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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헝가리에는 12월 5일 밤에 산타가 온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1. 12. 7.

헝가리에서 아이 키우면서 몇 번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12월 6일 아침이다.

왜냐하면 헝가리는 12월 5일 밤에 산타가 집집마다 다니면서

아이들 신발안에 초콜릿을 넣어 놓고 작은 선물을 주기 때문이다.

작은 녀석이 5살 때,

평상시처럼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오후에 아이들을 태워 집에

오는데 유난히 조용하다.

왜 그러지.....?

그런데 뒷자리에 앉아 있던 작은 녀석이 훌쩍이며 운다.

너무 놀라

"하빈아, 왜 울어? 무슨 일 있었어?"

".......

엄마, 내가 엄마에게 짜증 내고 화내서 그래서

나빠서 산타할아버지가나한테만 선물을 안 주셨나 봐.

오늘 유치원에 가니까 친구들은 다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셨어요."

세상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짱구 열심히 굴려서 아이를 달랬다.

"하빈아, 부다페스트는 어제 오고 이르드랑 디오쉬드,

싸쓰헐럼버터는 오늘 밤에 오는 거야. 진짜로....

우리 하빈이가 얼마나 착한데."

울던 작은 녀석 진짠가....? 싶은지 울음을 그쳤었다.

옆에서 차마 엄마에게 묻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던

큰 녀석도 그제사  얼굴이 환해지면서

맞아, 산타할아버지가 하루에 다 선물을 줄 수는 없어.

아무리 밤새 날아다녀도 혼자서는 힘들거든.

그럼 그럼. 그래서 한국은 24일 밤에 오신다.

엄마 어렸을 때는 언제나 24일 밤에

선물을 주셨었어. 지금도.

그리고 그날 밤 딸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쿠키랑 우유를 식탁 위에

예쁘게 산타할아버지 드시라고 올려놓고 잠이 들었고,

남편은 밤에 무지 바빴었다.

하루 늦게 방문한 산타할아버지 덕에 작은 녀석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지고 신나서 유치원에 갔었다.

 

오늘 아침 헝가리 꼬마들 신이 나서 교실로 올라온다.

어제 산타할아버지가 초콜릿과 선물을 주셨단다.

그런데 한국 아가들과 영국, 미국 아가들은 조용하다.

아마도 나처럼 몰랐겠지.....

나중에 안 미국 꼬마 마이카 엄마가 오후에 바쁘셨단다.

선물 사러 마켓으로 뛰어가셨으니까.....

왜 헝가리만 산타할아버지가 일찍 오는지 참 알 수가 없다.

덕분에 외국 엄마들 무지 당황한다.

알고 있다가도 12월 5일을 깜박 잊고 넘기고 마니 말이다.

딸들이 어렸다면 오늘 아침도 깜박 잊었을 테고 무지 당황했을 텐데

다행이다. 이젠 벌써 7,9학년이 된 딸들 산타할아버지의

초콜릿을 기다리지 않으니 어찌나 다행인지.

 

그리고 대부분의 유치원과 헝가리 학교에서는

12월 6일 오늘 가짜(?) 산타 할아버지가

방문을 하셔서는 초콜릿을 나누어 주는데 오늘

우리 학교에는 가짜 산타할아버지가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인형극이 방문을 했다.

헝가리에는 인형극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분들이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에 많은 학교를 방문을 해서 인형극을 한다.

크리스마스에는 예수님의 탄생을, 복음을, 부활절에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그리고 천국의 소망을 전한다.

오늘 우리 학교에 와서 전해준 이야기는 톨스토이 원작인

구둣방 할아버지 빠빠 파노브 이야기였다.

하나님을 사랑한 구둣방 할아버지에게 

주님이 오늘 할아버지를 방문하겠다 약속했고,

할아버지는 하루 종일 기다리며 추운 밖에서 고생하는 청소부,

배고픈 할머니, 가난한 모자를  초대해서 함께 차를 나누고 도와주는데

밤이 되어도 주님은 오시지 않고 깜박 잠든 할아버지에게 주님은 말씀하신다.

고맙다고, 내가 배고플 때 먹을 것을 주었고,

추울 때 따뜻한 차로 몸을 녹여 주었다고....

이웃에게 하는 것이 나에게 하는 것이라는 내용.

영어로 녹음을 해서 틀어 놓고 인형극을 했는데 끝나고

모든 아이들에게 인형극 내용과 노래가 담긴

CD를 선물로 주셨다. 

우리나라는 복음이 전해진지 100년이 넘은 나라다. 200년이 안된....

하지만 헝가리는 1000년 전이라고 한다.

그런 헝가리가 학교마다 찾아가는 복된 발걸음으로 깨어나고

살아나고 아이들 입에서 찬양이 자연스럽게 나오기를 기도한다.

퇴근하는 길에 마트에 들렀다.

내일부터 시크릿 산타를 하는데 몰래 선물을 보내주어야 한다.

내가 뽑은 분에게.

그래서 첫날은 이쁜 은색 초를 선택했다.

내일 아침 살짝 갖다 놓으면 된다.

다음에는 초콜릿, 다음에는 크리스마스 장식, 다음에는 촛대......

일단 생각은 이렇게.....

큰 녀석과 작은 녀석도 하이스쿨에서 시크릿 산타를 한다면서

벌써 뽑았단다.

뭘 선물할까 고민들을 한다.

행복한 기분 좋은 고민들을.

이렇게 12월 하루하루 바쁘게 우린 살고 있다.

이러다 보면 이번 주가 가고 콘서트 마치고

다음 주면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하고

신나는 3주의 방학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