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비가 왔었는데 아침에 해가 반짝.
오늘 배구시합 끝나고 다들 집으로 초대했기에
해님이 이리도 반가울 수가.
배구시합을 가기 위해 우리 집에서 함께 잠을 잔 메이메이랑
딸들을 9시에 이르드에 있는 체육관에 내려주고
난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태산이 똥을 치워야 하기에.....
에휴~~~~~똥치우면서 한숨이 푹~~~
화장실을 정해야겠구나.
이 넓은 앞마당, 뒷마당 전체에 일을 보시니 보물 찾기도 아니고....
허리 굽혀 온 마당 구석구석 태산이 똥을 찾아 눈을 부릅뜨고.
내참 어이없어서....
10시에 있던 AISB와의 게임은 못 보고 11시에 있을
브라티슬라바 브리티쉬 인터내셔널 학교와의
게임을 보려고 왔더니 연습을 끝내고 모여 앉아서 이야기들 하고 있다.
졌다고.
그래도 괜찮아요. 실망하지 말고 즐기면 좋겠어.
그런데.... 어째 선수들이 안 보인다. BISB 선수들이.
물어보니 교통체증으로 오고 있는 중이란다.
11시 시합 끝나고 12시 30분쯤 다들 우리 집으로 와서 점심을 하기로 했는데....
신랑한테 전화해서 고기 굽지 말라 전하고 기다리는데.... 안 온다.....
그래서 AISB선수들이랑 섞어서 두 팀을 만들어 경기를 했다.
정말 재밌는 게임이었다. 난 이런 게임이 좋다.
치열하게 이기려고 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서로 격려하면서 즐기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배우고 성장하게 되는 이런 게임이 말이다
아이들도 환하게 웃으면서 게임을 했다.
12시 40여분이 넘어서 드디어 슬로바키아의 BISB팀이 도착.
대형버스인데 달랑 선수 6명에 코치 한 명 7명이다.
벤도 아니고 7명이 오는데 대형버스?
어쨌든 오느라 고생한 브라티슬라바팀.
스케줄은 우리가 11시, AISB팀이 12시인데 너무 늦어 바쁘다는
AISB팀이 먼저 시합을 했다.
우리 아이들 배가 고파 샌드위치 사 먹으며 기다림에 지쳐가고....
장거리 달려온 BISB팀 몸이 안 풀렸나 첫 세트 내주더니 연속 이겼다.
6명의 선수들이 어찌나 잘하던지....
룻 코치가 아이들에게 경기를 보면서 설명을 해주고,
우리 아이들 표정이 기죽은 표정이 역력하다.
Mr. 파샤는 아예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사진을 찍으신다.
오후 3시가 되어 드디어 경기 시작.
아침 10시 첫 경기하고 기다리는 동안 연습, 연습.....
그리고 지친 아이들.
너무 잘하는 BISB팀에 긴장을 해서 더 안쓰럽다.
그런데.....
켄들이 공을 넘기면서 미끄러져 다리를 다쳤다.
아무래도 발목이 심하게 뒤틀린 듯......
잠시 경기가 중단되고.
아이들 더 집중이 안되고.
점점 실수를 하면서 표정이 굳어지고.
정말 뛰어 들어가 아이들 손을 잡고 눈을 보면서 말하고 싶었다.
괜찮아, 실수해도 괜찮은 거야. 100번을 해도 괜찮은 거야.
그렇게 기죽지 말아요. 그러면 재미없어지잖아요.
모든 경기를 져도 괜찮은 거야.
너무 속상했다. 아이들이 넘 속상해하고 풀이 죽어서.
BISB팀을 보니 실수를 하면 오히려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It's O.K를 한다.
우리도 서로 실수를 질책하지 말고 오히려 실수해서 긴장하고
팀에 미안해하는 그 마음을 어루만져주면서
괜찮다고 안아주면 좋을 텐데.
대부분 실수를 많이 하는 아이들은 배구를 시작한 지 겨우 2달 된
아이들이기 때문에 더 맘이 아팠다.
저러다 속상함에 포기하면 안 되는데.... 싶어서.....
캡틴인 하은이는 아이들을 격려하고 풀어주고 싶어 더 과장되게 웃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반복해서 말을 한다.
그리고 속상해하는 중국 친구에게 살짝 다가가 안아 준다.
(나중에 들으니 본인도 속상함에 눈물이 고여있더란다.
그러자고 하는 경기가 아닌데......)
2경기를 지고 마지막 세트도 해야 하지만 부상당한 선수도 있고,
아이들이 너무 지쳐서 마지막 세트는 안 하기로.
대신 두 팀이 함께 팀을 만들어 마지막 경기를 했다.
이때는 배구 시작한 지 이제 겨우 2달 된 아이들도 모두 함께 한 멋진 게임이었다.
너무나 서툴고 실수가 많아 짜증 날 수도 있는데 웃으며 아이들과 함께
멋진 게임을 해준 브라티슬라바 브리티쉬 인터내셔널 팀에게 고마웠다.
12시 30분쯤 점심을 할 계획이었었는데.....
결국 오후 4시가 되어서 집에 도착을 하니 남편과 조카가 저렇게 멋지게
준비를 다 했다. 어찌나 고맙던지....
너무 배고파 중간에 샌드위치를 사 먹은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많이들 지쳤었기에
정말 맛있게들 잘 먹은 아이들.
Mr. 파샤의 감사 기도로 식사 시작.
너무 웃겼다.
영어를 못 알아듣는 우리 태산이.
아무래도 영어를 가르쳐야 할 것 같다.
에고~~~ 우리 태산이 배워야 할게 너무 많다.
한국말, 영어, 헝가리어.....
바비큐 냄새에 못 참고 궁금해서 온 옆집 비슬러.
귀염둥이 재스민 열심히 마시멜로 구워 먹다가 엄마에게 딱! 걸렸다.
긴 나뭇가지가 등장을 하고.
이모의 부탁에 마시멜로우 굽는 잘생긴 조카.
옆에서 팔이 길어 좋겠다며 부러워하는 하은이.
요즘 부다페스트에서는 마시멜로 구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다.
올여름 스위스 여행 중 취리히에서 발견하고
반가움에 사 온 마시멜로.
오늘 아가씨들에게 기쁨을 주었다. 달콤함으로.
시합 중 받은 스트레스, 피곤함 다~~~ 날려 버려요.
알았지?
참으로 이쁘고 아름답고 빛나는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
앞으로도 많은 시합이 있는데,
그리고 앞으로 이기는 게임보다 지는 게임이
더 많을 텐데, 연습을 하면서 실력이 향상되겠지만 그래도
매 시합마다 실수는 항상 있는 법이니 기운 빠지지 말고
웃으며 느긋하게 즐기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실수해서 속상하고 팀에 미안하고 누군가가 하는 한마디에 상처받아
포기하고 그러지 말고 함께 격려하면서 즐겁고 멋진 추억 하나씩
만들어 가는 시간들이면 좋겠다.
나중에 나중에 시간이 훌쩍 흘러서 30대, 40대가 되어 이 시간을
추억할 때 배구팀 얼굴 하나하나가 떠오르고 그립고 보고 싶어 지는
그런 멋진 시간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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