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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처음이다. 내가 문을 열고 나간 것이....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3. 7. 1.

며칠 전 꿈을 꾸었다.

집에 혼자 있는데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난 재빨리  무서워 숨었는데 

안에 손잡이가 없고 열쇠만 꽂혀있는 아주 작은 창고.

손끝이 아프도록 얇은 나무판넬을 잡고 조심스럽게 열쇠로 

안에서 잠그고.

숨을 죽이고 손잡이 없는 문이 열릴까 봐 식은땀을 흘리며

한 손으로는 열쇠를 꼭 쥐고,

또 한 손으로는 손끝이 아프도록 나무 끝을 잡고

그리 버티는 나.

누군가 낯선 사람의 발자국 소리. 왔다 갔다......

잠잠했다 다시 들리는 발자국 소리.
그리고 나간다.

한참을 기다려서 살며시 열쇠를 열고 나갔다.
그리고 잠에서 깨었다.

왜 또 이런 꿈을 꾸지.....?

몇 년 만이지?

한참 동안 안 꾸던 꿈인데.....

정말 이젠  괜찮은 줄 알았는데.....
난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면 꿈을 꾼다.

 

밑창에서 숨이 막혀도 입구를 못 찾고 나오지 못하는,

다락에서 숨이 막혀 죽어가는,

지하에 갇혀서는 빛이 새어 나오는 구멍으로

바깥세상을 보면서 숨이 막혀 가는....

어려서의 충격이 오랫동안 날 이렇게 가두어 놓고

힘들게 했었다.

그러다 결혼하고 하나님 앞에서 치유되면서

차츰 악몽에서 벗어 낫고, 오랫동안 이런 꿈을 꾸지 않았었다.

마지막 꿈도 많이 벗어난 희망적인 꿈이었고,

그러고도 몇 년을 이런 악몽 없이 지내왔었는데.....

요즘 많이 힘들고 답답함에 어찌합니까.....

어쩌면 좋습니까..... 만 되풀이하는 이때

다시 꿈을 꾼 것이다.

 

처음 든 생각은 답답함.

그러다가 아니야,

내가 문을 열고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잖아.

그러자 내 맘이 환해졌다. 좋은 거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내가 문을 열고 작은 공간에서

나온 적이 없었기에.

몇 년 전 마지막에 꾼 꿈에서는 울지 않았고,

숨을 쉴 수 있었으며,

꿈속에서 쉴 새 없이 나를 향해 괜찮아, 왔던 길로 다시 나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어.... 그랬었다.

그때 처음 식은땀을 안 흘렸고,

답답함에 숨을 못 쉬고 죽을 것 같은 순간에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주먹을 꼭 쥐고 이를 악물고 있었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진 상태였었다.
처음에는 다시 작은 공간속에서 손가락이 아프게 숨을 죽이며

숨어 있는 나 자신에게 절망을 했다.

또 시작인가? 이젠 정말 괜찮아졌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니다.

내가 열쇠를 열고 나왔으니까. 된 거야.

이제된거야.  내가 스스로 나왔잖아.
그리고 다짐한다.

 다음에는 숨지 말자고.

만약 나도 모르게 숨었더라도 문을 벌컥 열고

남에 집에 왜 들어와요!!

아니다.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을까?

절대로 숨지 말아야지.
다음에는 분명 안 숨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혼내줄 거야. 괜찮아.
무서워하면 안 돼. 난 더 이상 6살 꼬마가 아니야.

벌써 50을 바라보는 용감한 엄마거든.

다음엔 길을 잃지 않을 거고,

지하에 들어가도 문을 열고 나올 수 있고,

다락 창고에 들어가도 내가 계단을 통해 내려올 수 있고,

얼마든지 열쇠를 열고 나올 수 있어.

괜찮아. 이젠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