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배가 너무 아프다며 하얗게 질려서는 큰 녀석이 내방으로 왔다.
처음에는 괜찮으려니 했는데 자꾸만 먹은 것도 없는 속을 토한다.
혹시나 태산이, 꽃순이 때문에 그런가 싶어 회충약도 먹이고,
그런데 좀 심하다.
서둘러 준비하고 딸도 몇 번을 토하고 아프다며 배를
움켜잡으려 준비를 했다.
지금 이시간에는 Haz orvos(가정의)는 출근을 안 했을 테고,
바로 이르드 병원으로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다시 가정의한테 가서 진료를 받고 오란다.
그냥 병원으로 오면 자기네가 어느 부서로도 보낼 수가 없다며
일단 외과에 등록을 해놓을 테니 그 사이에 빨리 가정의한테 다녀오란다.
외과? 배가 저리 아프면 내과로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우 씨~~~~ 정말 이럴 때 너무 화가 난다.
그렇다고 무조건 앰블런스를 불러서 타고 응급실로 들어갈 수도 없고....
부다페스트의 야노쉬 병원으로 가면 안되겠느냐...물으니
하즈오르보쉬 진료가 없으면 안 된단다.
전에도 한번 그냥 갔다가 진료 거부를 당하고 다시 이르드로 왔어야 했기에
이번에는 이르드 센트룸에 있는 응급센터로 갔다.
그런데......
간호사 둘이 밖에서 담배 피우며 쳐다 본다.
아파서 왔다 하니 의사 선생님이
왕진으로 안 계시다고....
언제 올지 모른다고....
이곳.. 응급 센터 아닌가?
맞는데....
하은이가 너무 아파하자 나이 드신 할머니 간호사가
진통제랑 구토방지, 그리고 또 하나 뭐라고 했는데..
아무튼 3가지 약을 넣어서 주사해주고 나니 하은이 좀 살 것 같단다.
그러자... 종이 한 장 적어주며 의사가 언제 올지 모르니 집에 갔다가
다시 아프며 오라고.
그렇수 없어 종이 들고 다시 Hazorvos로 .
약기운으로 졸린 하은이.
그냥 집에 가자하지만 아무래도 불안해서 기다려 진료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바이러스든가 아니면 맹장이나 장기의 꼬임 같다고.
뭐야~~!!!
그래서 다시 이르드 병원으로 가야 한단다.
그곳에 가서 피검사, 오줌검사하고. 초음파 검사하란다.
나중을 위해 의사 진료시간 사진 찍어 보관하고.
전화번호도 있으니 다음에는 무조건 여기서 1차 진료를 받아야만 한다.
아니면 앰뷸런스를 불러서 응급실로 들어가야 한다.
다시 이르드 병원으로.
피검사, 소변검사는 기다려서 했고, 약도 샀는데.....
에고~~~
내참....
어이없어서.....
초음파 검사 시간 잡아야 한다 해서 예약을 했는데....
9월 17일이란다.
오늘이 8월 14일인데....
그날이 제일 빠른 날이란다.
9월 17일 오전 10시, 오후 3시, 오후 6시 중에서 고르란다.
학교 갔다 오기로 하고 오후 6시로 일단 예약을 하고는
초음파 기다리다 환자 일내겠다 싶다.
급하면 응급실로 들어가야 안 기다리고 검사를 한다.
아니면 돈을 내고 개인병원으로 가야 한다.
일단 하은이가 많이 편안해 보이고
내일 피검사, 소변검사 결과가 나온다 하니 기다려 봤다가
급하다 싶으면 개인병원으로 가야지 싶다.
헝가리는 의료보험으로 따로 진료비 없이
모든 진료와 수술이 가능하지만 이럴 경우 정말 속이 터진다.
그동안에 이런 사정을 알기에 응급일 경우에 구급차 불러 응급으로 가서
수술하고, 입원하고 했었지만 이런 경우에는 하루종일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게다가 초음파는 한 달 뒤란다.
에고~~~~~~
절차는 왜 이리 복잡하고
담당자가 아니면 모른다로 일관하고,
게다가 워낙 낙천적이고 급하지 않은 사람들
느리기는 왜이리 느린지....
환자가 오면 간호사가 의사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냥 무작정 기다리란다.
올 거라고.
당연히 오늘 안에 오시겠지요~~~~
헝가리에 살면서 크게 답답하거나 힘든 일은 없는데
이렇게 병원 갈 때가 제일 짜증 난다.
일단 말이 안 되어서 그렇고 너무 기다려야 하는 것이 그렇고
애가 아픈데 왜 그리 느리고 절차는 다 거쳐야 하는지..... 원......
대부분의 외국인이나 한국사람들은 그래서
개인병원을 많이들 이용하지만.
우린 일단 헝가리 의료보험이기에 이렇게 기다리고 기다려야 한다.
방학이거나 간단한 진료일 경우에는 딸들이랑 기다리는 것도 재미있지만
오늘처럼 애가 숨이 넘어갈 때는 정말.....
가정의 한테 먼저 갔다 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병원에 대고,
24시간 응급센터인데 의사는 없고 간호사는 의사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상황이 너무 속상해서 악을 쓰고 싶어 진다.
화가 나서.
그래도 애가 좀 편안해져서 잠을 잔다는 전화에 안심을 하고
학교에서 교실정리를 했다.
퇴근하고 와보니 아침에 급하게 끓인 죽도 다 먹고.
오늘도 감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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