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 부부랑 언니. 형부랑 청하. 맥주 마시며 얘기하다 12시쯤 잠이 들었는데....
새벽 1시.
시차 적응이 안 된 하겸이가 깨서 밖으로 나가잔다.
거실 소파에 둘이 누워있으니 잠이 깬 친정엄마 전기장판 거실에 깔아주신다.
칭얼대다 자다 반복하는 하겸이 토닥이다 아예 잠이 깨서 밤을 홀딱 새웠다.
월요일. 하빈이 태우러 가는 길. 이상했다.
가슴이 심하게 뛰고 불안하고..... 이럴 때면 난 시간. 장소 상관없이 기도를 한다.
운전하면서 방언으로 계속 기도를 했다. 하겸이 놀랄까 봐 찬송 크게 틀어주고.
학교 가까이가니 평안이 왔다. 마치 천둥번개 치다가 순식간에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과 맑은 햇살이 비치는 것처럼 괜찮아졌다.
남편인가? 하은인가?.... 하빈이 차 타면 별일 없었나 물어봐야지.... 했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화요일 새벽 1시
습관처럼 핸드폰을 확인하니 (해외에 살면서 새벽에 꼭 한 번은
핸드폰을 확인한다.) 안양에서 하겸이 서류 때문에 카톡이.
신랑한테 다시 확인하고 답장하고.
하빈이 학교 가는 거 보고 하겸이 끌어안고 설핏 다시 잠이 들었는데
신랑이 전화를 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데 어떤 할아버지냐고.
......?
무슨 말인지..... 혹시나.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말에 비행기표 알아보고
하은이는 기말 시험. 하빈이는 대학원서 접수. 또 하은이 집 이사에....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남편은 애들이랑 남고 나만 하겸이 안고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타고 가는 긴 시간 한 번씩 울컥울컥 올라오는 뭔가를 누르고.
하겸이 챙기며 가면서 이 작은 아들이 나에게 위로가 됨에 감사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올케랑 군 제대 앞둔 조카가 기다리고.
바로 장례식장으로 가니 발인 예배 중.
이 또한 감사.
늦어서 가시는 길 못 보면 어쩌나..... 했는데.
장례식장에 들어서니 놀란 하겸이 울고 안 들어간다며 집에 가잔다.
겨우겨우 달래서 둘러업고 멀리서 오신 작은아버지. 고모. 어르신들 뵙고
인사드리는데 머리가 다 허옇다.
하기사 내 머리도 염색하니까.
도착하자마자 발인예배드리고 바로 벽제로 이동했다.
가는 장례식 리무진 안에서 이야기를 그제사 들었다.
부검 결과 뇌출혈로 나왔다고.
고생하지 않고 편안하게 가셨다고.
처음 발견한 엄마는 주무시는 줄 알았을 정도로 표정이 편안했단다.
그럼 됐지.
참으로 불쌍한 분이시다. 아빠는.
효자 아들. 며느리가 잘 모시고 착한 딸. 사위가 그리도 잘 섬겼는데
누릴 줄을 모르셨다.
언제나 피해의식 속에서 불안한 삶을 사셨다.
치매가 점점 심해져서 남동생이 휴가를 내고 22일 병원에 모시고 가려고
예약을 했는데 20일 돌아가셨다.
그동안 아빠 모시느라 고생많이 한 남동생이랑 올케.
맘고생 많이한 언니랑 형부한테 마지막 가시는 길 오래 병시중 안 시키셨으니
선물이라면 선물을 주고 가셨다.
안타까웠다.
착하디 착한 아들 며느리랑 세상에 둘도 없는 딸. 사위
효도받으셨으니 아빠는 원도 없겠다 싶다.
엄마가 말씀하신다.
아빠 입관할 때 아래에는 연꽃을. 아빠 둘레에는 생국화로 가득 채워
꽃향기가 진했다고.
너무 이뻤다고.
참으로 복 있는 분이시다. 울 아빠는.
젊어서의 상처를 회복하지 못하고 평생 고통 중에 사셨는데 가시는 길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천국에 가셨겠지.
비행기 안에서 나 혼자 하는 혼잣말.
아빠. 이제 편안하지?
안 무섭지?
화도 안나지?
다 내려놓고 천국 문 들어가.
예수님 뵈면 그동안 내려놓지 못하고 지고 다니느라 힘들었던 짐 다 내려놓고 쉬세요.
그리고 천국 가보니 제정신 들어 언니랑 형부. 아들. 며느리에게
미안하면 꿈에 라도 미안하다. 고맙다 해.
가시는 길에 하겸이한테 준 선물도 고맙고.
나중에 나중에 천국 가서 편안한 얼굴 아빠 보겠네.
천국에서 만나.
(갑작스럽게 아빠를 보내게 되어 사진이 한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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