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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한밤중에 스프링 롤을 만들면서.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6. 9. 4.

하겸이 타요버스 하나 더 보겠다며 징징.

졸려서 그런 거 다 아니까 

안돼요. 벌써 2개나 봤으니까 내일 봐야 해.

5분도 안돼서 쌕쌕 거리며 자는 천사 같은 하겸이.

이제 스프링 롤을 말아야지.

다음 주에 하은이 의대 친구들 점심 식사 초대를 했는데

채식주의자 친구들이 있다.

 야채로만 스프링 롤을 만들고, 샐러드 국수, 김치...

하은이 채식주의 친구들의 주문이다.

다음 주 토요일 점심식사지만 미리미리 만들어서

냉동고에 넣어두어야 한다.

김치도 새로 담가야 하고(친구들이 김치가 맛있었다 해서,

그리고 그다음 주는 한국 의대생들 식사라서 더 많이 담아서 

들려 보내야지 싶다.)

 

양배추 데치고, 볶고,

숙주 데치고, 호박 썰고, 버섯 썰어 데치고....

작은 누나가 그림 그려주고, 스탬프 도장 찍기 놀이도 해주고...

그래도 심심한 하겸이 이젠 아예 그릇들 다 꺼내서 논다.

점점 하겸이 엄마 다리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 졸리다는 신호.

목욕시켜 눕히니 바로 잠이 든다.

이쁜 착한 효자 아들.

 

요건 하은이 채식주의 친구들 용 스프링 롤.

 

요건 우리 하빈이, 하겸이 도시락, 간식용.

닭고기 스프링 롤.

 

하겸이 재우고 만들기 시작했다.

100여 개가 나오려나... 했는데 

80개 정도 만들어서 냉동고에 보관했다.

뿌듯하네. ^ ^

 

스프링 롤 마는데 신랑이 앉는다.

오랜만에 둘이 마주 앉네.

유리잔에 마시는 커피를 얼마 전에 선물 받은 러시아 커피잔에 담아준다.

무거운 유리잔을 들다가 우아한 커피잔을 드니 엄청 가볍게 느껴진다.

 

이젠 장식장에 있는 커피잔에 커피도 마시고,

여기저기 나중으로 미루며 포장도 안 뜯은 것들 

다 꺼내서 사용도 하고

깨지면 깨지는 데로,

좀 화려한 듯하면 화려한 대로 걸치며

아끼지 말아야겠다.....

나 혼자 생각해 본다.

 

여보, 만약 내가 암이라고 의사가 한다면

난 내가 어떻게 살았나, 억울하다.... 이런 게 아니라

애들이 제일 먼저 생각날 것 같아.

하은이 , 하빈이 시집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까,

이젠 제일 목에 걸리는 우리 하겸이

초등학교 입학 때 있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할 것 같아.

 

그러다 생각했다.

옷장 위칸에 쓰지도 않고 나중에 나중으로 미뤄놨던 것들

이제 다 커내야겠다고.

스카프도 두르고(난 목에 목걸이도 무겁고 힘겹다.

특히나 스카프, 목도리는 못하는데 살짝 걸치는 거라도.)

향수도 꺼내서 뿌리고,

손에 핸드크림(엄마들이 선물로 준 핸드크림이 상자 안에 고이고이)도

이젠 자주 바르고,

브로치도 신경 써서 옷에 달아봐야겠다.

나중에 나중에 내 손에서 벗어나면 의미가 없어져 버리는 것들이 될 테니까

나한테 있을 때 의미 있는 그들을 존중해 줘야겠다.

그래야겠다.

 

새벽녘에 나 혼자 궁시렁 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