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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하빈이네 믿음의 여정

성미 쌀 헌금.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2. 12. 24.

친정엄마는 1970년대 중반부터 군산의 한 교회

중고등부 교육전도사로 섬겼었다.

그때는 교회마다 여자 성도들이 많았고,

여자들은 현찰 만지기가 쉽지 않은 시대였었다.

서울 같은 대도시가 아닌 시골에서는 특히.

그래서 그때는 예배당에 올 때 돈으로 헌금을 하기도 하지만

여자 성도들은 매끼 밥을 할 때 한 숟가락씩 따로 모은

성미 쌀을 십자가가 수놓아진 주머니에 담아가지고  와서는 

예배당 뒤편에 있는 쌀통에 붓고는 했었다.

그러면 그 쌀을 모아서 목사님과 부교역자들에게 나누어 주었었다.

엄마도 교회에서 성미 쌀을 월급 대신 받았었다.

성미 쌀을 월급 대신 받으면 일단 십일조를 따로 구분하시고는 

그 쌀로 밥을 지었었다.

그런데 그 월급대신 받은 쌀은 항상 한 달을 못 넘기고 쌀이 떨어지곤 했었다.

쌀을 씻을 때 가끔 엄마는 한숨을 쉬셨다.

곰팡이 핀 쌀이 섞여 있기도 했고, 묵을 쌀과 돌, 콩....

여러 가지가 다 섞여 있는 쌀을 고르고 또 고르며 그렇게 밥을 지으셨었다.

쌀이 떨어져 내일 아침을 걱정할 때쯤이면 기가 막히게

하나님께서 쌀을 보내주셨었다.

곰팡이 핀 쌀이 아니라, 묵어서 냄새나는 쌀이 아니라 좋은 쌀로.

그렇게 우리나라가 참으로 어렵던 그 시절.

우리도 어렵게 그리 보냈었다.
작년 겨울, 폴란드로 스키 여행을 가서 호텔에 머물 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참 감사하다.....

그래서 2012년 1월 1일부터 성미 쌀 헌금을 모았다.

우리 4 식구가 하루에 일인 100 포린트(500원)씩, 400 포린트(2000원)를

일 년 동안 모았다.

그리고 아이들이랑 매일 기도하며 기다렸었다.

하나님께서 보내라고 하시는 곳에 이 성미 쌀 헌금을 보내려고,

그렇게 12월 중순이 지나갈 때, 가족이 함께 의논을 했다.

어디로 보낼 것인지.....

그때 남편이 헝가리 어려운 분들을 돕고 싶다고.

그런데 우리가 아는 헝가리분이 없어서......

그래서 결국 도움을 받기로 했다.

헝가리에서 20년 넘게 현지 사역을 하시는 선교사님께.

전화를 드리고 성미 쌀 헌금을 전달해 주시면 좋겠다고.

우린 그냥 한가정을 생각했었는데,

선교사님께서는 액수가 좀 많다며 3 가정에 나누면 좋겠다고 하셨고,

우리는 그저 잘 모르니 선교사님께서 알아서 해주세요.... 했었다.
성미 쌀 헌금은 전달이 되었고,

선교사님께서 한번 교회를 방문해 주셨으면 하셨었다.

20년을 헝가리에서 함께 했지만 한 번도 선교사님 현지 교회를

방문하지 않았기에 오늘 예배 끝나고 아이들 손을 잡고

선교사님 사역하시는 현지 교회를 잠시 방문했다.

20년이 넘는 시간을 한결같이 겸손하시고 똑같으신 귀한 선교사님.

언제 봐도 밝고 환한 웃음을 주시는 사모님.

그리고 5살 때 봤던 바울이는 의대 5학년이 되었고,

듬직한 청년이 된 바울이가 부모님 사역을 돕고 있다.

우리랑 예배시간이 같아서 함께 예배는 못 드리고 예배드리고 출발하니 12시다.

우리 예배당 길건너인것을 난 선교사님 댁만 알고 있었기에

선교사님 댁 가까이에 예배당이

있는 줄 알았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예배를 마치고 애찬을 나눌 준비를 하고 계셨었다.

평균 25명정도의 현지인 성도들이 함께 예배를 드린다고.

이곳에서 선교사님 부부는 한국말과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가르치신다.

금발머리의 이 분은 한국 이름이 고은이라고 본인을 소개하신다.

선교사님께서 원하시는 분들에게 한국 이름도 지어드리신단다.

매주일 이렇게 예배가 끝나면 다 함께 점심을 먹는다고.

물론 음식 준비는 사모님께서 준비하시고.

함께 식사 하시자 하시는데 처음부터 계획하고  방문한 것이 아니라

 아침에 예배당 가다가 결정한 일이었기에

다음에 다시 오겠다 말씀드리고 우린 먼저 나왔다.

작은 부엌도 있고, 국수가 담긴 것을 보니 헝가리식 싶은가 보다.

예전에 우리도 매주일 예배 후에 점심을 함께 했었는데......

달력을 주셔서 감사히 받아 왔다.

다음에 혹시 시간이 맞는 다면 함께 예배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하은이랑 하빈이랑 함께.

주일은 예배시간이 10시로 우리랑 같아서 안 되겠지만 

혹시 다른 시간에 예배가 있을 때 딸들이랑 함께 헝가리

지인 성도들과 하나님을 찬양하고

말씀을 듣고(하은이가 나에게 통역을 해줘야 하겠지만)

그리고 언어는 다르지만

서로를 축복하는 예배를 드리고 싶다.

 

다시 2013년에도 성미쌀 헌금을 시작해야겠다.

풍족하게 부족함 없는 우리의 생활이 감사해서,

매끼마다 변덕스러운 우리에게 다양한 먹거리를 준비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감사해서,

우리 딸들이 나중에 결혼해서도 밥할 때마다 한 숟가락씩

쌀을 모아서 헌금 대신 

하나님께 바친 귀한 여신도들의 믿음을 본받기를 바라서....

 

내년에는 우리 가정 말고도 함께 동참하고자 하는

가정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주님 오신 기쁜 날 더 많은 어려운

가정들에게 우리 주님이 주시는

따뜻한 사랑과 위로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 종일 눈이 내린다. 쉼 없이.

작년? 재작년?

오늘처럼 내리는 눈을 보면서 

하늘에서 쌀가루가 내리는 것 같아..... 했더니

엄마, 만나가 하늘에서 내릴 때 이 눈처럼 그랬겠지? 

하늘에서 만나가 내리는 것 같아. 

했던 하은이 말처럼 매일매일 영적, 육적인 만나를 주시는

하나님 은혜에 감사해서.

오늘로 주일학교 마지막 예배, 그러니까

마지막 피아노 반주였고,

마지막 성경암송 요절을 만들었다.

2013년에는 감사하게도 한 의대생이 자원해서 

주일학교를 섬기겠다고 해서 1년 4개월 만에

대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언제고 또 주일학교가 비면 들어가야 하겠지만

참 감사하다.

주일학교 전도사님께서 1년 4개월 동안 감사했다며 주신 선물.

내 피부가 호강하겠다.

저거 바르면 주름이 확~~~ 펴지나 보다.

전도사님,

제가 더 감사했답니다.

더 많이 도와드리지 못해 미안했고요.

 

어제는 함께 우리 집에서 식사를 하게 된 가정이 저리 초밥 준비를 다 해가지고 오셔서

난 만두와 어묵국만 끓이고 무지 신나게 먹었다.

이렇게 풍성하게 먹으며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나를 보면서

또 감사하다.

옛날이야기를 하면서....ㅋㅋㅋ

나에게 이런 시간이 허락될 것이라고 그때는 몰랐었다.

그때는 매일매일이 너무 힘들고, 지치고, 

변화가 없는 그런 시간이 너무나 지루하고 답답했었다.

언제쯤 엄마가 편안해지고, 나도 내일이 기다려지는 그런 날이 올까.... 했었던

그런 시간이 있었는데.

언제고 한번 식사를 함께 해야지 생각만 했던

그래서 더 미안한 정 집사님께서 

맛있는 케이크 사신다며 직접 찾아가서 사 오신 케이크.

꼭 무지개떡 같으다.

맛도 달지 않고 촉촉해서 두 조각이나 먹었다.

 

내일일도 모르는 우리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 이 시간이 우리에게 허락되었고,

하나님의 은혜로 내일을 기대하며 계획을 세운다.

하나님,

내년에는 더 충성된 자가 되도록 할게요.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누려고 노력할게요.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이 말씀을 읽고 마음에 담을 께요.

그리고

내년에는 더 많이 기뻐하고 기뻐하겠습니다.

나의 주님과 함께하는 길이기에 근심 대신

찬양의 시간이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