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설날을 맞아 학교에서는 아시안데이를 했다.
아시안 학생들은 각자 자기 나라 의상을 입거나 의상을 구해서
입고 오는 날이었다.
작은 녀석 한복을 꺼냈다.
몇 년 전 한국방문 때 남대문 시장에 가서 큰 녀석 입히려고 샀는데
큰 녀석도 작은 녀석도 한 번도 안 입은 한복이었다.
그런데......
작은 녀석 입더니 날 부른다.
들어가 보니 팔이 10여 cm가 작다. 치마 길이도 짧고......
에고~~~~
한 번도 안 입은 새 한복인데......
여기서는 한복 입을 일이 없다 보니 이렇게 입지도 않고 작아지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래서 급히 혜린이 한복을 빌렸다.
그리고 아침부터 바쁘다. 도시락은 볶음밥으로 했다.
한복 입고 점심을 먹어야 하니 흘려도 괜찮은 것으로.
나도 서둘러 한복을 입고 머리 정리하고,
예비반 꼬마들 입힐 딸들 어려서 입었던 중국 옷들도 다 챙겨서 학교에 갔다.
중국옷 세벌을 가지고 갔는데 한벌은 좀 작아서 안 되겠다.... 싶었는데 밀란이 입고 싶다 해서
나중에 좀 작지만 갈아입혀 주니 너무나 좋아했다.
다음 해에는 미리 한복이랑 중국옷을 빌려 봐야겠다.
작은 녀석은 혜린이 한복을 빌려 입고
에다는 유리 한복을 빌려서 입혔다.
첸첸은 좀 작은 듯 하지만 나름 귀여운
중국옷을 입고 왔다.
좀 추운 듯싶은데.....
아쉽게도 싸야가 기모노를 일본에 두고
왔다 해서 입지 못했다.
예전 유치원 교사시절,
구정이 오면 아이들 모두 한복을 입혀서는 절하는 법을 가르치곤 했었다.
큰절, 평절, 맞절, 그리고 앉는 법등.
천천히 앉으세요. 천천히.
손 흔들리지 않게 조심조심.
머리 숙이고 속으로 하나, 둘, 셋 셀 때까지 멈추고 다시 천천히 머리 들고 허리 펴고
천천히 일어나세요.
손 배에 놓고 반절~~~~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살짝 비켜 앉고.....
어찌나 이쁘던지.
그러고 보니 우리 딸들 아주 오래전 절하는 법 가르치고는 안 했으니 다 잊었겠다.
언제 날 잡아 절하는 법을 가르쳐야겠다.
나름 일본의상처럼 꾸미고 온 웨일런.
노리는 하은이가 입던 빨간 중국 드레스가 너무 맘에 들어 하루종일 행복해했다.
나중에 좀 작은 하빈이가 입던 중국 옷을 입은 밀란.
이런 날 한번 정도 저리 입고 하루를 보내는 것도 참 재미있고 좋다.
말리아는 하은이가 입던 중국옷이 딱 맞았다.
오늘 하루 미국 아가씨가 중국 아가씨가 되었다.
한복을 입은 승희와 이레는 점심시간에도 한복을 안 벗고 싶어 할 정도로 좋아했다.
일 년에 한두 번 입으면 많이 입는 한복이니 이렇게라도 하루종일 입고 생활하는 것도
좋지 싶다.
에고..... 아파서 못 온 노라가 걸린다.
엄마들이 준비해 주신 한국 음식들을 맛보는 아가들.
그리고 왜 이날이 다시 새해인지 설명은 했지만 이해한 것 같지는 않다.
올해는 토끼해란다. 작년에는 호랑이 해였고.
잠깐 아래로 내려오라 해서 내려가니 몇 명 저리 모여서 사진촬영을 한단다.
아마도 다른 학년은 체육이나... 다른 수업 중이었나 보다.
분명히 이쁘게 들 하고 온 걸 봤는데 어째 안 내려왔다.
중국, 일본 아가들이 안 보이네......
그러고 보니 까롤리나는 베트남 옷 안 입고 왔나?
내년에는 미리 한복을 많이 빌려가서 하빈이 반 아이들을 다 입혀 봐야겠다.
설날이지만 기름냄새 풍기며 부침도 안 하고 전도 안 부치고,
떡국도 아직 못 먹었다.
저녁에 떡국이나 끓여 볼까.....?
다음 주는 밸런타인 카드를 만들어야 하니 오늘내일 여러 가지 다양한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색종이 접기 준비도 해야 하고.....
이리 바쁜 것이 요즘 참 감사하다.
이리 준비하면서 살다 보면 봄도 오고 여름도 오겠지.
버선신고 고무신 신고 하루종일 있었더니 발가락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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