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두 딸들 도시락과 내 것까지 세 개의 도시락을 준비해서 출근을 한다.
그리고 점심 시간이면 노라가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며 내 도시락을 본다.
혹시 오늘은 김을 가지고 왔나.... 싶어.
그러다 어제 처럼 김을 가지고 온 날은 웃으면서
Ms, sun mee, Can I have a seaweed? 하고 묻는다.
그러면 김 한장을 냅킨 위에 올려 주면서 식사 다 끝나면 먹으세요.
하고 옆에 놓아 주곤 했었고,
노라는 무지 행복한 표정으로 김을 바라보며 식사를 끝내고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김을 먹곤 했었다.
그런데.......
어제는 김을 가지고 가서는 눈은 아이들을 보지만 딴생각을 하면서 식사를 하다가
마지막 김을 아무 생각없이 먹어 버렸다.
그때 들려온 작은 떨리는 목소리.
Ms Sun Mee, My seaweed?
깜짝 놀래서 노라를 보니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저 이쁜 파란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고여서는 뚝뚝 떨어지는데 어찌나 슬퍼 보이던지.
이를 어쩌나........?
이미 마지막 김이 입안에 들어갔으니......
노라, 오늘은 왜 나에게 안 물어봤어? 김 달라고 나에게 말했어야지.
다음에는 꼭 나에게 달라고 말해야 돼 알았어?
대신 내일은 김을 노라에게 한통을 다 줄게, 알았지?
새끼손가락 약속!
눈에 눈물 달고는 웃으며 노라가 묻는다.
저거 다 한통을 줄 거야?
그럼 ~~~~ 진짜 내일 노라에게 한통 다 줄게.
웃음이 나온다.
말은 안 했어도 항상 챙겨주었기에 믿고 기다렸던 모양이었다.
어쩜 그리 눈물도 금방 뚝뚝 떨어지는지......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김부터 챙겼다. 혹시나 잊을까 봐.
그리고,
오늘 점심시간에 챙겨간 이 김을 노라에게 주니 세상에~~~~~
입이 귀에 걸렸다.
그리고는 너무나 행복해하며 식사를 하는데 맘 같아서는 매일 주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
다음에 김을 가져가면 꼭 미리 노라겠을 챙겨놔야겠다.
선생님이 자기 안 주고 마지막 김을 먹을 때 얼마나 서운했으면 눈물울 뚝뚝 흘렸을꼬....... 미안, 노라!!!
난 아직도 멸치 볶음을 한국에서 친정언니가 만들어서 보내준다.
배워도 안 되는 것이 이 멸치 볶음이라서......
그런데 엉뚱한 사건이 벌어졌다.
학교에 갔다 온 하빈이.
"엄마, 에다가 멸치볶음이 너무 맛있다면서 한국식품점에 가서 멸치를 샀대.
그리고 어떻게 만드는지 물어보는데?"
뭐시라~~~~~?
그리고 하빈이 하는 말.
"근데 엄마도 멸치 볶음은 이모가 만들어서 비행기로 보내주잖아.
엄마도 모르는데 어떻게 하지?"
진짜 어떻게 하나?
일단 집에 있는 인스턴트 멸치 볶음 캔을 하빈이 편에 보냈다. 에다에게 주라고.
그리고 다음부터는 한국식품점에 가서 생멸치를 사지 말고 이 멸치볶음 캔을 사서 먹으라고.
오후에 카페테리아에 내려가니 우리 에다 공주님 벌써 캔을 따서는 손가락으로 멸치를 집어 먹으며
숙제를 하고 있다. 손가락 쪽쪽 빨면서 말이다. 짤텐데........
그리고 다음날,
엄마, 에다가 한국식품점에 갔었는데 멸치볶음 캔만 없었데.
에휴~~~~
그럼 이모가 보내주신 멸치 볶음을 조금 싸서 보내고 에다가 샀다는 멸치 가져오라고 해.
엄마가 요리책 보고 한번 만들어 볼게. 알았어?
옆에서 듣던 하은이 왈,
엄마, 혹시 국물 내는 무지 큰 왕멸치 산 것은 아닐까?
설마....... 아니겠지.
하빈이 멸치볶음을 먹어 봐서 크기는 알았을 거야.
에다는 베네수엘라 아가씨인데 한국음식을 무지 좋아한다.
그래서 가끔은 하빈이 귀에 작은 소리로 묻는단다.
에스더, 나랑 도시락 바꾸어 먹을래?
ㅋㅋㅋㅋㅋ
하빈아,
내일은 에다 도시락까지 싸줄까?
그러면 얼음공주 하빈이,
됐어! 괜찮아, 내 것 항상 같이 나눠 먹어.
나눠 먹어?
하빈이 도시락은 아빠 두 숟가락 정도밖에 안되는데..... 뭘 나눠먹어?
그럼 도시락 양을 좀 늘릴까?
그것도 싫단다.
지금처럼 딱 그만큼만 싸달란다.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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