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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주리, 루카, 마히나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9. 10. 23.

평일 저녁 손님이 오시기로 했기에 바빴습니다.

다행히 바이올린 레슨이 선생님 여행으로 취소가 되고,

작은 녀석 축구도 코치 선생님 개인 사정으로 취소가 되어서

생각보다 일찍(오후 5시쯤 집에 도착) 집에 와서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월요일 저녁 헝가리식당에서 만났을 때 물어보니

한국 음식을 아주 좋아하고 먹고 싶다 했습니다.

주말이면 더 많은 음식을 준비했을 텐데.......

돼지갈비찜에 오징어 찌개, 그리고 떡볶이를 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오징어라고 했거든요.

마침 아시는 분이 고구마를 주셔서 고구마튀김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계란말이도 하고, 좋아한다는 김도

많이 준비했습니다.

잡채를 하려고 했는데 집에와서 찾아보니 에구머니나......

당면이 없어 할 수 없이 잡채는 생략했습니다.

떡볶이도 다 먹고, 계란말이도 아주 잘 먹었습니다.

매울까 걱정했는데 오징어 찌개를 어찌나 잘 먹던지요.

돼지갈비찜도 한 접시 남기고 다 먹었답니다.

김은 중간에 더 내놓아야 할 정도였답니다.

대부분의 접시를 다 비워서 준비한 제가 기분이

무지무지 좋았답니다. 그리고 놀랬답니다.

젓가락 사용을 생각보다 아주 잘했거든요.

알고 보니 일주일에 한, 두 번 한국식당을 찾는 답니다.

 15살인 루카는 디자인 스쿨에 다닌다고 합니다.

키도 크고 어찌나 잘생겼는지..... 스키도 아주 잘 탄다고

합니다. 겨울에 스위스로 놀려오면 우리 아이들에게

스키를 가르쳐준다 하네요.

 13살인 마이너는 스포츠 체조를 하는 선수랍니다.

사진과 비디오를 보았는데 정말 정말 멋지게 잘하더라고요.

수줍어하며 엄마 뒤에 숨더니 식사하고 함께 이야기도 하고

놀면서 친해져 많이 편안해했답니다.

 하은이가 입던 한복이 마히너에게 잘 맞을 듯해서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하은이가 입던 한복이 있는데 한번 입어보고 맘에 들면

주고 싶은데 어때?"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마히너가 입어 보았는데 맞춤처럼 딱 맞았습니다.

마침 올 3월에 서울에서 드라이해 놓았던 것이라 새것 같았습니다.

마히너가 너무나 좋아해서, 맘에 들어해서 기뻤습니다.

치마를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색도, 꽃무늬도 너무 이쁘다고.....

이쁜 동생을 보더니 루카도 동생이랑 사진 함께 찍었습니다.

 저녁식사 후 한국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하는 프로그램도

함께 보고 인터넷을 통해서 한국에 관해 함께 보았습니다.

그리고 메일 주소도 주고받았습니다.

헝가리와 스위스, 멀지 않기에 자주는 아닐지라도

전화도 하고 메일로 소식도 주고받다가 기회 되면

저희도 스위스로 한번 가보고 또 헝가리에 올 수도 있기에.....

아! 다음에 올 때는 은행에서 근무하느라 함께 못 온 남편도

같이 오라 말했습니다. 그리고 꼭 다음에는 방학 때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제가 학교에 가느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아쉬웠거든요.

 귀염둥이 마히너는 계속 엄마 볼이 닳도록 뽀뽀를 하고

머리로 장난도 하고 끌어안고 보기 좋았답니다.

주리는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을 했습니다.

 잘생긴 루카는 그런 엄마와 여동생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고

궁금해하실 아빠에게 전화로 소식을 전하곤 했습니다.

헤어질 시간이 되니 마히너가 엄마 귀에 뭐라 속삭였습니다.

마히너와 루카는 영어를 못합니다. 스위스가 프랑스어를

사용하기에 프랑스어로 말을 하면 엄마가 중간에서

영어로 통역을 해주었고  계속 우리들의 대화를 아이들에게

자세히 프랑스어로 말해주곤  했습니다.

마히너는 처음에는 많이 쑥스러워하고 수줍어했는데

친절하게 해 주어 고맙다고 좋았다고 말을 하고 싶었답니다.

엄마가 영어를 알려주었지만 수줍어 다시 뒤로 숨고는

프랑스어로 "메르쉬 부꾸"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불어를 조금 했기에 그 정도는 알아듣는 다고,

준비한 저녁을 맛있게 먹어 주어 너무 고맙다고 했습니다.

월요일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리 헤어질 때 꼭 끌어안고

인사를 했습니다. 아이들도  많이 서운해했습니다.

9시 30여분쯤 남편이 호텔로 데려다주었습니다.

 스위스에서 오면서 저리 많은 초콜릿을 준비해 오셨더라고요.

딸들, 특히 하빈이가 무지 좋아했답니다.

그래서 엄명을 내렸지요. 하루에 딱 두 개씩만......

그리고 귀한 책을 선물로 주었답니다.

스위스의 산에 관한 책이었는데

작은 녀석 자기가 배운 마테호른..... 여기저기 산을 찾아

읽고 크기를 비교하고 신나 하더니

잠을 잘 때는 꼭 끌어안고 잤답니다.

그리고 학교에 가져가서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해서

당연히 그래도 된다 했지요.

루카, 마히너가 좋아하는 김을 좀 많이 준비하고,

한국 전통 무늬로 된  책갈피 꽂이를 루카와 마히너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라고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남편 드리라고

전통 무늬로 만든 명함집을 준비해서 드렸습니다.

한복도 곱게 잘 싸서 주었지요.

다음날 스위스로 돌아갔고 주리의 남편이  고맙다고

전화를 했답니다. 남편에게.......

주리도, 아이들도 너무나 행복했다고.

꼭  시간 내어 스위스를 방문하면 본인이 공항으로 마중 나오고

자기 집에 머물면서 함께 제네바 구경하자고 했다네요.

전화를 주시니 또 고마웠습니다.

시간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리 전화를 주니 고맙고

평일이라서 시간을 내기 어려워 식사만 했는데

그것이 좀 아쉬웠답니다.

남편이 수요일 시간을 내어 부다페스트와 에스테르곰,

비세그라도, 센텐드레를 함께 다녀왔습니다.

오래오래 기억하겠지요?

그리고

이 특별한 방문을 통해 또 하나님의 섭리를,

저를 향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감사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