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들의 이야기

내 작업실이 필요해.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1. 7. 28.

여름방학이 되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 선언했던 작은 딸.

고양이 다섯 마리를 만들었다. 중간에 원단 사러 나갔다 오고,

솜 떨어졌다 해서 다시 솜 사다 주고.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란다.

앞으로 더 고양이를 계속 만들 것이란다.

뭐시라.........

아빠가

눈은 안 그려?

하니 싫단다.

이대로 하겠단다.

왜냐하면 뒤쪽은 다른 모양이라서 기분 따라 앞뒤가 바뀐다고......

아이스크림 박스를 달라더니 칼로 구멍을 뚫고는 그네를 만들겠다고.....

칼 달라....

끈 달라.....

주문이 많더니 드디어 고양이 침대 겸 그네를 만들었단다.

그러더니 못을 박아 달란다.

이 그네를 걸어야 한다고.....

에휴~~~~

못은 아빠에게 부탁하세요.

엄마는 못합니다.

도대체 어디에 못을 박으라는 것인지.....

온 집안이 작은 녀석 작품으로

꽉 찼다. 장도, 벽도, 책꽂이도...... 

이번에는 연두색 고양인가 보다.  

그러더니 종이컵에 숟가락을 꽂아 고정시켜 달란다.

왜?

인형 또 만들고 싶어서.

뭐시라~~~~  

무슨 인형?

저기....

책장을 보니 얌전히 앉아 있는 종이컵 인형들. 언제 저기다 갖다 놨지?

집안 구석구석 작은 녀석이 만든 작품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식탁 옆 벽에는 작은 녀석이 아빠 생일날 선물로 만든 액자가 걸려있다.

작은 녀석이 직접 벽시계가 있던 자리에 걸었다.

 꽹과리 밑에도 작은 녀석이 자기가 만든 작품을 저리 걸어 두었다.

 여기에도,

그리고 식탁 위에도 작은 녀석이 만든 토끼가 있다.

그런 며칠 전,

엄마, 아무래도 작업실이 있어야 할 것 같아.

나중에 이사를 가면 작업실을 하나 만들어야겠어.

뭐시라......

엄마도 필요하거든?

그러더니 한술 더 떠서는

엄마, 장도 필요해요. 내가 만든 것들을 다 넣어서 정리할 장.

에휴~~~~~

그러고 보니 장식장도 조금씩 하빈이가 만든 도자기와 그릇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정말 나중에 작은 녀석방에다가 한쪽에 선반을 만들어 줘야 할 것 같다.

장식장에, 벽에, 큰 상자 하나 가득 들어 있는 작품들. 

갑자기 사진기를 들고  마당으로 나가서는

사진을 찍어 보고는 혼자 무지 흐뭇해한다.

그리고는 절대 지우면 안 된다며 자기 사진을 모두 모아 잘 보관해 두란다.

이 녀석,

에미를 아예 비서인 줄 아나보다.

엄마,

내가 찍은 사진 진짜 잘 찍었지요?

이것 봐.

버섯 엄마 봤어?

배 좀 봐.

혼자 신이 났다.

이러다 사진까지 현상해서는

온 집에 사진까지 붙여 놓는 것은 아닌지.....

이 녀석은 나중에 뭐가 되려나......

빵 굽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해서 제과제빵 책을 사더니,

연구원이 되고 싶다 하고,

공룡뼈를 찾으러 다닐까?

동물원에서 동물들 밥 주는 사람도 되고 싶다 하더니

아무래도 요즘은 고양이, 토끼 만드는 것이 인형 만드는 사람이 되려나?

십자수 할랴, 퀼트할랴,

어찌나 바쁜지.....

그런데 손과 머리만 바쁘지 항상 한자리에 조용히 있기에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작은 녀석.

그러다 한 마디씩 할 때면 어이가 없다.

엄마도 없는 작업실이 필요하다는 작은 딸.

게다가 전시할 장까지....

큰일이네.

진짜 이사를 가야 할라나 보다.

작은 녀석이 작업실이 필요하다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