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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가을을 보내는 딸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9. 11. 2.

벼르고 벼르던 일을 했다.

바로 낙엽 태우기.

아침이면 집전체가 낙엽을 뒤집어쓰고 있는 듯했다.

바람이 불면 낙엽들이 이리저리 바람 따라 쏠려 다니며

쌓이곤  했다.

주일 예배드리고 오후에 드디어 딸들이 에미의 성화에

밖으로 들 쫓겨났다. 마당을 쓸러.

 아래서는 하은이가 낙엽에 불을 붙이고,

위에서 낙엽을 쓸던 하빈이는 스누피랑 놀고,.

 보다 못한 아빠가 함께 하기로 했다.

아빠가 나서자 저리 불도 금방 붙고, 스누피는 더 신나서 방해하고.

 주차장 지붕 위에서 호두를 줍는 하빈이.

아래는 스누피가 하루 종일 호두를 까먹어서 많이 없었다.

 아빠 도움으로 스누피까지 주차장 지붕 위로 올라가고.

스누피 무지무지 행복한 날이었다.

주차장 지붕 위에서 어찌나 신나서 뛰던지.

난 저리 뛰다가 아래로 떨어질까 봐서 걱정이 될 정도였다.

 해가 지고 딸들 몸에서는 연기 냄새가 가득했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낙엽에 뒤덮이겠지만 그래도 기분이 무지 좋았다.

 토요일 저녁 학교 행사 끝나고 필요 없으니 가져가도 좋다고 하니

신나서 하은이가 가져온 호박을 아이들이 둘러쌓다.

 한참을 의논을 하고 드디어 눈도 그리고 입도 그리고.

 어이없어하는 하은이.

앞니가 빠지고 코가 없어져 버렸단다. 

너무 열심히들 해서......

그래도 멋지다.

첫 작품치고는 정말 너무너무 멋진 핼러윈 호박이 되었다.

그런데 안에 초를 넣고 밖에 내놔야 하는데 우린 그럴 수가 없었다.

스누피가 밤새 저 호박과 싸워서 작살을 내놓을 것이 분명하기에

당분간 집안에  놨다가 마지막에 스누피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그렇게 10을 보내고 11월이 왔다. 200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