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이었나 보다.
우연히 "행복을 배우는 작은 학교"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보면서 내 가슴이 뛰었다.
맞아. 내 꿈이 저런 거였어. 그랬어.그랬어.
유치원을 그만두고 어린이집을 하면서
난 한 달에 한 번은 아이들을 데리고
뮤지컬이나 인형극, 그리고 견학을 다녔다.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를 둔 아이들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난 아이들이 많은 것을 직접 경험하기를 바랐었다.
아이들과 과학관, 박물관등 견학도 자주 다니고 뒷산도 오르고.
일주일에 한 번은 아이들과 요리를 했다.
핫케이크, 호떡, 어묵 꼬지, 김밥말기, 화채 만들기.......
정말 아이들은 요리시간을 좋아했다.
온갖 동물을 다 키웠다.
토끼, 개구리, 올챙이, 달팽이, 거북이, 새, 물고기......
그래서 아침이면 너무나 바빴다.
물갈아 주랴, 먹이 주라, 집 청소해 주랴.......
자연적인 놀잇감을 준비해 주었었다.
콩, 팥, 쌀, 조, 밀가루, 옥수수......
그리고 전화기 뜯기, 통나무에 못 박기, 바느질하기, 자르기.......
그 프로를 보는 내내 다시 하고 싶어졌다.
더 잘해보고 싶어졌다.
그때 꼭 하고 싶었지만 못한 것이 아이들과 농사짓기였다.
땅이 없어서.....
이젠 정말 하고 싶다.
아이들과 오이, 콩, 상추, 감자, 고구마, 당근..... 등을
심고 가꾸면서 자연의 이치를 통해
아이들이 심성 바르게 배우며 자랐으면 좋겠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
교실 안에서 책과 컴퓨터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마당에서 민들레를 캐던 작은 녀석이
뛰어들어왔다.
"엄마, 엄마, 이것 봐요. 너무 통통하지요.
너무 이뻐요."
옆에서 지켜보던 하은이 자기를 닮았단다.
통통한 것이 자기 닮은 지렁이라나?
사진 한 장 찍었더니 작은 녀석 지렁이에게 하는 말이 가관이다.
"미안해. 피곤하지? 빨리 데려다줄게"
그러더니 다시 뛰어 왔다.
저 이쁜 지렁이가 하빈이 손 안에서
놀랬는지 아니면 너무 급했는지
지금 큰일을 보시는 중이시란다.
지렁이를 가지고 많이 놀아 봤지만
똥 싸는 것은 처음이라서 무지 신기한가
보다. 언젠가 작은 녀석이 뱀은 어디로
똥을 싸고 뱀 똥은 어떻게 생겼는지 물었었다.
나중에 보니 뱀 똥이 너무 개똥과 비슷하게 생겨서 실망을 했었다.
난 좀 특별한 모양을 기대했었나 보다.
작은 녀석은 아~~ 그렇구나 하고 말았는데.
이르드로 이사 와서 처음에는 하은이가 마당에
내려가는 것을 무서워했었다.
아파트에서 살다가 3살 때 이사 와서 아침이면 마당에 나가 걸을 때
풀이 발에 닿는 느낌이 싫어 처음에는 '아프다"는 표현을
쓰면서 힘들어했다.
조금 지나자 어찌나 좋아라 하던지. 한 살이었던
작은 녀석은 지렁이, 사슴벌레, 거미... 웬만한 벌레는
무서워하지 않았고 다 이쁘다고 표현하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려 함께 놀았다.
난 아이들이 이렇게 노는 것이 좋다.
그래서 감사하다. 가끔 방문하는 고슴도치도 반갑고 어쩌다 마당일 하다가
남편에게 잡혀서는 인사하고 가는 두꺼비도 반갑고,
마당 망쳐놓기에 자주 방문하면 안 되는 두더지도 가끔은 반갑다.
이렇게 사는 것이 감사하다.
그리고 이런 교육을 하고 싶다.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그 텔레비전에 나왔던 학교처럼 말이다.
아이들 놀이시간에 풀숲을 보니 달팽이들이 비 온 뒤라
다들 나와서 햇볕을 쪼이고 있었다.
살며시 손바닥에 옮겨서는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큰 달팽이 4개를 찾아서는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다치지 않게 보았으면 좋겠다는 말에 아이들 조심조심
신기하게 보면서 좋아한다.
내일 만나자~~~ 인사하고는 다시 있던 풀숲에 놓아주었다.
욕심 같아서는 유리그릇에 넣어서 알을 낳는 것까지 보여주고 싶었지만.......
자연이 가장 훌륭한 선생님인데......
나에게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면서 함께 신나게 노는 그런 날.
나무를 톱질하고 못을 박아 장난감을 만들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이렇게 저렇게
방법을 찾는 그런 재미있는 날이 말이다.
비 오면 우비 입고 우산 쓰고 나가 신나게 물장난하면서 흠뻑 젖어 나중에는
장화까지 다 벗어버리고 맨발로 진흙탕에서 뒹굴며 놀고 싶다.
큰 목욕탕에서 여자, 남자 갈라 따뜻한 물로 씻고는 온돌방에 배 깔고 엎드려
찐 고구마 먹다가 다들 한숨 낮잠도 자고 그리 놀고 싶다.
그러다 해가 반짝 나면 다시 뒷산도 오르고 물에 촉촉이 젖은 오이도 따서 먹고
호박 따다가 아이들과 부침도 지져 먹으며 그리 놀았으면 좋겠다.
예전에 특별히 한글과 수를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어느 날 보니
아이들이 다 책을 읽고 있었고 수는 물론 묶음도 나눔도 다 이치를 터득하고 있었다.
어찌나 신기하던지......
그때처럼, 아니 그때보다 더 신나게 놀고 싶다.
생일잔치도 달랐었다.
생일잔치를 통해 우주를 배웠고, 시간을 배웠으며
나의 존재가 어떻게 있을 수 있는지를 배워나갔다.
다시 그럴 수 있을까.......
혼자 그런 생각을 하다가 엉뚱한 생각을 했다.
지금 일하는 곳이 작은 학교이다.
딱인데.
인원이 적으니 무엇이나 시도해 볼 수 있는데....
에휴~~~~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유치원 하라 하니 남편이 돈 벌 때까지 기다리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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