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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취미들/하은엄마 색종이 접기

색종이 접기 모임을 시작했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0. 2. 8.

"엄마, 엄마는 일하는 것이 좋아?"

"응"

"엄마는 색종이 접기 클럽을 하는 것이 좋아?"

"응"

"만약 학생들이 신청을 안 하면 어떻게 해?"

"괜찮아! 많으면 더 곤란해. 엄마는 5명이면 하루만 하고

10명이면 두 팀으로 나누어서 수, 금요일에 할 거야."

"나도 하고 싶어. 나도 할 거야."

작은 녀석이 내가 학교에서 방과 후 활동으로 색종이 접기 클럽을 할 거라고 하니 혼자 걱정이다.

아이들이 없을까 봐서.

신청한 아이들이 14명이라서 수요일 8명, 금요일 6명 이렇게 이틀을 하기로 했다.

며칠 뒤,

딸들에게 말했다. 왜 엄마가 하려고 하는지.....

"딸들아!

엄마는 엄마가 영어를 잘 못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을 통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너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그냥 이렇게 있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지.

하지만 엄마가 싫어.

엄마가 열심히 배우려 하고 엄마가 알고 있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면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너희들이 보면서 너희들도 성실히, 열심히 살기를 바라서 그래.

그리고 웬만하면 정말 너무나 아픈 것이 아니라면 절대로 결석이나 지각은 안돼. 절대로.

하루하루 성실히 이렇게 살면 되는 거야.

너무 빨리 가려고도 하지 말고 하염없이 앉아서

쉬려고도 하지말고 그냥 한걸음 한걸음 지금처럼 가면 돼.

그러다 뒤돌아 보면 깜짝 놀란다?

정말 멀리까지 와 있거든. 

천천히 한 걸음씩 왔는데 뛰어가다 힘들어 쉰 사람보다 더 멀리까지  갈 수 있지.

그냥 그렇게 쉬엄쉬엄 서두르지 말고 가는 거야.

엄마도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영어도 잘하게 되겠지.

그리고 더 나이가 들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도 눈도 안 보이고

체력도 달려서 힘들 테니 지금 일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냐.

그래서 미안한 줄 알면서도 서울 이모에게 부탁해서 색종이 좀 많이 사서 보내달라 한 거야.

엄마가 하고 싶다 하니 가르쳐 보라고 한 학교도 감사하고,

부탁을 하니까 알았다 하면서 열심히 기쁘게 사서는 언제든 말해.

또 보내줄게 한 이모도 감사하고,

엄만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오늘도 감사하고 어제도 감사했고 내일이 오면 내일도 또 감사하고

우리 그리 살자."

색종이 접기 첫날 접은 육각 연필꽂이다.

그리 일렀건만..... 아직 손톱을 사용해서 선을 정확히 접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

그래도 첫 작품치고는 잘했다.

둘째 주에 만든 액자.

처음에는 꼼꼼히 집중해서 만들더니 10장. 15장......

점점 선이 분명해지지 않고

그러다 보니 끼워 넣을 공간이 작아져 끼울 때 좀 힘들어했다.

그래도 사진 넣어 만들어서는 좋다고 입이 헤~~~ 벌어졌다.

생각보다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아이들.

세상에......

난 이렇게 말도 안 하고 손만 움직이는 이 아이들을 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입이 쉬지 않고 떠드는 녀석들인데......

액자 만들 때는  어찌나 조용하던지, 사실 생각도 못했다.

이렇게 조용히 집중해서 만들 줄은......

다 만든 녀석들은 옆 동생이나 친구를 도와주고.

1시간 15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다음 주는 밸런타인데이인데......

꽃을 만들어 볼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