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손님이 오신다.
담임 목사님의 친구분으로 독일 가는 길에 헝가리에 들리셨다는
성경번역 선교사이신 정철화 선교사님이시다.
남태평양 파푸아 뉴기니아의 식인 부족인 쿠오토 부족에게
문자를 만들어 주고 신약성경을 그들의 언어로 번역하신 분이시다.
그 사이 말라리아에 26번이나 걸리 셨단다.
쿠오토 원주민과 삶을 같이 하면서 8명의 원주민 동역자들과
신약성경과 420곡의 찬양을 번역하셨다고 한다.
날이 풀리고 드디어 올 해의 우리 집 숯불구이 첫 손님이 오신다.
아침부터 남편은 잔디를 깎는다.
올해 들어 처음 깎는 잔디다.
겨울 내내 멈춘 것 같던 풀들이 그래도 어느새 많이 자랐다.
잔디 깎는 기계소리가 달달달 들리고, 난 앞마당으로 냉이를 캐러 갔다.
어제 큰 아이 학교 앞에서 캔 냉이는 너무 세다.
우리 앞마당을 유심히 보니 그래도 우리 집 냉이가 연하다.
바람 부는 아침에 쪼그리고 앉아서 열심히 캤다.
저녁 초대 손님이 당뇨가 있으시다고 사모님이 말씀해 주셔서
식단에 신경이 쓰인다.
냉이 캐서 된장국을 끓이기로 했다.
그리고 어제 손질해 놓은 고기를 굽고, 아침에 묵을 쑤었다.
양배추와 오이를 넣고 무치려고.....
그리고 또 무얼 해야 하나......
이틀 전에 아침에 눈을 뜨니 저렇게 체리 꽃이 활짝 피었다.
깜짝쇼 이벤트처럼 말이다.
달달달 소리를 내며 열심히 잔디 깎는 신랑.
냉이를 캐다가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왜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봤지? 바로 호비락(눈꽃)의 씨앗이다.
꽃이 진 지 한 달쯤 되었는데, 냉이를 캐다 보니 저리 작은
앵두 같은 씨앗이 긴 줄 끝에 매달려 있다.
너무 앙증맞게....
아침에 앞마당에서 캔 냉이.
진작 내 집 마당부터 살필 것을.....
어제 그 바람 부는데 큰 아이 학교 앞에서 억센 냉이 사이사이를
얼마나 쑤시고 살폈는지....
에구 억울해라~~~~~
햇감자를 오븐에 넣어 굽고,
아이들 학교에서 데리고 오니 남편이 솥뚜껑만 한 손으로
소고기를 저리 얇게 잘 손질을 해 놓았다.
난 숯불에 구우려나 했는데 저리 잘 손질을 해서는 식탁에서 바로 굽는단다.
점점 바람이 세어지는데 남편이 드디어 숯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연기가 솔솔 나고.......
그럼 나도 바빠지기 시작한다.
꼭꼭 숨겨 놓았던 김치도 꺼내고
헝가리 절인 사과 고추도 잘라 놓고.
작은 녀석 잘 먹는 물김치도 꺼내고,
오늘은 양상추가 아니라 양배추로 묵을 무쳤다.
전에 나 집사님 댁에서 먹어보니 상추보다 양배추가 더
맛있었던 것 같아서 나도 해봤다.
아삭아삭 씹는 맛이 참 좋았었는데....
오늘은 묵도 참 잘 쑤어졌다.
드디어 올해 처음 한 바비큐 고기. 참 잘 구워졌다.
역시 우리 신랑 고기 굽는 솜씨는 일품이다.
오늘은 케이크를 안 구웠다.
대신 참쌀 부꾸미를 했다. 팥앙금을 넣어서.
내가 좋아하니까......
저녁에 오시면서 튤립 한 다발을 들고 오셨다.
집안이 다 환해진다.
손님이야 언제나 수시로 오시지만
가든에서 여는 숯불구이는 4월에 시작해서 11월 초에 끝난다.
작년 11월 초에 문을 닫았던 바비큐 파티가 이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오늘처럼 귀한 분들이 올 해도 우리 집을 찾아오실 것이다.
딸들!!!
엄마 딸들도 이렇게 손 대접하기를 즐겨하면 좋겠어요.
정말 기쁜 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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