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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하빈이네 일상들

나에게 허락된 시간을 감사하며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3. 5. 1.

4월 30일 화요일.

늦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11시가 장례식인데.

서둘러 올라가니 예배가 모두 끝났다.

두 분이 일 년 상간으로 천국으로 가셨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 오빠가 먼저 헝가리에 음악 공부를 하러 왔고,

어학원에서 만난 폴란드 친구를 여동생에게 소개를 하여

두 남매가 헝가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는 두 남매가 모두 싱글이었었는데.....

시간이 지나 두 남매가 각각 가정을 이루어

헝가리에서 아이들을 키우니

부모님이 헝가리로 이주를 하셨다. 자녀들 곁으로.

그리고 작년 겨울 아버님이 소천 셨고,

올봄 자손들 앞에서 어머님이 소천하셨다.

두 분 참 복이 많으시다.

자녀들 따라 헝가리에 오셔서 하나님을 알게 되셨고,

돌아가시기 전 주님을 영접하셨기에.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너무나 사랑하는 손주들

보시다가 그리 천국으로 가셨기에.

두 분이 젊어서는 서로를 애틋하게 연모하여

결혼을 하셨을 것이다.

삶의 질곡 속에서 서로 상처도 주고 오해도 주고

받으며 그리 살면서.....

긴 시간을 함께 하신 두 분.

이제 두 분은 나란히 함께 누우셨고,

지금쯤 천국에서 만나 그동안 쌓였던 표현 하지

못했던 서운함과 오해를 

풀고 계시는 것은 아닐는지......

아마 우리도 그러겠지.

오늘 장례식에 늦은 이유는 바로 자동차 타이어 교체 때문이었다.

겨울 동계 타이어를 여름 하계타이어로 바꾸기 위해

아침 7시 45분에 집을 나섰다.

일단 내차 로디우스먼저. 그런데 아침 등교시간이라

그런지 10분이면 갈 길을 30여분이나 걸리고,

다시 남편차를 가지고 가는데 또 길 공사로 막히고,

왜 그리 타이어를 바꾸려는 차는 또 많은지.

게다가 시간 내기 힘든 나 때문에 로디우스 배기통이 떨어져 또 알아보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9시 30분에 끝내고

장례식 가기 전에 커피머신까지 고치러 가야 했었다.

그런데 결국 타이어만 바꾸고 장례식장도 늦고 말았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음을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다.

점심을 함께 하고 가라는 Mia씨 한테 인사만 하고

남편이랑 함께  서둘러 나왔다.

장례식 끝나면 전화를 하기로 한, 지금 헝가리 여행 중인 분을

만나야 하기에....

그런데 전화가 잘 안 되어....

남편이랑 가까운 곳에서 점심을 먹고....

(아침도 못 먹어서 배가 많이 고팠었다....)

식사 중 전화연락이 되고
일행이랑 점심을 하러 한국관으로 이동 중이시라는 말씀에

바로 한국관으로 갔다.

다행히 한국관 가까이에 있었기에 바로 갈 수 있었다.

아주 짧은 10여분의 만남.

헝가리 여행 중이시기에 긴 시간을 따로 만들 수 없고,

마침 하루 결근을 하고 나와있기에 가능한 만남이라 감사했다.

하나님을 신실하게 섬기시며 집을 열고 목장과

선교사님을 섬기시는 하야니님과의 만남이었다.

바로 체코 프라하로 이동을 하셔야 해서

아주 짧은 인사만을 나누었다.

아침에 집에서 들고 나온 커피머신을 들고 찾아간 매장.

고장이 났어요~~~

인상 좋은 직원이 살펴보더니 고장이 아니고

메모리가 잘못 저장이 된 것이라고....

메모리....?

뭔 말이야.....?

남편이 설명을 듣고 해 보니 고장이 아니다.

사용 중 나도 모르게 설정이 잘못된 것이란다.

다시 설명을 듣고, 새로 나왔다는 커피캡슐을 샀다.
다음 목적지는 학교다.

화요일 밤부터 열이 39도가 넘어 밤을 새운 작은 녀석이 숙

제를 해야 하기에학교로 가서 책을 가져와야 한다.

그런데.....

열쇠가 안 열린다.

지나가던 12학년에게 부탁을 했는데....

해보더니 안된다고....

다시 하빈이 반 친구들이 와서 하나, 둘, 열어보려고

시도하는데 안 열린다.

식은땀이 나고....

아래서 기다리는 남편은 전화를 하고.....

우 씨~~~~

열쇠를 부숴버리려는 순간.

엘리자베쓰가 싸야랑 나타나서는 열었다.

주위에서 구경하던 학생들이 다 박수를 친다......

어이없음.

근데 나도 너무 좋아 박수를 쳤다.

열쇠를 바꿔주던가 해야지......

 

여기서 일정이 끝난 것이 아니다.

오숑에 가서 세탁물 찾고(한 달인가? 3주인가? 지나도 안 찾아가는 옷은 

가난한 나라로 보내버린다. 그걸 모르고 한국 세탁소처럼 생각하고 

한참 지나서 갔더니 새로 산 내 거위털 파카랑

남편 넥타이가 사라졌었다.....)

메트로로 가서 수요일에 손님초대를 해서 장을 봤다.

 

30도가 넘는 더위에 하루종일 종종거리고

반 뛰다시피 다녔더니 몸이 지치고,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은 작은 녀석도 걸리고.
집에 도착을 해서 보니 아직도 열이 안 내린 작은 녀석.

새로 사 온 해열제를 먹이고 기다리니

밥은 싫고 고기가 먹고 싶단다.

삼겹살 조금 구워 저녁으로 먹이고.

밤이 되니 다시 열이 오르고.

그래도 다행인 것이 내일이 근로자의 날로 쉬는 날이라서.

 

하루하루 나에게 허락된 시간을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야지.

헛되게 보내지 말고.

뒤로 미루고 미루다 후회하지 말고.

몸이 조금 피곤하다 할지라도 괜찮다.

열심히 성실히 내가 있는 자리에서 그리 살다가

우리 주님이 내 이름을 부르며 가자 하실 때 

네~~ 라 답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가야지.

미련 남기지 말고.

그래서 오늘도 최선을 다하려 노력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