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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 가족여행/폴란드

아우슈비츠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2. 8. 12.

아침 6시 좀 지나 삼각김밥 싸서 잠든 아이들 깨워 폴란드로 출발을 했다.

오늘도 7시간 차 안에 있어야 하니 책도 간식도 챙겨서.

헝가리에서 폴란드 크라쿠프까지 400km가 안 되는 거리지만 이렇게 일 차선 산길을 가야 하기에

6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래도 이런 산길이 졸리지 않고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어 좋다.

트럭을 추월해야 하는 것이 좀 긴장되지만. 

국경 가까이 가면서 이상하다 했었다. 낯선 길.

그럼 그렇지. 항상 지나가던 국경이 아니었다. 산등성이에 있는 낯선 국경.

네비가 아우슈비츠를 치자 제일 빠른 길로 안내하면서 데리고 간 국경이었다.

예전에는 이런 산 위의 국경은 슬로바키아와 폴란드 사람들만 오갈 수 있는 국경이었다.

오래전 지도를 보면서 남편이 이 국경으로 왔다가 되돌아가라 해서 다시 내려가 큰 국경을 통해서

슬로바키아로 갔었던 기억이 있다. 이젠 EU 국가가 되어 아무나 통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드디어 7시간 만에 아우슈비츠에 도착을 했는데......

7년 전에 왔었는데 그사이 너무나 많이 변해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개인으로 왔어도 표를 사서 단체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인당 대략 10유로 정도로.

우린 가이드가 필요 없다 해도 안된단다.

내가 폴란드만 벌써 14번째 방문이고

아우슈비츠는 8번째인데 뭔 가이드..... 도대체 왜 이런 법을 만들어서 사람 심란하게 하나.

정 원하면 오후 3시 이후에 들어가면 가이드 없이 들어갈 수 있다고.

게다가 너무나 시끄럽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예전에 아우슈비츠에 오면 정숙하고 경건하고 조용했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시끄럽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실망스럽다.

아우슈비츠는 이러면 안 되는데.....

정말 이곳은 이러면 안 되는데.

안내하는 아가씨가 정 원하면 셔틀버스를 타고 제2 수용소를 먼저 다녀 오란다.

그때가 오후 1시 30분 경이라서 그럴까... 하다가 그래도 줄을 섰었다.

긴 줄을 서서 표를 사려하니 유로는 안된다고. 폴란드 돈 즐로티로 바꾸어 오란다.

뭐시라...? 우 씨~~~

그래서 결국 셔틀버스를 타고 우린 10분 거리의 제2수용소로 먼저 갔다.

셔틀버스에서 내리니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이 유태인 고등학생들이었다.

자기 민족의 아픈 역사의 현장에 서있는 학생들.

저 통나무집 하나에 400명이 수용되었다고.

폭격으로 대부분의 건물이 파괴되고 몇 건물만 남아서 그때의 처참했던 모습을 말해준다.

유럽 전역에서 이 기차를 통해 유태인들을 이곳으로 실어 날랐다고.

이 한 칸에 100을 실었다니 그 안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 까.....

헝가리에서도 엄청난 수의 유태인이 이곳으로 저 기차를 통해 실려 왔는데

우린 쾌적한 차를 통해 6시간인데 그들은 저 기차를 통해 고통스럽게 긴 시간 이곳으로 온 것이다.

이 문을 통해 매일 수천 명의 유태인이 노동의 현장으로 끌려갔다고.

수를 세기 위해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연주했고 그 음악에 맞추어서 행진하며 걸어갔다고.

아우슈비츠 여기저기에 젊은이들이 모여서 듣기도 하고 나누기도 하고.

과거를 듣고, 현재를 돌아보며, 미래를 생각하겠지.

이 독가스 한통으로 400명을 죽였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수가 오르내렸는지 계단이 닳았다.

가스실 입구에는 정숙하라고. 이곳에서 죽어갔던 사람들의 고통을 기억하라고

그리 적혀 있다.

힘든 아이들을 호텔에 내려놓고 올케랑 석현이랑만 크라쿠프 광장으로 나왔다.

차 주차하고 오니 에고~~~ 내 새끼~~~

고모 알아보고 뛰어 오네.....

차 안에서 그리 오랜 시간 잘 참고 온 것도 이쁜데.

크라쿠프 광장에 있는 건물 안에 있는 각 지방의 문장들.

오늘 아우슈비츠를 다녀와서 인지 OSWIECIM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호텔에서 잘 자고 다음날은 소금광산으로 갔다.

아침 10시 전에 도착을 했는데.....

난 그러면 여유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줄이 무지무지 길었다. 알고 보니 아침 8시 30분부터 개장이란다.

저 긴 줄을 서서 표를 사려하니 또 유로는 안 받는 단다.

어이없음...... 카드로 대신 결재를 하고....

그래도 다행히 영어는 30분 간격이어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다른 언어, 이태리, 프랑스, 독일, 스페인어..... 등은 시간 간격이 좀 길었다.

올케랑 조카들이 들어가고 막내 석현이는 나랑 놀았는데 어찌나 순하게 잘 놀던지.....

올 때와는 달리 헝가리로 돌아갈 때는 브라티슬라바 쪽 고속도로를 통해 가기로 했는데.....

700km가 넘지만 시간은 더 빠르다 해서 선택을 했고, 또 안 가본 길로 가보고 싶어서.

분명 고속도로 통행료도 9 즐로티나 냈는데......

공사 중이란다..... 천천히 밀려가면서 그리 가는데.....

게다가 공사구간이 끝나니 분명 고속도로인데 신호등이 있다.

시속 70이라 하고 아이들, 자전거.... 조심하란다.

내참.... 고속도로 통행료를 분명 냈고 올케도 분명 고속도로 표지판을 봤다는데

무슨 고속도로에 신호등에 횡단보도도 있고.

1박 2일의 폴란드 여행을 그렇게 마치고 우린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너무 피곤해 많이 울던 우리 석현이는 집에 와서 보니

머리 뒤통수에 뾰루지가 나있었다.

그래서 아려서 울었던 것을.

집에 와서 밥에 물 말아 김치랑 먹으니 살 것 같았다.

아이들도 모두 그렇게 밥에 물 말아 김치랑 먹고 여행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