가 깜짝 놀랐다.

뿌리까지 파는 트리용 전나무를 보았던 것이다.

저러면 크리스마스가 지나도 마당에, 아니면 가로수로 심으면 좋지 싶다.

간간히 자동차 위에 실려가는 나무가 보인다.

꼭 보쌈당해 가는 과부를 보는 기분이다. 

큰 나무는 자동차 뒤에 짐수레 차를 매달고 그 위에 나무를 실어 간다.

내일 대부분의 집에서는 트리를 장식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밑에 가족 모두의 선물을 준비해서 놓고

밤에 모두가 모여 앉아서 선물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헝가리는 크리스마스 전날과 당일날은 시내가 썰렁하고

모든 상점과 식당이 문을 닫아서 나가도 갈 곳이 없다.

극장만 문을 연다.

 

헝가리는 크리스마스라는 말도 사용이 허락되지 않아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페뇨퍼 닙(소나무의 날)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1995년에 처음 헝가리에서 맞는 성탄은 (그리고 한동안 계속해서)

정말 조용하고 썰렁하고 침묵 속에 맞는 크리스마스가 너무나

이상했었는데 지금은 들뜬 분위기와 캐럴은 울려 퍼지지 않지만

예수님 탄생의 인형 장식, 산타 할아버지의 다양한 인형과 장식이 많아지고,

반짝이는 장식도 화려해져서 제법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는 헝가리이다.

재 작년 다르고 작년이 다르고 올 해는 더 화려해졌다. 

결혼하고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에 남편이 선물로 생전 나무를

받아서 들고 왔었다.

처음이었다.

진짜 나무에 장식을 하는 것은.

그때 알았다.

사람들이 아직도 살아있는 나무를 선호하는 이유를.

전나무의 향이 집안 가득 퍼졌다.

2주 이상 작은 아파트에 향기로운 나무향이 가득하니 숲 속에 앉아 있는

듯이 참으로 좋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밑으로 떨어지는 잎들이 너무나 번거로웠다.

그리고 누렇게 죽어 가는 것이 보여서 남편이 밖의 쓰레기통에 버렸었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된 나무만 수거해 가는 쓰레기차가 한차례 지나간다.

그것이 언제 인지 난 항상 놓치고 말아서 우린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 나무에 장식을 했다가

다시 상자에 넣어두고 때 되면 다시 꺼내곤 한다.

가끔은 생 전나무를 사다가 장식을 해 볼까 생각도 해보지만 아직은 안 했다.

언젠가 딸들과 나무를 사서 차 지붕 위에 올려 싣고 오고

그리고 장식을 해봐야겠다.

인터스파에서 사 온 생선을 꺼내어 보니 너무나 손질이 잘 되어있다.

깨끗하게.

와~~~ 헝가리에서 이렇게 손질이 잘된 생선은 처음 보았다.

내일 다시 가서 많이 사다가 냉동고에 넣어 두어야겠다.

참치도, 연어도 그리고 향어도.

흥얼흥얼 노래가 나온다.

헝가리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 생선 수프 먹는 전통을 가진 것이

오늘따라 고맙고 좋다.

오랜만에 매운탕을 끓여서 아이들이랑 맛있게 먹었다.

안 먹을 줄 알았던 작은 아이까지도 맛이 있다며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내일 아침 일찍 인터스파에 꼭 가야겠다.

많이 많이 사다가 냉동고에 쟁여 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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