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날씨가 너무나 좋았다.
우중충 비가 추적추적 내리곤 했었는데......
토요일 오후 한글학교에 갔다 온 딸들 꼬마 손님과 함께
한가로운 주말을 보냈다.
수제비 반죽을 미리 해놨다가 아이들과 함께 수제비를 해 먹었다.
김치 수제비를 좋아하지만 꼬마 손님이
맵다 할까 봐서 감자와 호박만 넣었다.
얌전히들 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좀 지나자
피자 수제비, 뱀 수제비, 얇고 작은 수제비, 통통하고 큰 수제비.....
그런데 먹으면서 신기하게도 자기들이 만든 것을 잘도 찾아낸다.
자리를 펴고 앉아서들 무언가를 하고 있다.
도대체 뭣들을 하는 것이야?
고스톱을 치고들 있다.
작은 녀석이 졌나?
어째 표정이......
그런데 우린 규칙을 잘 몰라 우리식 규칙대로 고스톱을 친다.
주변이 아주 조용한 평화롭고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다.
옆집 닭울음소리까지도 왠지 나른한 오후다.
그런데 꼬마 손님은 뭐 하시나.....?
남편의 도구들에 관심을 보이더니 그중 하나를 골랐다.
톱을 골라서는 나뭇가지를 잘라 보려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 본다.
난 아이들의 이런 모습이 참 좋다.
결국 남편이 죽은 나무에 데리고 가서는 가지에 톱질을 하도록 도와주었다.
신났네. 우리 꼬마 손님.
아가씨들 고스톱 다 쳤는지 이젠 아예 자리 잡고 누우셨다.
피곤하시겠지요.
어제는 친구 집에 가서 노느라 늦게까지 안 잤을 테니까.
게다가 한글학교에서 힘든 공부 하시느라 얼마나 피곤하시겠습니까.
참 좋다.
이 여유로움이.
꼬마 손님 이제는 통나무에 못을 박는다.
그러고 보니까 예전 유치원에 저런 통나무를 사다가 놓으면
아이들이 열심히 못질을 하고 또 박아 놓은 못을 빼고....
그러면서 놀았었는데.
창을 만들겠다는 말에 남편이 어디선가 긴 봉을 찾아와서는
망치로 만들어 보라 준다.
너무나 조용한 나른한 토요일 오후에 망치소리가 그나마 리듬을 타고
깨어 있음을 알려준다.
남편이 카메라를 들고나가더니 마당 여기저기 봄을 알리는 꽃들을
사진 찍어 왔다.
워낙 마당 나가기를 좋아하지 않다 보니 결국 남편이 찍어 온 사진을 올린다.
배꽃이 피었다.
우리 집 배는 참 맛있다.
올해도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사과나무에도 꽃이 피었다.
하얀 사과꽃 안에 벌이 앉았다.
우리 집 사과는 못난이지만 맛은 정말 좋다.
올해도 못난 이어도 좋으니 사과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마당에 새소리, 벌 소리가 요란하다.
참으로 저들에게는 바쁜 계절이구나.
그들의 부지런함으로 우린 그냥 앉아서
맛있는 과일을 먹는다 싶으니 좀 미안도 싶다.
아이들과 남편이 민들레를 많이 캐었길래
김치를 담았는데 뿌리까지 담았더니 좀 쓰다.
약이다 생각하고 먹으라 했건만.....
참 좋다.
주말마다 이런 날이면 좋겠다.
이날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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