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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2017년 성탄을 맞아 요제프 어띨러 고아원을 방문했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7. 12. 23.

오후 3시에 고아원을 방문하기로 했단 연락을 받고

전날 간단히 만들기를 준비하고

오숑에 들러 부족한 재로 사서 출발을 했다.

그동안 내가 봐왔던 고아원,

장애인 시설,

양로원....

헝가리는 제법 시설들이 깨끗하고 근무하시는 분들이

숫자도 많은 편이고 잘 관리가 되는 편이었는데....

이곳은 들어가면서부터 썰렁함과

낡은 건물의 을씨년스러움이 엄습하고.

너무나 허술하고 부실한.

세상에..... 이렇게 낡고 열악한 환경이 있나 싶은 그런 고아원이었다.

이러니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마약을 하고

5,6살부터 도둑질을 하지 싶었다.

관리가 거의 안되고 방치되다 싶은 그런 고아원이었다.

 

 

들어가니....

웃통 벗고 저리 어슬렁어슬렁

다들 부모가 있는 집으로 가거나

외출을 하거나....

찾는 사람 없고, 갈 곳 없고, 가고 싶어도 돈이 없고,

혹여 돈이 생기면 마약사고 담배 사느라 돈이 없고.

그런 녀석들만 남아 있다.

 

선교사님 표정이 좀 당황하신...

전날 방문했을 때 분명히 직원들도 다 같이

예배드리고 게임하기로 했었단다.

시간도 그래서 오후 3시였는데,

 카톡으로 20여명 정도라고 말씀을 하셨었는데.

오늘 가니 직원은 한 명만 남아 있고,

아이들도 많이 외출을 하거나 부모 집으로 가고 없다.

 

 

우리 파울라 신났다.

어찌나 신나서 두드리던지.

 

요 자동차가 쉼없이 오고 가는데... 도대체 멈출 수가 없다.

큰 녀석들이 선교사님 기도하고 찬양하고 말씀하는 동안

끊임없이 리모콘으로 움직이니 시끄러움이.

윙~~~~ 잉~~ 치.. 익.. 뚜....

신기해서 바라보는 그러다 미소 짓는 하겸이 귀에다가

예배시간에 자동차 가지고 놀면 안 되는 거야.

엄마 소리에

깜짝 놀라서 쳐다본다.

예배시간에는 저렇게 장난감 가지고 놀면 안 되는 거야.

안 보려고 해도 소리가 나고

자꾸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니 괴로운 울 하겸이.

 

 

오늘도 하은이는 감기로 함께 하지 못했다.

시험이 코앞인데 감기로 고생이니 어쩌나 싶다.

 

하빈이 바이올린 소리에 위층에 있던 사내 녀석들이 슬금슬금 내려오고,

 

피터 전도사님의 눈높이 설교? 

그림 보고 맞추고 작은 가방 안의 물건 안 보고 만져서

맞추기 게임에 그나마 관심을 보이는 저 등치 큰 형아들.

 

16. 17살인 녀석들,

이미 마약을 하고 있고,

한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3번이나 밖에 나가 담배들을 피우고 들어 온다.

 

 

울 하겸이도 궁금함에 드디어 앞으로 나갔다.

선교사님 손에 이끌려서는. 

저 안에 책 모양의 지우개가 들어 있고

정답은 성경책.

하겸이 이게 뭐지.....?

고민하고 보는데

성경책이야... 엄마가 말하고

비블리어.... 선교사님이 살짝 알려주시고

눈이 왔다 갔다. 

 

곧 18살이 되면 이 보육원을 떠나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데 ..

안쓰럽고

앞으로 어쩌나... 싶고.

 

오래전 교육학 배울 때 첫 강의 시간에 교수님이 질문을 하셨다.

유전일까 환경일까, 환경이 좀 더 비중이 컸었다.

타고난 성품에 환경이 받쳐주면 발전을 하고 성품이 잘 다듬어지는 것인데.
선교사님 교회의 노숙자 부부도 3명의 아이를 낳아서

고아원에 맡겨서 키우고 있다.

부인이 정신지체라서 남편이 돌보며 주일이면 예배당을 찾는데

아이들 생일이나 이렇게 크리스마스 때면 고아원에 아이들을 보러 간다고.

어쩌면 부모조차 찾아오지 않고 외출도, 용돈도, 선물도.... 없는

아이들의 부모는 마약중독이거나 교도소에 계시거나 어쩌면... 노숙자이거나.
깨끗하고 좋은 고아원도 꽤 많은데 이곳은 내가 본 중에서 제일 심했다.

2층은 안 올라 가봤는데 선교사님 말씀이

유리창도 아이들이 깨서 대충 막아 놓았고

벽이고 장이고 멀쩡한 것이 하나도 없단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그 아름다운 것을 잘 가꾸고 유지하려는

마음과 습관이 중요한데.
준비해 간 크리스마스 만들기는 생략했다.

한인교회에서 준비해 줬다는 선물 봉지 하나씩 나눠줬는데.... 좀 아쉬웠다.

너무 빈약해서 전에는 구두상자에 여자아이인지, 남자아이인지,

나이는 몇 살 정도인지 적어서

장난감, 과자, 간단한 옷이나 장갑 등 다양하게 넣어서 준비했었는데,.....

아이들이 받은 것은 간단한 과자 봉지였는데, 아쉽게도 한국 과자였다.

선물을 받자마자 뜯은 아이들이 하필 새우깡을 뜯었다.

우리한테 가져와서는 냄새를 맡아보란다.

새우깡 냄새가 헝가리 아이들에게는 좀 낯설고 역겨운 것이라.

아마도 다 버릴 듯.....

헝가리 산타 초콜릿이라도 넣었으면 좋았을걸 싶고,

그냥 슈퍼에서 헝가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런 과자면 좋았을 텐데.. 싶고
어쨌든 선물이니까. 준비한 마음이니까.
집으로 돌아오면서 하빈이랑 한 대화이다.

딸들 어릴 때 보통 크리스마스면 선물상자 15개 정도를 같이 만들었었다.

엄마, 그때 우린 인형이랑 장난감도 많이 넣었었는데...

그러게, 껌도 넣고 비눗방울도 넣고 풍선도 넣고 그랬지.

선물인데도 받은 아이들 표정이 맘이 씁쓸하다....
그러면서 어미라서 또 잔소리.

하빈아,

선물을 준비할 때는 상대가 받고 얼마나 기뻐할 까를 생각하면서 준비해야 해.
하빈이,

당연한 말을 하는 엄마가 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본다.

당연하지, 선물인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네비가 19구역에서 외곽으로 빠져 고속도로로 인도하니 낯선 길이다.

어두운 낯선 길을 달리면서 맘이 아팠다.

고아원 아이들의 표정과 사랑받고 싶은 그 마음이,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그 써늘한 마음이,

그리고 따뜻한 마음의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서.


준비했다가 만들지 못했던 것은.... 주일날 하던가.

다음에 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