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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겸이 이야기

지루한 듯 무료한 듯 그래도 바쁜 듯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7. 7. 9.

두 딸들이 없으니 참 이상하다.

하은이는 부다페스트 자기 아파트에서 살았고,

하빈이는 아주 간단히 먹으면서 가끔 귀찮게 뻘러찐따 해달라,

뜬금없이 스파게티 해달라, 이른 아침부터 핫케이크 해달라... 하지만

어쨌든 있으나 없으나 일듯 한데도 없으니 참 요상타.

집안일이야 아주 간단히 청소기 돌리고, 빨래가 안 쌓이니 그래도

적은 빨래 한 번씩 돌려주고, 설거지 정도인데도

어째 이리도 하루하루가 빠른지.

정말 하는 일 없이 하루가 지난다.

내가 유일하게 하는 일 우리 하겸이 유치원에 보내고,

매일 놀이터에서 한 시간 넘게 놀려주고,

저녁 챙겨서 먹이고, 씻기고... 꼴랑 이 정도.

 

울 아들 유치원에서 나오면 엄마랑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에 간다.

그 재미가 어찌나 큰지.... 나 말고 울 아들. ^ ^

하겸이가 기어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올라가는 것이다.

어째 내려오는 미끄럼을 반대로 저리 올라가는지.

 

 

이 신발 참 안 좋다.

아침에 신겨 유치원에 보냈는데 오후에 발 옆 피부가 벗겨졌다.

전에도 그랬는데..... 쓰리고 아파 보여 신발을 아예 벗겼다.

저거 버려야 하려나..... 비싸더구먼.. 어째.... 땀도 많이 차고.

 

맨발이 좋단다.

맨발이니 미끄럼틀 거꾸로 타잔처럼 날라서 올라간다. 헐~~~ 내 새끼~~~~

 

 

여름이라 매일 목욕시켜야 하는데 가끔 싫단다.

그래서 저리 온천 거품 목욕도 하고,

 

파랑, 분홍.... 비눗물에서 놀기도 하고.

아이라서 아주 조금만 타도 색이 저리 진하다.

덕분에 물놀이 너무 좋아하는 우리 하겸이.

 

 

지인이 헝가리를 떠나시면서 짐을 정리해서 집시 교회에 주시고 가셨다.

그때 이 뚝배기를 주셨다.

아주 작은데 계란찜을 해보니 너무 좋다.

그동안은 그냥 전자레인지에 만들어 먹었는데 시간이 많으니

뚝배기 계란찜도 만들어 먹고. ^ ^

요런 뚝배기 괜찮네~~~~

 

요즘 아침, 저녁 신랑한테 수박 주스를 갈아서 준다.

수박 주스가 혈관을 좋게 해 준다... 해서.

그런데 집에 있는 블랜더가 좀 시원찮아서 수박도 잘 안 갈려서

얼마 전 신랑이 초고속 블랜더를 사 왔다.

갖고 싶다 갖고 싶다 마누라가 노래를 부르니까.....

 

요건 노란 수박으로 만든 수박 주스.

진짜 잘 갈려서 주스 같다.

요런 요런~~~~ 이쁜 것~~~~~

다음에는 얼음이랑 함께 갈아 봐야겠다.

윤식에서 배우 이서진이 얼음이랑 같이 가는 것을 봤는데

나도 해봐야겠다. ^ ^

 

햇마늘이 나와서 손가락 끝이 아리게 껍질 벗겼다.

신랑이 마늘장아찌를 좋아해서.

일 년을 먹어야 하니까.

간장을 벌써 두 번 끓였으니 이제 삭으면 먹기만 하면 될 것 같고,

초에서 우리고 있는 마늘은 이번 주에 간장 달여서 담그고 간장 또 끓이고.....

그래도 참 오래 먹을 수 있는 반찬이라 좋다.

 

신랑이 한국 출장 때 사 왔던 인스턴트 막걸리다.

어쩌면 하은이 임신 때 막걸리 먹고 싶다 하고

가끔 아주 가끔 막걸리 이야기를 하니 신랑이 사 왔는지도 모르겠다.

울 신랑은 막거릴 별로 안 먹는 것 같았는데....

 

내 평생 가장 맛있게 먹은 막걸리? 는 낙안읍성에서 언니랑 먹은 거였다.

어찌나 맛나던지.

동동주가 맞지 싶다.

몇 년 만에 만난 언니랑 나이 들어 함께 마주한 동동주.

게다가 어슴프레 해가 지고 주변은 초가집으로 둘러싸인 낙안읍성.

엄청 많이 웃고 또 웃으며 언니랑 마셨었다.

하은이는 그때 이야기를 지금도 한다.

엄마랑, 이모랑 진짜 재밌었다고.

 

갑자기 생각이 났다 설명서를 보고 막걸리를 담았다.

술 익는 냄새도 나고... 그런데 맛을 보니.... 좀 그렇다.

달기만 하고 냄새는 그럴 듯한데....

 

헝가리 마트에서도 쌀가루를 팔길래 사다가

 

막걸리로 발효시켜서 술떡을 만들어 봤다.

 

모양을 정말 그럴듯하고 냄새도 좋은데

부드럽지가 않다.

어쩌면 반죽을 좀 더 질게 했어야 했나 보다.

다음에는 중국 쌀가루를 사다가 만들어 봐야겠다.

울 아들 앉은자리에서 저 술떡을 3개나 먹었다는

엄마~~~ 엄마가 만든 이 빵 진짜 맛있어요~~

하면서.

에고~~ 내 새끼~~~~

 

한국에 간 우리 하빈이.

도착하자마자 외식부터 하고.

 

대학생 될 거니까......

아빠가 맥주 마시라 하면 난 칵테일이나 샴페인은 좋은데

맥주는 별로라 싫어.. 하던 녀석이.

한국 가니 그저 좋단다.

 

 

시험 끝나고 합류한 언니랑 전시회 보러 갔나 보다.

어제는 미장원에 갔었다고.

지난주에 대학 원서는 일단 다 접수했다고.

주민등록증도 신청했다고.

하나하나 할 일들 잘 마무리하고 와야지.

그저 좋은 소식 기대하며 기도한다.

 

토요일,

딸들도 없고,

토요일도 항상 바빴다가 집에 있기에 바람 쐬러 비엔나 가자 했다.

하겸이랑 신랑이랑.

구경하고 우리 아들 놀이터에서 정말 신나게 놀았다.

 

 

 

집에 가자고,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고 겨우 허락받아 집으로 출발.

놀이터에서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울면서 끌려서 집으로 들 간다.

한 녀석은 결국 엄마가 끌고 나가 때리기도 하고

아이는 엄마를 발로 차고. 조금 있으니 아빠가 나서서

아이를 붙들고 설명을 한다.

울 아들 그래도 떼쓰지 않아서 너무 좋다.

시간을 주고 기다리면

엄마 이제 가자. 엄마 미안해~~

한다.

이쁜 내 새끼.

 

 

집에 가서 밥하기 귀찮아 부다페스트 일식집으로 갔다.

이런 날 참 좋다.

그냥 밖에서 먹고 들어가는 거.

 

그런데.....

하필 일식집 앞 주차한 곳 위가 오디나무였다.

검은 오디가 떨어지면서 하얀 내차가 엄청 더러워졌다.

아침에 비엔나 간다고 신랑이 기름칠까지 했었는데.....

다시 세차하고.

검은 오디가 그렇게 지저분한 것 처음 알았다.

 

그저 하루하루 비슷비슷한 그런 날이 감사한 거지.

좀 지루한 것은 이제 딸들이 다 커서 졸업했기 때문이고.

 

어이없었다.

일식집 가는데 신랑이

왜 이길로가?

해서 정신 차려 보니 학교 가는 길을 습관적으로 가고 있었다.

사람의 습관이 이리도 무섭구나.....

여보, 내가 이 길을 9년을 다녔잖아요.

어느 날 내가 학교 주차장에 주차하고 하빈이 기다려도 이상하게 생각하면 안돼요.

그랬다.

정말 그럴 것 같아서.

습관이 이리도 무섭구나.

그러니

좋은 습관,

우리 주님이 습관을 따라 새벽 미명에 기도하러 가셨다는

그런 좋은 습관이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