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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세관에 걸린 짐이 도착을 했는데.....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3. 3. 15.

 

봄날씨로 풀어져서 아이들이 소풍 나온 병아리처럼

신이 났었는데....

이번주 화요일만 해도 저리 화창하고 새싹이 나오는

봄이었는데.....

그냥 가기 싫어 심술부리는 겨울님 덕에 3월 중순에

눈이 10cm가 넘게 내리던 목요일.

정말 한겨울 모양 하루종일 내리고 또 내리고.....

2주 동안 만들 공룡을 미리 접어 놓고...

처음에는 정말 공룡파크를 잘해보려 했는데

시간도 없고.... 그냥 아주 심플하게 해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하려고 해.

너희들은 호수도 만들고 더 이쁘게 만들어 보셔요~~~~

다음 주까지 공룡을 만들기로 하고 시간 맞춰 내려오니

작은 녀석 무지 심심했는지.....

기다리다가 자기 손에 그림을 그린 녀석.

그리고는 자기 손 하고 논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시동 걸고도 눈치 우느라 한참을 실랑이하고.

이럴 때는 큰딸이 필요한데.....

작은 녀석 차 안에서 절대 안 나오고....

집에 와서 문을 여니,

온 ~~~ 집안에 냄새가~~~~~~

드디어 세관에 잡혀 있던 짐이 왔는데......

떡은 너무 상해서 남편이 이미 다 버려서 구경도 못하고.

너무 먹고 싶어 기다렸던 말캉한 곶감은

저리 퍼~~ 런~~ 곰팡이가 옷을 입고 있고.

세관에 짐이 잡혔다 하니 친정엄마 걱정을 하시며

이번에는 짐이 많았는데.... 하셨었는데....

진짜~~~ 뭘 저리 많이 넣으셨는지.

친정엄마가 직접 담그신 매실액 3병에,

또 직접 담그신 액젓 2병.

그리고..... 들깨 가루인가? 물어봐야겠다.

또 저건 뭐시라.....?

아무튼 본인이 보시기에 좋은 것은 다 넣어서 보내시는

친정엄마.

저걸 어디에 쓰나.....

그리고 당장 필요한 헌금 봉투 조금만 넣으라 했는데

조금이 저리 많다.

뭐든 맛있다. 한마디 하면 다음에는 또 엄청 보내시는 친정엄마.

에고~~~ 웬 강정을 또 저리 많이 보내셨는지.

반가운 친정언니표 멸치 볶음.

내가 엄마에게 부탁한 것은 잣과 황기였는데...

약식과 잣죽 좀 쑤려고 부탁한 잣과 딸들은 싫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삼계탕 끓일 황기.

그리고.....

저 말린 나물은 뭐지?

친정엄마는 내가 나물요리를 잘 못하는 줄을 모르시나 보다.

난 말린 나물 요리를 정말 잘 못하는데....

일단 언니한테 전화해서 물어보고.

그리고 마침 김이 떨어졌었는데......

아빠 어디 가 프로그램을 본 딸들이

맨김 구워서 밥 싸 먹고 싶다 해서 아빠가 몇 번 해줬었는데

또 해줘야겠다.

제일 반가운 책들.

친정엄마가 먼저 보고 좋다... 싶은 책들은 모아서

이렇게 한 번씩 보내주시는데

어쩜 내가 보고 싶은데 미안해서 말을 못 하는 책들만

골라서 보내주시는지.

특히 이해인 수녀님 산문집이 얼마 전부터 아른아른 그리웠었다.

눈물 나게 반가웠다.

몽땅 들어다가 침대 옆에 놓고.....

기분 무지 좋다.

인터넷으로 주문하고는 언제 오나 기다렸던

책이 드디어 내 손으로.

손으로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

하빈아~~~

3월 14일 

파이데이 말씀 좀 읽어봐.

에고~~~

좋아라~~~~

눈이 가물가물해서 이제는 손뜨개하지 말아야겠다.

다짐을 하곤 했었다.

그러다

작은 컵받침을 틈날 때마다 떠서 선물을 해야겠다... 싶어 주문한 책.

그런데....

안을 보고는 좀 실망.

넘 작품이 없어서.....

우씨~~~ 달랑 몇 개 사진 넣고 끝이야?

어제로 끝이난 어쩌면 마지막 작품이 될 큰 테이블보.

한 6개월 걸렸나 보다.

드라마 볼 때마다 틈틈이 짠 테이블보.

저 크기에 맞는 테이블을 사야 하나?

그럼.... 유리를 덮어야겠다.

그동안 떠놓은 테이블보 모두 꺼내서

날씨 좋은 날  빨아서 다려야겠다.
저 많은 짐을 우체국에 가져가서 포장하고 

돈 들여 부치고.... 그런데 세관에 잡혔다

하니 또 본인이 잘못한 거 마냥 미안해하시며

걱정하시는 친정엄마.

생각 없는 딸은 엄마, 그냥 잣 조금 하고 황기 다 떨어졌으니까 조금.

그리고 책 두권 인터넷으로 샀어.

오면 그거랑.

그리고 헌금봉투 급한 데로 조금만 넣어서 보내주세요. 했는데.했는데.

짐 부칠 때 뭐라도 더 넣어 보내시려는 친정엄마는

저리 어마어마하게 넣어서 보내신다.

그럴 때면 다음에는 엄마 힘드니까 부탁하지 말아야지....

하지만 한 달도 안돼서 또 엄마에게 부탁을 한다.

에고~~~ 어쩌면

그럴 때면 친정엄마는

야~ 야~~ 걱정도 하지 마라~~~

엄마가 살아 있으니까 하지 엄마 죽고 나면 누가 하겠냐?

아무 걱정도 하지 말고 그저 건강하게 애들 잘 챙기고.

엄마의 수고함에 미안함은 잠깐이고

책을 보고는 좋아서 입이 헤벌레~~~ 벌어지고,

액적을 보면서 다 떨어져서 얼마 전 새우젓을 섞었는데 너무 잘됐다~~~

좋아하는 철없는 늙은 딸이다.

이래서 내리사랑이고 

자식은 엄마의 사랑을 죽을 때까지 모르고 갚을 길이 없나 보다.

쌓인 눈들이 심술 바람의 입김에 이리저리 날리는 헝가리 연휴날.

비엔나에 가서 클림트 그림을 볼까.... 했던 계획을 바꿔서는

전기장판 켜고 누워서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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