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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물 총 사건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8. 5. 3.

하은이가 생일 초대를 받았다.

오후 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밀키 헤더의 생일 파티에.

준비는 물총과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오란다.

집에 물총이 없어서 생일파티에 가기 전에 테스코에 갔다.

나는 나 나름대로 오후에 올 손님을 위해 장을 보고,

딸들은 물총을 찾으러 갔다.

조금 있으니 물총을 가지고 왔는데 무지 좋아 보인다.

"얼마야?"

"600 포린트(3600원)에요. 싸지요?"

"좋아 보이는데 정말 600포린트야? 하은아 가서 확인해 봐!"

"정말 이야. 내가 3번이나 봤단 말이야." - 하빈이 말.

"그래? 그럼 하빈이도 하나 사!"

"내가 왜?" - 하빈이 말

.

.

잠시 뒤 계산을 하려고 보니 물총이 2개다.

하빈이도 사기로 했단다.

그런데......계산을 하고 보니 600 포린트가 아니라

2,000 포린트(12.000원)이다. 개당.

결국 계산을 하고 차에 탔는데,

물총이 12.000원이라니..... 절대로 그냥 넘어갈 아빠가 아니다.

이미 계산을 했기에 무언가가 꼭 있을 것이다.

정말 아니나 다를까.....

아빠 왈 - " 나머지 돈을 너희 용돈으로 내라!"

딸들 - 얼굴이 굳어지고 걱정이 되고.

하은이 - "난 하빈이 가 600 포린트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억울한 표정이다.

하빈이 - 뒷 좌석에 웅크리고 앉아서는 말이 없다.             

       분명 자기가 600 포린트라는 것을 봤는데 갑자기 계산에서

       2.000 포린트인 것이 이상하고 또 나머지 1.400 포린트를

      용돈에서 내라고 하니 걱정이 된 것이다.

 

하은이는 새 물총을 들고 생일파티로 가고,

하빈이는 심통이 나서 말도 안 하고 머릿속이 복잡한 표정이다.

 

남편은 재미있어 죽고.....

난 옆에서 아니라고 , 괜찮다고 작은 녀석 맘을 풀어주려 하지만

작은 녀석은 아빠의 말이 장난이 아닌 것 같으니

아마도 머릿속은 자기 지갑 속을 뒤지고 있었을 것이다.

평소에 난 두 딸에게 매주 월요일에 500 포린트(3,000원)의 용돈을 준다.

그러면 두 딸들은 50 포린트(300원)를 십일조로 구별해서 모으고

100 포린트(600원)를 주일 헌금으로 낸다.

그리고 350 포린트(2100원)는 자기 마음대로 무엇이든 해도 된다.

그런데 일주일에 겨우 350 포린트의 용돈인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지.

1400 포린트(8400원)를 내라니....

나도 남편도 웃음을 참느라 백밀러로 작은 녀석 표정을 살피며

소리 없이 웃고.

다시 코라로 장을 보러 갔는데 함께 간 집사님께서 보다 못해 살며시

주머니에 2.000 포린트를 넣어 주시면서

"하빈아, 언니랑 1,000 포린트씩 나누어서 그걸로 아빠랑 잘 이야기하고 드려.

그리고 아빠에게는 비밀이다?" 하신다.

괜찮다고 말려도 집사님께서 아이 주머니에 넣어 주신다.

그런데 큰 녀석이었으면 끝까지 거절을 했을 텐데,

어라~~~? 작은 녀석은 못 이기는 척 아무 말 없이 받는다.

아마도 정말 많이 걱정을 했었나 보다.

자기가 가격을 잘못 보았기에 언니에게 우길 수도 없고,

또 자신은 정말 물총이 사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무지 억울했었나 보다.

가만히 보다가 오늘은 그냥 놔두었다.

나중에 집사님께 고맙다고 전화로 인사드리게 해야겠다.

리고 나서야 얼굴이 풀어지는 작은 녀석.

사실 아빠는 정말로 그 돈을 다 받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어제처럼 유리창 닦기나 차 세차로 변상을 하려 했겠지.....

작은 녀석 표정이 어찌나 심각하던지.....

그리고 하은이가 생일 파티에서 왔는데 둘이 오늘 산 물총으로

마당에서 신나게 총싸움을 한다.

 

 

 

 

 세상에.... 아무리 돈 값을 모른다지만 저리 좋은 물총이

어찌 600 포린트라고~~~

~나도 그렇지.

중국 제품인가 보다 속으로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지.

그래도 어쨌든 딸들이 저리 신나서 놀으니 또 기분이 좋다.

등에 맨 저 가방에 물을 담아 계속 물총을 쏘아 대니

오랫동안 총싸움을 할 수 있어 좋단다.

봄에 벌써 옷을 다 젖어 가며 총싸움이다.

 그리고, 아빠랑 물 청소를 하는 딸들.

큰 딸은 뒷 베란다 물청소를 하고,

 작은 녀석은 화분 정리로 계산을 끝냈다.

앞으로는 가격표 잘 보고 계산 잘해서 물건을 거듭 생각하며 사겠지.

그런데 물총도 참 멋지고 제값을 하기는 한다.

몸으로 때우는 딸들을 보면서 자꾸만 에미는 웃음이 나온다.

 

아침에 딸들이랑 복덕방 앞에서 찍은 꽃 사진.

 이 사진 찍고 바로 물총 구입 사건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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