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까마귀 깍~~~ 깍~~ 깍~~~~ 소리가 요란타.
얼마 전 출장 다녀온 신랑이 뒷마당을 보고 깜짝 놀라서는
호두 다 어디 갔어? 까마귀들이 다 먹은 거야?
그제사 시선 돌려 뒷마당 테이블 위를 보니
훠~~~~ㅇ 하다.
그러네.......
하루에 30여 마리의 까마귀들이 날아와서 먹어대니까....
오늘도 아침부터 까마귀들 아침 식사한다고 찾아주시고,
못마땅한 울 태산이 노려본다.
하지만 이 녀석 이젠 귀찮은지 까마귀 쫓아다니며 쫒지도 않는다.
어쩌면 아무도 없었을 때 까마귀 떼들에게 혹시나 공격당한 것은 아니었나...?
그냥 바라만 본다.
저 위에 뒷마당 호두를 모두 쓸어 담아 올려놓고 말리고 있었는데.....
정말 고양이들 앞에서 생선 말린 꼴이 되고 말았다.
그 많던 호두들이 며칠 만에 다 사라졌다.
까마귀들 뱃속으로.
아직도 뒷마당에는 미처 줍지 못한 호두들이랑 그새 떨어진 호두들이 많다.
이젠 내가 문 열고 베란다로 나가도 도망도 안 간다.
이 지역은 우리가 접수했다~~!!!
당당한 저 녀석들.
작은 누나가 고아원과 양로원에 가서 연주할 크리스마스 곡을 연습하니
자기도 바이올린 한다며 자기 바이올린 내놓으란다.
1/16 사이즈로 해야 하는데 우리 집에 있는 제일 작은 바이올린이 저거라서....
끼~~ 잉 끽.... 끽....
그래도 우린 진짜 잘한다며 물개 박수 마구 쳐주고.
우리 하겸이 목욕 전 의식이다.
공룡들은 풀밭에,
상어, 고래, 거북이들은 욕조안에.
그리고 익룡인 프테라노돈은 잠시 앉아서 쉰다.
그만 가져오라 소리쳐도 안된다.
어찌나 왔다 갔다 수없이 반복하는지....
잠자러 갈 때면 또 저리 이쁘게 정리하고 가끔은 모두 다 눕혀 놓고서야 잠이 든다.
항상 이렇게 잘 정리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공격이다~~~~
도망가자~~~~
숨어라~~~
죽었어요. 엄마.
어떡하지?
아주 난장판을 만든다.
우리 하겸이 엄마가 사주는 크리스마스 선물.
물고기 잡기다.
낚시하러 가자고, 물고기 잡으러 가자고....
그래서 사줬다.
물고기 잡으라고.
그런데....
너무 진짜 너무 좋아한다.
계속 물고기 잡고 놀잔다.
음악이 안 나오는 것을 샀어야 했는데....
하겸이가 저것을 맘에 들어해서 샀더니만 노래가 계속 나온다.
누나는 잘하는데 자기는 잘 안 되니까 물고기가 입을 벌리면
저리 손으로 물고기 입 안에 집어넣어 잡는 울 아들.
야~~ 그건 반칙이지~~
너무 시끄럽다며 작은 누나한테 쫓겨나서 방에서 하는 우리 아들.
낮잠 자자~~~
방에서 나오는 우리 하겸이.
하겸이 친구들이 저리 이쁘게 포즈를 취하네.
사진 한 장 찍고.
계속 2주 넘게 유치원을 못 가서
이르드 우리 집 옆 유치원에 가봤더니
등록은 무조건 센터로 가야 한단다.
개별적으로 받을 수 없다고.
그래서 또 센터로 갔더니만....
어이없음.
이르드 안에 있는 유치원은 모두 자리가 없단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사립이 아니면 못 가는 것이다.
법으로 3살은 다 유치원에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맞다고. 하지만 이르드에는 아이들이 많고 (집시 아이들이 엄청 많다)
유치원은 많지 않아서 자리가 없단다.
그러니까 내년 4월에 빨리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하겸이는 아직 헝가리 시민권이 없으니 유치원에 꼭 안 가도 된다고.
그러면....
그냥 엄마랑 집에서 놀자.
겨울 내내 기침 간간히 할 테고, 찬바람에 콧물 흘릴 테고.
센터 유치원 선생님들은 공립 유치원은 그렇지 않다고.
열이 나거나 심할 때만 집에 있으면 되는 것이라며 웃는다.
당연한 거지.
아무래도 너무 예민한 사립유치원은 나하고 안 맞는 듯.....
울 아들 엄마랑 놀면서 한국말 더 많이 배우고
그림 그리고 놀러 다니다가
4월에 운 좋으면 독일 유치원에 등록해서 다니도록 합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8시 30분까지 유치원에 가는 것도 힘들었는데. ㅎㅎㅎ
그저 헝가리 말 빨리 배우고 심심하니까 친구 사귀라고 보냈던 건데....
후기;
오늘 아침 남편이랑 같이 유치원에 가서 하겸이 짐을 모두 가지고 왔다.
미리 준비해 둔 하겸이 선생님 선물도 하겸이가 인사드리고 드렸다.
선생님이 묻는다.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그냥.....그냥.....
옆에 있던 남편이 1월에 손님이 오시고 바로 한국에 갔다가
언제 올지 몰라서 그만둔다고 돌려서 말을 했다.
곤란했는지 원장하고 통화 한번 해달란다.
남편이 원장과 통화하기로 하고 집으로 오면서 생각했다
우리 아들 이렇게 조금 기침한다고 유치원 안 가다 보면 나중에 학교에 가서도,
직장에 가서도 이럴 것이다.
헝가리 사람들처럼.
학교에서 보면 유난히 헝가리 학생들은 조금만 머리 아프면 결석,
조금만 기침하면 결석.
그냥 기분이 좀.... 그래서 곧 아플 것 같아서 결석.
무엇보다 생리하면 일주일 그냥 결석.
학교에서 정한 날 거의 다 채우거나 넘기기 일수다.
시험도 상관없다. 나중에 따로 보면 되니까. 직장생활도 그렇게 한다.
이사를 해서 결근, 아파서 결근, 놀러 가야 해서 결근, 부인이 아파서 결근,
정말 쉬지 않고 논다.
학교에서 제일 이해가 안 간 것이 그것이었다.
헝가리 선생님들 법정 휴가 다 사용하고 아파서 사용할 수 있는 것 다 사용하니
그 반 아이들 대타로 들어가 수업한 날들이 정말 엄청났다.
그 손해와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 몫이다.
그냥 복사해 놓은 페이퍼 주고 조용히 시키고,
나머지 시간은 운동장에서 놀리니까.
우리 하겸이가 계속 이런 유치원을 다니면서 집에서 놀면
쉽게 모든 것을 포기할 수도 있다.
하은이, 하빈이는 기침을 해도, 배가 아프다 해도, 콧물 나와도,
머리가 아파도 진통제 먹이며 학교에 보냈었다.
앞으로 세상에 나가 직장 생활할 때 책임감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세상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니까.
헝가리 이직률은 악명 높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젠 정신 차리고 높은 월급을 받으려면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도 있어서 다행이지만
아직도 일 년마다 노느라 직장 그만두고 다른 직장 또 찾고
메뚜기처럼 그리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하루살이처럼.
당연히 경력이나 월급은 낮다.
이럴 거면 우리 하겸이 그냥 기침해도, 콧물 나와도 열만 안 나면
괜찮다는 공립을 보내서 이겨내는 훈련이 더 중요하지 싶다.
어제 크리스마스 행사 때 4명이 왔다고.
뭔가 잘못됐다.
100% 완벽한 건강 상태에서만 유치원에 보내라는 것이.
비현실적이고 아이들에게는 회피하고 나약하게 만드는 것 같다.
하겸이 짐 챙겨 나오면서 기분이 개운하고 좋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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