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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 가족여행/헝가리여행

국경이 없어졌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12. 28.

2007년 12월 21일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의 국경이 철수된

날이기 때문이다.

헝가리는 오스트리아, 슬로 바키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유고연방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이다.

12월 21일에 그 나라중에서 오스트리아와 슬로바키아의

국경을 무사 통과 하게되었다.

사실 슬로바키아의 경우는 항상 30-40분 정도의 시간을 지체했었다.

어떤 경우에는 한쪽으로 차를 주차하라 하고는 2시간을 검사(?)

하는 경우도 있었다.

체고 프라하를 가려면 슬로바키아를 통과해야 하기에 최소한 한 시간

정도를 소비해야

폴란드 크라코프(아우슈비츠가 있는)를 가려해도 슬로 바키아를

통과해야 해서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을 국경에서 보내야 했었다.

그런데 이젠 국경의 여권 검사가 생략이 되니 그만큼 시간이

절약되지 싶어 너무나 좋다.

오늘 우리 가족은 그 국경을 직접 넘어가기로 하고 느긋한

아침을 먹고 출발을 했다. 새로 바꾼 내차 길도 들일 겸.

그래도 어떨지 몰라 일단 여권을 챙겨서.....

 

가는 동안 아이들에게 국경의 변화를 남편이 열심히 설명을 하고,

아이들은 처음에는 '뭔 말이여....' 하는 표정이더니

나중에는이해를 하고 재미있어한다.

 드디어 국경이 보인다. 평상시에는 옆 차선에 관광버스와 화물차량이

늘어서 있는데, 그리고 운전기사와 단체 관광객들이 나와서 쉬거나

걸어 다니며 담배를 피우는데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

5명의 경찰관이 차 한 대를 세우고 검사를 하고 있다.

그래도 국경 직원이 나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다.

앞차들도 거침없이 감히 국경을 그냥 지나친다.

검문소들이 비어 있다.

언제나 기다리면서 더운 날은 짜증도 나고 했는데 너무나 신기하다.

아이들도 여권 검사를 생략하고 그냥 달리니 재미있나 보다.

우와~~~~ 진짜 국경이 없어졌구나.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국경 지역은 바람골이다.

일 년 열두 달 바람 세차게 부는 바람골.

그래서 그곳을 지나다 보면 정말로 커다란 바람개비들이 늘어서 있다.

언젠가 아이들하고 세다가 포기했었다.

오늘은 작은 아이가 아빠에게 묻는다.

"왜 저렇게 큰 바람개비를 세웠어요?"

풍력에 대한 아빠의 설명이 이어지고....

"그럼 그 전기로 얼마나 쓸 수 있어요?"

아빠의 답이 이어지고....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새삼 기분이 또 좋아진다.

3년 전에 언니 가족이 헝가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언니 가족과 함께 오스트리아 아웃렛을 갔다가 부다페스트로 돌아오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국경까지 약 2KM 떨어진)부터 국경까지 5시간이 걸렸었다.

국경 통과 최고 기록이다.

보통은 아무리 오래 걸려도 한 시간에서 한 시간 30분이었는데....

그날은 사고도 없었고, 고속도로 공사도 없었고, 그저 평상시와 같았는데

검문소에서 일일이 여권을 컴퓨터로 조사하는 일상적인 업무로

그리 된 것이었다.

우리 앞에 서있던 낡은 차들은 하나둘씩 퍼져서 밀고 가고,

오스트리아 경찰들이 나와서 구경하고,

조카들과 하은이는 국경까지 걸어가서 콜라를 사 오고,

다시 화장실에 간다며 국경까지 걸어가기를 두 번이나 반복하고도

기다려야 했었다.

이탈리아에서 온 차, 프랑스에서 부터 여름휴가로 온 차, 폴란드 차 등등등.

그때 아줌마의 기질로 괜한 걱정을 땅이 꺼지게 했었다.

예약한 숙소에 늦는다고 연락은 했을까?

이리 늦으니 숙소 예약 안 한 외국인들은 숙소 구하기 힘들 텐데.....

간간히 껴있는 루마니아 차들을 보니 더 안쓰러웠었다.

오늘 안으로 루마니아로 못 들어가면 밤새 달려야 할 텐데....

차까지 저리 낡아서 잘 가기나 하려나....

우리 앞의 차들 중 꽤 많은 차들이 더위에 긴 시간 시동을 켜놓고 있어서

엔진 과열로 결국에는 사람이 밀고 국경을 넘어갔었다.

 

4시 20분에 막히기 시작한 길이 겨우 2KM를 앞에 놓고 밀려서는

국경을 통과해서 헝가리 땅에 들어오니 9시 30분이었다.

어찌나 기가 막히던지....

이젠 이런 일은 없을 테니 정말 좋다.

 집에 돌아오는 길도 오른쪽 차선에 늘어서 있어야 할 화물차들이 보이지 않는다.

추운 밤 차 안에서 뜬눈으로 지새웠을 화물차들이 하나도 없다.

아무 거리낌 없이 쌩하니 달려 국경을 넘어 헝가리로 들어왔다.

그리고 정말 이젠 국경이 없어졌구나 실감하며 집에 왔다.

빠르면 내년에 나머지 국경도 하나씩 없어진다 하는데

이렇게 하나가 되어가고 이렇게 서로 가까워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벽이 허물어지고 쌩하니 위로 달려가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