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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하빈이네 일상들

19년 전 5월 6일 토요일.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4. 5. 7.

19년 전,

5월 6일 토요일 오후 1시.

내가 결혼한 날. 신랑이랑.

남들처럼 눈 맞아 연애한 것도 아니고,

좋아서 죽자고 어느 한쪽이 쫓아다녀 결혼한 것도 아니다.

양쪽 집 어른들 주선으로 선을 보았다.

남편은 헝가리에 있고, 난 한국에서.

그리고 5개월의 기도.

결혼에 대한 환상이나 기대가 없었기에.....

어떻게 해서든 공부를 더 하고 싶은 그런 맘이 더 간절할 때.

공부 접고 헝가리라니......

3번의 하나님의 응답을 받고서 결심한 결혼.

로마서 12장으로 남편이 알겠다... 했고 한 결혼.

친정 부모님은 4월 6일 사윗감 처음 만났고

한 달 뒤인 5월 6일 결혼을 했다.

그리고 5월 17일 헝가리로 왔다.

그리고..... 19년이네.....

중간중간 남편이 계속 공부할 길을 찾았었는데 쉽지 않았고

지금 일을 하면서 참 좋다.

꼬마들이랑 노니 좋고,

딸들도 수시로 볼 수 있어 좋고,

집안일도 함께 할 수 있어 좋고,

시간이 빨리 가서 좋고. 

그래도 가슴 한편 써늘한 바람이 분다.

근데 용기가 없어 그냥 지금 이대로.... 를 고집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 생각날 때면 글을 쓴다.

이 정도면 괜찮지, 뭐.

행복한 거야.

 

남편도 총각으로 혼자 헝가리에 와서 사업하며

열심히 살아온 시간들.

표현 안 하는 사람이라 잘 알 수는 없지만 좋은 때도

있었겠지만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겠지.

가장이기에 불안할 때도 있었겠지.

너무 힘들어 어쩌면 하늘 보고 한숨 쉴 때도

있지 않았을까.

 

요즘 남편을 위해 기도할 때면

일찍 아버님 여의고 장남으로 어깨가 무거운 사람입니다.

하나님이 아버지이니까 위로해 주시고 괜찮다

어깨 토닥토닥해 주세요.

남편의 아빠잖아요. 하나님이.

그리 기도한다.

하이델베르크로 공부하는 친구를 만나러 갔을 때 찍은 사진.

남동생 결혼식으로 한국에 갔을 때.

추수감사절  가족 찬양

우리 하빈이는 발이 땅에 닿으면 죽기라도 하듯  

절대 걷지도 발이 땅에 닿지도 않았던 때였다.

항상 저리 매미처럼 붙어서만 살았었는데.

신발이 항상 새 신발.

예전에 그랬다 말하면 안 믿는다. 

튀니지 가족여행 중.

사하라 사막에서

독일 레고 랜드에서.

신년예배 후에.

파리 디즈니랜드에서.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소금동굴에서.

스페인 세고비아 백설공주 성 앞에서.

스위스 루체른에서.

까치발 하빈이. 

제발 키좀 그만큼 크세요.

하은이 입교하던 날.

두 딸 뮤지컬 끝나고.

폴란드의 국경마을 볼레스와비에츠 벼룩시장에서.

스위스 티틀리스 산에서.

오스트리아 Villach 에서.

 

앨범을 이렇게 저렇게 뒤지고 뒤져도 가족사진이 별로 없다.

애들이랑 찍은 사진, 아니면 애들만 찍은 사진.

4명이 함께 찍은 사진이 정말 없어서 놀랬다.

이젠 좀 4명이 함께 찍어야겠다..... 생각.

어제 뜬금없이 케이크를 들고 온 남편.

웬 케이크?

이유가 너무 재밌다.

우리 결혼기념일 아시는 분이 사주신 케이크이란다.

나도 잊고 있었는데.

깜짝 놀랐다.

아~~~~ 맞다.

내일이 결혼기념일이구나......ㅎㅎㅎㅎ

매일 바쁘게 앞만 보고 살다 보니....

하기사 결혼기념일이라고 따로 챙기거나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애들 키우고 하루하루 살다 보면.

오늘 새삼 앨범을 뒤져본다.

우리의 결혼 생활이 아이들 성장기 같다.

이제 딸들 대학 보내면 우리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부분이

사라지니 그 부분을 다른 걸로 채워야지.

언제 적 사진인지.....

큰딸 1학년 때 딸들 처음으로 남의 집에 부탁하고

참석한 부부동반 모임.

그러면.... 대략 10년 전인가 보다.

그때는 좀 봐줄 만했구나. 

 

딸들 대학 보내고 나면 신랑이랑 어떻게 멋진 일을 하며 살지

고민해 봐야겠다.

그리고 준비를 해야겠다.

주님의 인도하심에 참으로 감사하고 고마운 시간이었고,

내일을 기대하고 소망해 본다.

하나님이 우리 부부와 함께 하시며 하실 멋진 일을 기대하며

소망해 본다.

우리 미리미리 기도하며 준비합시다.

지난 시간 크게 후회할 일은 없지만 그저 애 키우며

열심히 살았다는 것.

애들 대학 보내고 나면 내가 꿈꾸며 소망했던 그런 시간을

만들 수 있으려나....

그러고 싶다.

신랑이랑 함께.

19년을 살았고 앞으로 우리에게 얼마의 시간이 있을지

알 수 없으니 그저 하루하루 감사하며 찬양하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