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동안 차 에어컨을 수리해야 했다.
작년에 수리했던 곳으로 예약을 안 하고 지나는 길에 들렀다.
시간이 되면 수리를 하고 바쁘면 다음 시간을 예약하려고.
그런데.... 수리를 기다리는 차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다음 시간을 예약하고 출발하려 하니 아저씨가 뛰어 오시며 부르신다.
손에 콜라캔 2개를 들고서,
그리고는 말씀 하신다.
미안하다고....
헉!!
정말 헝가리에서는 듣기 어려운 말이다.
절대로 손님한테 그런 말 안 하는 곳인데
수리할 차가 많아 미안하다며 다음날 꼭 오면
바로 해주겠단다.
시원한 콜라 두 캔 받아서 하은이를 주니
하은이 진짜 그냥 주는 거냐며 놀라워하고,
전화번호를 적으려 하자 기다리라며 다시 뛰어 들어가서는
저리 홍보용 선물을 주신다.
줄자인데 상호와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하은이 또 놀라면서
엄마~~ 진짜~~ 헝가리 변하고 있나 봐요. 이런 걸 다 주고.
그리고 다시 예약한 날 아침에 갔다.
작년에 왔을 때는 정말 손님이 없었는데
이젠 손님이 이렇게 많다니
아마도 이런 친절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 음료자판기가 모두 손님 접대용이다.
사 먹는 것이 아니라.
차 수리하는 동안 기다리며 커피를 마시라 하기에 나도 한잔.
내 옆에서 빤히 나를 보는 이 녀석.
작년보다 살이 많이 찐걸 보니 너 운동 안 하는구나?
교통사고로 꼬리를 잃은 고양이다.
고양이가 꼬리를 잃으면 감각이 무뎌지고 힘들 텐데.....
슐탄 서비스 센터 사장 아저씨랑 이야기하는 신랑.
얼마 전 기아차를 싸게 샀다며 무지 좋아하신다.
차 수리 다 끝나자 일주일 뒤에 꼭 지나가다 들르란다.
상태를 확인한다고.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어째 에어컨 바람이 시원찮다.
다시 갔더니 필터를 바꿔야 한다고.
다시 약속 잡고.
그런데 그때마다 아저씨 무지 친절하셔서 기분이 나쁘지가 않다.
이렇게 친절하시니 오가다 들러서 잠깐 손보면 될 일이니까.
헝가리는 손님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의식이 없는 나라였다.
난 내 직업이니까 물건을 팔고, 너 필요해서 물건을 사고,
내가 굳이 너한테 친절해야 할 이유가 뭐지?
뭐 이런 사고방식이랄까?
그런데 요즘 참 많이 바뀌었다.
손님을 향해 웃는다.
상상도 못 했던 공짜 자판기 커피도 준다.
절대로 미안하단 소리 안 하는 사람들인데 미안하단 말도 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처럼 손님을 왕처럼 떠받드는 그런 친절은 아니다.
그런데 난 이 정도의 친절이 참 좋다.
한국을 가면 지나친, 정말 너무 지나친 친절이 참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그분들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까.... 싶고,
신분의 차이처럼 보일 정도였기에 많이 불편했었다.
하은이는 지나치게 친절한 분들 때문에 정말 수십 번을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아야 했었다.
적당한 서로 기분 좋고 유쾌할 정도의 친절이 편안하다.
헝가리가 조금씩 이렇게 변하고 있다.
친절하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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