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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헝가리 그리고 호두나무의 가을,겨울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1. 12. 22.

10월 22일 가을 오후,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마당으로 나간다.

호두를 모아 말리기 위해서.

난 언제나처럼 집안에서 커피 마시며 멀리서 줌으로 잡아 사진만 찍는다.

나중에 하은이가 찍어 온 사진.

호두가 매년 조금씩 잘아지는 것 같다.

아마도 가지치기를 안 해주어서 그런가 보다.

11월 6일.

쓸어도 쓸어도 끝이 없는 나뭇잎들.

뒷마당은 저리 노랗게 덮여 버린다.

살구나무와 자두나무 밑은 노랗게.

체리나무와 호두나무 밑은 짙은 갈색으로 뒤덮이고

저리 쌓아 태우면 순식간에 다 타버린다.

가을이면 이렇게 나뭇잎 타는 냄새가 참 좋다.

이상하게 호두나무잎을  태우면 민트향 냄새가  난다.

따지 않은 사과들은 아주 빨갛게 익어가고, 자잘한 것들은 그냥 남겨둔다.

뒷마당의 호두들. 저리 말렸다가 까서 냉동고에 보관을 한다.

시간 날 때....

그런데 이젠 그것도 힘들다.

손목이 아프고 어깨가 아파서 자꾸만 미루게 된다.

나머지는 저리 그냥  놔둔다.

그러면 겨울 내내 동물들이  와서는 먹는다.

특히 까마귀들이 어찌나 좋아하는지....

11월 26일.

어찌나 시끄러운지.....

까마귀 소리에 카메라 들고 살며시 나와서 보니 까마귀들이 호두를 까먹는다.

저리 호두를 물고 날아가서는 지붕 위에 떨어트려서 깨지면 속의 호두를 빼먹는 것이다.

도대체 몇 마리야.....?

귀곡산장이 따로 없네.....

하은아, 우리 까마귀 잡아서 먹을까?

기절하며 쳐다보는 하은이.

엄마~~~!!!!

까마귀는 비삼이래. 날아다니는 산삼. 우리 잡아서 삼계탕 해 먹을까?

두 딸들이 놀래서 나를 본다. 진짜 우리 엄마 이상해졌나 봐..... 하는 눈빛으로.

행여나 진짜 엄마가 까마귀 잡으러 나갈까 봐 걱정인 딸들....

오늘 눈이 왔다. 처음에는 가는 쌀가루 같더니 조금씩 굵어지고....

겨울 맞는구나......

카메라 들고나간 하빈이 가 찍어 온 사진.

몇 개 달려 있던 사과 중 하나. 참 이쁘다.

뒷마당의 사과나무에는 사과 한 알이 유일하게 매달려 있었단다.

엄마, 엄마, 이거 공중에 그냥 떠있는 것 같지? 아니야. 딱하나 남아서 매달려 있는 거야.

너무 신기해서 찍어와서는 설명하는 작은 녀석.

저리 남은 사과들은 까마귀의 겨울 양식이다.

이상하다? 까마귀 소리가 아니네?

가만히 보니 까치랑 비슷하다. 까치인가...?

너무 멀어 꼬리를 확인할 수가 없다.

까치 맞을 거야... 반가운 소식이 있으려나?

개구리 왕자님도 겨울 내내 자리를 지키고 있겠지.

눈이 오고 바람 불고....

그리고 다시 봄이 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