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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겸이 이야기

표현이 다양해진 하겸이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8. 4. 9.

수요일 저녁이었다.

보통은 작은 누나나 큰누나가 하겸이랑 같이 집으로 들어 갔는데,

이젠 엄마랑 단 둘이 차에서 내리고 엄마가 쓰레기통 안으로 들여 놓을 동안 혼자

차 옆에서 기다려야 했던 하겸이.

캄캄한 저녁시간에.

쓰레기통 마당에 들여 놓고 대문 닫고 차로 오니

"엄마, 하겸이는 엄마가 있어서 안무서웠어."

한다.

" 하겸이 캄캄한데 안무서웠어?"

"응, 엄마가 있어서 안무서웠어"

울 아들 무서웠구나.....

항상 하겸이 옆에는 누나가 있었는데 아주 잠깐이었지만

엄마 없이 차 옆에서 혼자 서있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었나 보다.

그런데 이제 45개월인 내새끼가 엄마가 있어서 안무서웠다는 말이 어찌나 위로가 되는지.

"엄마도 하겸이가 있어서 안무서웠어. 아들."

아들 손 꼭 잡고 집으로 들어 갔다.

 

 

 

점심으로 국수를 끓였다.

하겸이는 잔치국수 비슷하게, 난 매운 비빔국수로.

하겸이 국수가 식어야 하기에 하겸이 국수부터 식탁위에 올려 놓고

내 국수를 비비고 있는데...

"엄마, 하겸이가 먹어 봤는데 좀 뜨거웠지만 괜찮았어"

한다.

그말에 또 신기해서

"하겸이가 먹어봤어?"
" 응, 쫌 뜨겁지만 괜찮아"

  울 아들 표현이 재밌어서 웃고.

언제 저리 컸나 싶어 대견하면서 울컥하고.

 

 

 

25개월에 대소변 가렸지만 밤에는 기저귀를 채웠었다.

밤에 기저귀 입자 하니 싫단다.

"엄마, 하겸이 형아야. 기저귀 안돼~~"

그래서 기저귀 안입혔더니만.....

딱 하루 밤에 깨서 쉬아하고

연속으로 오줌을 싸신다.

"하겸아, 엄마 매일 이불 빨래 하니까 오늘은 기저귀 입자"

하니,

"안돼, 하겸이 형아니까 안돼"

하더니만 빤히 내얼굴을 쳐다보더니

"알았어" 한다.

이불빨래 귀찮은 엄마 봐준단다.

 

 

 

지인 몇분과 점심 식사를 했다.

지루한 하겸이 밖에서 아이 웃는 소리에 궁금증 발생.

"엄마 저기 뭐가 있나~~ 보고 올께"

추운데....

"저기 밖에 뭐가 있나 보고 올께."

엄마가 손님들하고 식사하며 이야기 하니까

같이 나가자 안하고 혼자서 나갔다가 오겠단다.

그러더니만 다시 와서는

"엄마 문이 무거워서 안열려, 도와주세요"

문을 잡고 안쪽으로 당겨야하니 안된단다.

들어 올때는 밀면 되니까 혼자 쉽게 들어 오는데.

 

(한국에 가서 터닝메카드를 본 아들, 터닝메카드를 어께에 올려놓고 다니고 싶다 해서

찍찍이 붙여서 만들어 줬다.)

사실 한국에 가서 엄청 놀랬었다.

하겸이 또래 아이들이 말을 어찌나 잘하던지.

그제서야

맞다. 우리 아들이 말이 느렸었지......

집에서 함께 지내는 동안에는 몰랐었다.

한국에 가서야 알았다.

아이들이 정말 엄청 말을 잘 한다는 것을.

하겸이 나이면 거의 초등학생 수준으로 표현을 한다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아들.

천천히 하면 되지뭐.

지금도 엄청 잘하는 건데.

매일 우리 아들 표현에 엄마는 놀라는 걸.

이제 다시 유치원에 가면 헝가리말을 들어야 하니

그저 안쓰러운 내새끼인데.

 

 

(한국에 가서 여권사진을 미리 찍어 왔다. )