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들의 이야기

헝가리 우리 집 호두나무의 봄,여름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1. 12. 22.

봄이 오면 제일 먼저 우리 집 앞마당의

나무들이 몸살을 앓는다.

홍역을 앓듯 그렇게 뾰루지 같은  새싹을 내느라.....

그럴 때면 감사하게도 봄바람이 한 번씩 식혀주고

봄비가 열을 내려 준다.

겨울 내내 듣던 까악~~ 까악~~~

까마귀 소리 대신에 짹짹거리는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을 하고,

겨울 내내 꽁꽁 얼어 죽은 것 같던 땅과 나무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계절.

그래서 나도 다시 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안으로

들여놓는 때이다.

4월에 찍은 앞마당 주차장 옆의 호두나무.

새가 아예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키우는 나무다.

가끔 옆집 고양이가 눈독을 들이다가 쫓겨나는 곳.

앞마당 집 앞의 호두나무.

제일 호두가 많이 열리던 나무였는데

올해부터 아픈가 보다.

한쪽 가지가 병이 들었다.

아무래도 잘라내야 할 것 같다.

왜 병이 들었지?

뒷마당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호두나무.

이 나무에서 열리는 호두는 반이상이

옆집으로 떨어진다.

호두알이 제일 굵은 나무인데 키가 커서 그런가...?

뒷마당의 호두나무. 늦가을이면 호두 떨어지는

소리가 탁! 탁! 들리는 나무다.

호두가 지붕 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나무의

호두는 대부분 까마귀나 작은 들짐승들의 양식이 된다.

겨우내 뒷마당에 그냥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집 밖 담장에도 4그루의 호두나무가 있다.

나뭇잎 치우기 힘들어 잘라 버릴까 했더니

이르드 시에 신고를  해야 자를 수 있단다.

이것이 뭔 말.....?

이 4그루의 호두나무에서

떨어진 호두는 거의 구경을 못한다.

매일 지나가는 사람들이 주어 가지 때문에 엄청난

호두가 열린 것을 보기는 하지만 떨어지자마자

주어 가는 손길로 떨어지 호두를 구경도 못했다.

그래도 우리 집 담장 옆이기에 우리가 나뭇잎 모아

태우고 쓸어야 한다.

자르려면 시청에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나?

이렇게 호두가 싹을 낼 때면 사과나무는 저리 이쁜 사과꽃을 피운다.

언제나 늦장을 부리는 무화과도 저리 위쪽은 싹이 나고......

언제나 제일 먼저 싹이 나는 체리나무는

4월이면 저리 꽃이 만발한다.

그리고 5월이면 호두나무에서는 엄청난 양의 꽃 같지 않은

호두 꽃이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 마당은 호두나무 꽃이 떨어지면서 함께 뿌려지는

초록 가루로 뒤덮인다.

날이 좋으면 그나마 봐줄만하다. 초록 가루도 이쁘고,

그런데 저리 비가 오면 정말 한숨만 나온다.

쓸어 모으면 또 어찌나 무거운지.....

비가 유난히 많이 온 어느 해에 모두 쓸어 모아

쓰레기 봉지에 담았는데 12 봉지나 나와서

처리하느라 무지 고생했었다.

꽃이 지면서부터 잎이 커지고 짙어진다.

그러면서 무성한 아름다운 호두나무가 된다.

그리고 우린 옷도 가벼워지고 따뜻한 햇살이

좋아 자꾸만 밖으로 나가게 되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이때쯤이면 무화과도 아래까지 잎이 나면서 커지고.

그래도 꽃은 없다. 무화과니까.....

5월에 호두 꽃이  다 지고 나면 6월 중순부터

호두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호두가 저리 보일 때쯤 우리는 체리를 따먹는다.

그리고 방학이다.

집에서 뒹굴 뒹굴...... 언제나 기다려지는 시간들......

체리도 먹고  익은 살고과 자두를 따먹으면서 익어가는

사과를 바라보는 시간이다.

6월 29일에 찍은 사진. 초록 호두가 제법 영글었다.

이때쯤에는 다 먹지 못한 자두와 살구가 익어 떨어진다.

그리고 8월 말이면 이렇게 배가 익어가고 사과가 익어 간다.

어느 날 발밑에 호두가 밟혀서 보니 햇호두가 벌써 몇 알 떨어졌다.

이때의 햇호두는 옅은 비린내가 난다.

9월 23일. 새벽에 나가 오후에 들어와 몰랐었는데

발에 밟힌 호두에 놀라 위를 보니

벌써 호두가 벌어지고 있었다.

난 초록 껍질이 단단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초록 껍질은 말라서 갈라지고 안에서 단단한

갈색 호두가 나오는 것이다. 어찌나 신기한지.....

저렇게 겉 초록 껍질이 말라서 갈라지면 안에서

단단한 껍질에 둘러싸인 호두가 밑으로 떨어진다.

바람 부는 날이면 뚜두 두두 뚝뚝!!!

10월 14일.

제법 떨어진 호두들이 모아진다.

이때의 햇호두는 까면 옅은 비린내가 나기에 말려야 한다.

햇볕에 잘 말려서 보관을 해야 하는데 워낙 시간도 없지만

별로 부지런하지 않기에 언제나

저렇게 그냥 모아만 놓는다.

그러면 보다 못한 남편이 아이들 데리고 팔 걷고 밖으로 나간다.

호두를 모아서 말리고 나뭇잎 모아 태워야 하기 때문에......

이때까지만 해도 가을 햇살이 좋아 이불도 말리고

빨래도 베란다에서 말리곤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