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혁명기념일인 3월 15일. 토요일.
우린 이날 외르보찬의 사랑의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국경일이라서 온 시내 거리거리에 헝가리 국기가 펄럭인다.
특히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에 대항하여 일어난 민중봉기이기에
이 날은 데모가 많이 일어 나는 날이다.
이날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에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여기저기 데모 인파가
아침부터 모여들기 시작을 하고,
머르깃드 다리만 열어 놓고 다리 4곳을 경찰이 막았다.
뉴스를 안 보는 나는 당연히 란쯔 다리를 시작으로 엘리자벳 다리를 거쳐,
써버차 다리까지 왕복을 하고 나서야 현실을 깨닫고 다시 돌아
머르깃드 다리를 건너 약속 장소에 도착을 하니 벌써 40분이나 늦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 못하였지만 청년들이
함께 가주어 큰 힘이 되었다.
여기저기 데모로 인해 길이 막여 우여곡절 끝에 힘겹게
외르보찬 사랑의 집에 도착을 하니 10시 50분이다.
모두 모여 기도로 마음을 정돈하고 서둘러 들어갔다.
10시 30분부터 허트번 교회에서 인형극을 하고 11시부터
우리 순서이기에 시간이 없다.
다음에는 혁명기념일에는 움직이지 말아야겠다.
들어가 보니 다행히 인형극이 아직 안 끝났다.
어찌나 다행스럽던지......
약 10여분의 시간 여유에 하은, 하빈, 하림, 대호, 승원이는
각자 자리를 잡고는 악기 연습을 한다.
다들 모여서 하니 멀리서 보면 합주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각자 자기 곡을 연습하는데 저리 모여서 들 하니
소리는 정말 가관이 아니다.
그 옆에서는 청년들이 율동 연습을 한다.
드디어 승원이의 트럼펫 연주로 시작이 되었다.
트럼펫 소리는 언제 들어도 시원해서 참 좋다.
시작을 알리는 우렁찬 외침이다.
트럼펫 연주가 끝났는데 승원이가 바지 뒤에서 무얼 꺼낸다.
피리를 꺼내더니 코로 간단한 동요를 연주한다.
깜짝쇼에 모두들 유쾌하게 웃었다.
대호는 헝가리 전통 악기로 헝가리 곡을 연주했다.
다들 아시는 곡인가 보다.
몇 분은 따라 부른다.
미리 연주대가 준비되지 않아서 바닥에 놓고 연주를 했는데 보는 나도 참 신기하다.
예쁜 아이들......
오늘은 하림이도 함께 했다.
그동안 배운 플룻으로 연주를 했다.
하빈이는 이번에도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엄마와 피아노를 함께 연습했는데 가끔 틀리는 엄마가
불안하고 신경이 쓰이는지 자기 혼자 하겠단다.
그리고 혼자 나가서 한다.
한글학교에 가고 싶다는 녀석에게 외르보찬에서 기다리시는 분들을 위해서
하루 결석을 하고 가서 연주해 주면 고맙겠다는 엄마의 말에
알았다 하고는 기꺼이 해주어 고마운 딸들.
지금까지는 언제나 피아노를 무지 잘 연주하시는 분들이 함께 했는데
오늘은 아무도 함께하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나 같은 자가 반주를 하게 되니 미안했다.
틀리면 어쩌나 싶어서.... 그리고, 역시나 틀렸다. -.-!!
역시 율동이 인기가 많다.
청년들의 찬양에는 반응이 별로 없었는데 율동이 시작되자
함께 손뼉 치고 소리를 내며 함께 즐거워하신다.
짧은 우리의 순서가 끝나고 허트번 교회의 찬양팀의 찬양이 시작되자
우리는 중간중간 자리에 앉아서 그분들과 함께 박수도 치고,
알 수 없는 많은 이야기를 그저 들어준다.
반가운 얼굴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는 얼굴들이 좀 지쳐 보인다.
허트번 교회의 찬양팀의 찬양은 힘이 있다.
순서가 끝나고 우린 다시 서둘러 부다페스트로 향했다.
행여나 아직도 길이 막혀 있다면 돌아 돌아가야 하기에.....
부목사님은 오늘 중등부 모임이 계시다 하며 다들 개인적인 약속도 있기에.......
공부로 바쁜 청년들이 귀한 시간 내어 와 준 것이 고맙고 예뻐서 함께
가신 집사님께서 점심을 사주셨다.
참으로 하나님은 섬세하시다.
언제나 이렇게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신다.
감사히 따뜻한 점심을 대접받고 모두들 각자의 갈길로 바삐 들 떠난다.
돌아오는 길에는 언제나 같은 생각을 한다.
다음에는 좀 더 잘 준비를 해야지.......
좀 미리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면 좋을 텐데......
더 많은 분들이,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오후 2시가 넘었기에 이젠 다리가 뚫렸겠지 하고는
씩씩하게 갔는데 웬걸....?
아직도 다리를 막았고, 데모가 한창이다.
경찰차가 여기저기 보이고 꼭 데모 진압대 비슷한 차량들이
사이렌을 울리며 바삐 들 지나간다.
우리네 데모에 비하면 어찌 저 정도를 데모라 할 수 있겠나.....
인원도 그리 많지도 않고.....
그래도 이런 모습이 처음인 딸들은 좀 긴장이 되나 보다.
다시 머르깃드 다리로 돌아서 부다로 건너오면서 생각하니
오늘은 정말 차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다리를 막아서,
길을 막아서, 기다리느라......
외르보찬에서는 겨우 한 시간을 있었는데, 차 안에서 3시간을 보냈다.
정말 다음에는 이런 혁명기념일이나 죽은 이를 기억하는
그런 날에는 움직이지 말아야겠다.
온 도시를 덮은 헝가리 국기를 오늘처럼 많이 본 날도 드물 것 같다.
부다페스트 온 도시를 강을 건너기 위해 지그재그로 가로지르면 다녔으니.......
그래도 오늘 우리 딸들의 입에서 "엄마, 하나님 은혜입니다."라는 말도 듣고....
길이 막혔을 때 무작정 앞차만 따라 계속 갔는데 가다 보니 우리가 가야 하는
그 길로 나왔다.
뒤에서 불안해하던 딸들이, 그리고 따라가면서도 행여나~~~ 하며
내심 불안하던 나는 아는 길로 나오자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
그리고 다들 우리 앞서 가던 그 차는 그렇지 않아도 늦어서 불안하던 우리가
길을 잃고 헤맬까 봐서, 그리고 그분들을 못 만나고 되돌아갈까 봐서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차라며 딸들이 하나님 은혜란다.
맞다.
하나님 은혜였다.
그날은 모든 것이 평상시와는 너무나 달랐었다.
그리고 무사히 다녀온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다음에는 정말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하면 좋겠다.
그리고 언제쯤 우리들의 잔치를 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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